메뉴 건너뛰기

서화 및 기타
서화 및 기타
Kakao
2009.06.23 16:17

김도현에 대한 회상

조회 수 287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송철원의 "아~ 문리대..."을 읽을 때 마다 떠오르는 인물들은 


김도현, 김중태, 현승일이다.

 


그중에서도 김도현은 나와 같은  서울사대부고를 나왔고


고교 시절 키가 작아서 나와 가까이 지내지는 않았으나 말수가 적고


항상 웃는 얌전한 샌님으로 보였는데  항상 월간지 사상계를  끼고 다녀


대학 입시을 위한 영수학 참고서를 보던 친구들과 다른 면을 보였다.


 


그가 쓴 학력을 보면 국민학교, 중학교는 월사금을 못 내서


졸업장이 없고 대학은 퇴학 당하여  고교 졸업장이 자기가 가진


유일한 졸업장이라고 한다.




 1964년 5월 학생 신분인 김중태,현승일, 김도현에게 현상금 1만 원 걸린

포스타가 시내 곳곳에 도배를 한다.

당시 서울대 한 학기 등록금이 7천5백이였던가???

 

이들이 현상에 걸린 며칠이 지난 오전 열 시경에 고성광이 전화를 했다.

고성광하고는 강의실에서만 본 사이인데 

"야~빨리 명륜동 성대 입구로 나와, 전화로 긴 말 못 해."

성대 입구 쪽으로 걸어가는데 고성광과 김도현이 나타난다.
"도현이와 이틀간 있었는데 짜부(형사)가 냄새를 맡은 것 같다."

 

뻐스나 전차를 타면 미행당할지 모른다며 택시를 타고 혜화동 고개를 넘어

집 쪽으로 바로 가질 않고 첩보영화에서 본 것 처럼 한성여고 쪽으로 갔다가

다시 동도극장 쪽으로...연신 뒤도 살피며 좁은 길로 이리저리 다니다가...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내리고 주위를 살피며 집으로 들어 갔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웃겼다. 

그때 형사가 미행했다면 우릴 놓쳤을까?

 

물론 부모님을 비롯한 우리 집 식구들 이 친구가 김도현인 줄 아무도

몰랐다. 항상 친구들이 많이 와서 자고 갔기에  아무도 도현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식구가 없었는데도 이틀을 자곤 다른 곳으로 간다며 집을 나선다.

떠나는 이 친구보다도 내가 불안해 죽을 지경이었다.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 하며  신문에 이 친구 기사가 나왔나

열심히 보는데 일주일 후 한국일보 옆에 있는 다방에서 선배 기자를 대동하고

자수를 했다고 한다. 어디서 무엇을하며 지냈냐는 기자 질문에 동대문 야구장에서 

전국고교야구대회도 관전했는데 아무도 잡지 않더라며 능청을 떤다.

 

그리고 3, 4일 후 새벽 5시반경 어둠이 걷히고 여명이 밝아 오는 순간

전화벨이 울린다. 당시 전화는 귀한 물건이라 어느 집이든 안방에 한 대만

있을때다. 우리 집도 예외가 않이라 아버님이 받으시곤

"셋째 전화 받아라." 하신다.

선잠 깨고 안방 아버님 자리 깃 위에서 무릎 꿇고 전화을 받으니

"여기 동대문 경찰서 사찰계 아무개다. 부친께 친구라고 말씀드렸으니

 반말로 대답을 해 주기 바란다."

"야, 그런데 너 무슨 일 났다고 이 아침에 전화냐?'
"그래 그렇게 말 해라.......며칠간을 김도현과 지냈다.

 그래서 너에게 확인 할 것이 있으니 동대문 경찰서로 7시까지 나오더라."

"알었어 임마. 곧 갈게."

 

"홍경삼이~ 너 김도현이가 널 배반했다고 생각 마라. 너의 부친이

교육 공무원이라며? 혹시나 너의 부친에게 불이익이 생길까 봐

너의 집에서 보낸 이틀간을 끝까지 말 하지 않아서 힘들었다.

너의 집에서 보낸 이틀을 양동(창녀촌)에서 보냈다 하여 그곳을 전부 알아

보았는데 허탕이라  빨갱이와 함께 이북 갔었지? 하고 다구처서 알아냈다.

범인 현상수배 전단에 있는것 처럼 범인 은닉죄 같은 것 묻지 않을 것이고

너의 부친에게 아무런 영향이 미치지 않게 할 것이니 마음 놓고

김도현이가 너의 집에서 지낸것 확인 진술서를 써주기 바란다.

 

이 친구가 커서 이 나라를 이끌 기둥감이라는 것 내가 잘 안다.

지금은 그 수련 과정이라고 난 생각한다."

 

40대의 깡마르고 체구가 작지만 야무진 몸매와 눈초리 그리고 사찰계

형사답지 않게 윽박지르지도 않고 나를 안심 시키며 노련하게 분위기를 이끈다.

 

1970년 내가 결혼 하기 전까지 우리 집에 여러 번 와서 자곤 했지만 그때도,

위 얘기는 혹시나 도현이가 부담감 가질까 봐, 오늘까지도 하질 않았다.

 

4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쓰면서도 혹시 도현이가 이글 읽을까 봐 기분이 그렇다.



 며칠후 법정에 선 김중태, 현승일, 김도현.

 

 

그 후 4,5년 후인가?

손승호와 함께 명동 입구 증권거래소 앞에서 김중태를 우연히 만났다.

가까운 다방에서 마주 앉고 얼굴을 보니 많이 수척해 보인다.

바로 어제 감옥에서 나왔단다.

 

"이번에도 반공법으로?"

"그래,  이 반공법 정말 웃겨...

내가 재판장한데 무엇이라 했는지 알아?

-"곰탕집에서 소뼈다귀 가지고 곰탕국물을 끓이는데 보통 세 번을

우려먹고는 버린다. 버려진 이 뼈다귀는 하두 많이 우려 먹어서

냄새도 제대로 나지 않기에 똥개도 쳐다보지를 않는다.

나에게 적용된 법이 또 반공법이다. 이번이 네 번째다.

너흰 똥개만도 못하다.-"

 

듣던 손승호와 난 너무 통쾌하게 느꼈고  김중태의 용기에 감탄하여 한참 웃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도 그때 들은 그 말  "똥개만도 못한 재판장!" 하던

김중태의 모습을 그려 본다.

 

위 사진 두장은 "카드라 방송"(김도현 발행)에서 발췌

 

-김승웅 글방- 에 셨던 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27 하얀 겨울, 하얀 달력 2 이신옥 2017.01.25 114748
226 Albert Joseph Moore의 작품 세계 나길웅 2009.05.04 5076
225 어은돌 해수욕장에서 6 정성자 2009.08.26 3906
224 장두건 선생님 작품 감상해 보실래요? 1 정성자 2009.09.20 3714
223 봄속의 庭園 곽정선 2009.05.08 3606
222 로즈마리 시긴스 '인간 승리' 나길웅 2009.05.11 3338
221 칸쿤에 가면 꼭 가봐야 할곳. -Xcaret- 홍경삼 2009.06.21 3236
220 제주에서 놀멍 쉬멍 걸으멍 그 첫날 정성자 2009.05.13 3039
219 제주에서 놀멍 쉬멍 걸으멍 그 둘째날 정성자 2009.05.15 2998
218 제주에서 놀멍 쉬멍 걸으멍 그 마지막 날 5 정성자 2009.05.29 2958
217 제주에서 놀멍 쉬멍 걸으멍 그 세쨋날 정성자 2009.05.20 2912
» 김도현에 대한 회상 홍경삼 2009.06.23 2874
215 우표로 보는 어린이 -2 신상만 2009.05.13 2843
214 금문교 걸어서 건너기 4 홍경삼 2009.05.20 2816
213 Mexico Cancun은 안전 하였다. 2 홍경삼 2009.06.13 2747
212 6월 달력 1 정성자 2009.05.31 2674
211 Maya 유적을 찾아서... -Chichen Itza- 수정 보완 홍경삼 2009.06.12 2671
210 토란대 육개장 정성자 2009.08.02 2656
209 르노와르의 작품 나길웅 2009.06.08 2614
208 우리집 여름농사 이학구 2009.06.06 258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2 Next
/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