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Summer Day at Miami Beach
7/3/12 (월)
어제 너무 곤했는지 눈을 떠보니 벌써 7시다.
부지런히 차리고 부엌에 나와보니 동훈씨와 상혁씨 둘이 벌써 식탁에 앉아 망고를 먹고있다.
나를 보고도 암말 않고 둘이 앉아 오물오물 먹는 모양이 꼭 Chipmunk 같다.
오던 날부터 주식으로, 후식으로, 간식으로, 또 술 안주로, 핑계만 있으면 망고다.
아무렴, 먹는게 남는거지. 들고갈수 없는것은 뱃속에 넣고 가는것도 한 방법이다.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는데 나중에 우리 큰 아이에게 이야기하니 우수워 죽겠다고.
가만 보면 동훈씨 이번에 망고 너무 먹어서 얼굴이 망고처럼 둥글 둥글,
망고를 또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
뉴욕에서 우리 망고 씨를 화분에 심어 잘 자라고 있단다.
열매가 언제나 맺을지는 알수없지만...
아뭏든 이번 방문에는 맑은 날씨에다 망고가 있어서 너무 다행.
이 집을 살때는 마당에 망고 나무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이 망고가 없었으면 어쩔뻔했는지 아찔하다.
곧 친구들이 모두 일어나서 나까지 일곱명이 비좁은 부엌 식탁에 모여 간신히 끼여 앉았다.
손님들이 와서 묵고 가는 때면 나는 이 아침 시간이 제일 즐겁다.
오늘같이 날씨 화창한 아침에 바깥의 마당을 내다보며
커피에 망고 썰은것, 망고 찐빵, 옥수수, 삶은 계란, 약밥, 육포, 또 매운 치즈등, 주전부리하듯
이것저것 가볍게 먹고 마시며 담소하는 이 시간이 너무 즐겁다.
전부 몸에 좋은 건강식이건만 상혁씨는 라면 찾아서 꼬꼬 라면을 끓여 혼자 잡숫고.
"계란 많이 먹어야하는 이유"를 이메일로 다들 받았건만 삶은 계란은 본척 만척.
"너 이 계란 삶아서 찬물에 담갔냐?" 무서운 시엄마처럼 다구치는 서경자씨.
물론이지. 그러나 웬일인지 쉽게 벗겨지지 않는다.
나는 망고만 먹자면 너무 달고 텁텁하니까 Honey Dew나 cantaloupe 같은것을 섞어 산뜻하게 먹는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망고 귀한 곳에 사는 사람들은 물론 생각이 다르다.
눈이 나쁜 충일씨는 붉으레한 주황색의 cantaloupe 와 비슷하게 노란 망고가 같이 나오니까
둘다 망고인줄알고 맛이 다르다고 해서 다들 웃었다.
아침이 대강 끝나자 동훈씨가 준비해온 예술작품 만드는 시간.
붓으로 남편은 원을 그리고, 나는 뭔지도 모르고 망고와 마이아미를 써넣었다. 나중에 보니 우리집 벽에 붙쳐 놓았다.
순옥이가 보내준 모로코 여인의 얼굴이 그려진 손수건은 동훈씨가 그림 틀에 넣어와서 벽에 걸으니 아주 멋있다.
남편도 홀딱 반했다. 내 재주로는 몇년이 가도 언제 틀에 넣을지 모른다.
인자의 뜨게질 솜씨는 그야말로 일취월장,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데 딸기에서 시작한것이 화려한 분홍색 드레쓰,
이번엔 선물 보따리 등에 진 싼타 클로스 할아버지다.
생각지도 않던 귀한 선물들을 받고 우리는 감격했다.
이번에 내가 받은 엄청 많은 선물들
Crystal apple with "S.O. Lee" from San Francisco
아주 든든한 손톱깍기도 받았다
동훈씨, 이제부터 짐 다 싣고 나가서 Miami Beach를 구경하고 곧장 Daytona 로 가겠다고 나서는데 내가 적극 말렸다.
우선 시간도 없고, 더운데 나비만 가지고 복잡한 마이아미 시내와 비치를 보고, 또 대여섯시간 가자면 몹씨 힘이 든다.
내가 꼭 보아야할 곳만 빨리 빨리 안내를 할터이니 짐다 두고 나갔다가
다시 와서 잠깐 쉬고, 짐 싣고 가도록 합시다.
동훈씨는 은근히 고집이 여간 아닌데 아니나 다를까?
그 곱슬머리가 파마한것이 아니라 naturally curly hair 란다.
고집센 동훈씨를 설득시키느라 좀 애를 먹었다.
결국 나도 또 같이 차타고 나가서 Miami의 나무 많고 집이 근사한 부자 동네 Old Cutler Road를 보여주고,
바닷가에 고층 콘도가 즐비한 Crandon Park 로 가는 다리도 건너보고,
유명한 South Beach를 지나 Miami Beach 로 갔다.
한 여름의 Miami Beach 는 비취색의 바다와 여러가지 색갈의 파라솔로 상상외로 아름다워서 나도 놀랐다.
어렸을때 읽었던 김내성의 소설 "꿈꾸는 바다" 가 생각났다.
내용은 하나도 기억 못하지만 그 소설 제목처럼 황홀한 바다가 거기 있다.
큰 아이가 집에 오면 늘 마이아미 비치에 가자고 성화인데 그때 마다 난 재미 없다고 뺀다.
그런데 오늘, 날씨가 너무 좋아서인지 "Just beautiful!"
세계 각국 사람들이 멀리서 와서 즐기는 이곳이 바로 지척인데 우리는 외면하고 산다.
옛날에 한국 있을때부터 Miss Universe 대회가 열리는 장소로 유명했던 Miami Beach.
내가 장차 그곳에서 이렇게 오랜 세월 살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동훈씨, 바닷가의 어느 흑인이 파는 코코넛을 사서 하나씩 나누어 주니
다들 그 쥬스를 마시고, 그속의 하얀 Flake를 먹는데 난 사양했다.
미지근하고 들큰하니 비위가 상한다.
내가 1979년에 처음 이곳에 왔을때 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코코넛을 보고
책에서 본것처럼 달콤하고 맛있는 과일이 여긴 지천이구나. 반색을 했다.
그러나 맛이 그렇지 못한것을 알면서부터 차거운 현실세계로 돌아왔고 코코넛에 대한 신비감도 없어져 버렸다.
그때부터 마이아미라는 곳에 대한 나의 느낌도 달라져 갔다.
다들 마이아미 비치의 저 멀리까지 수심이 얕고 뜨뜻한 물에 발을 담그었다.
발이라도 담가 보니 개운한 느낌이다.
한 반시간이나 보냈나?
다시 또 부지런히 집으로 돌아오는데 다행히 차가 밀리지는 않았어도 거의 한시간이나 걸렸다.
남편이 준비해준, 충일씨에 의하면 한미 합동 음식, 구운 고기와 청국장으로 점심겸 저녁을 부지런히 먹었다.
짐 싣고 떠날 준비하는데 먼지 잔뜩 뒤집어 쓴 길다란 장난감 통 하나가 문앞에 나와있다.
나는 동훈씨가 아까 그림 그릴때 쓰던 Paint, 붓 같은 미술도구를 담아온 통인줄 알고 빨리 차에 실으라고 했다.
그랬더니 광언씨 큰소리로,
"아니, 이렇게 먼지 잔뜩 뒤집어 쓴것이 어떻게 그 집 물건이겠느냐?"고.
너무 했다. 팔이 안으로 굽어도 분수가 있지.
나도 또 질세라 " 아니, 그럼 이렇게 먼지 잔뜩 앉아 더러운것이 어떻게 우리집 물건이겠느냐?" 고 맏섰다.
이런건 내 생전에 본적이 없다고.
나중에 알고보니 다니엘이 Salvation Army 에 주려고 문앞에 내놓은 옛날 장난감이였다.
하필이면 꼭 이럴때 이런 물건을 문앞에 내놓아서 망신인지? ㅎㅎ
물론 나는 그런 장난감을 사준 기억이 전혀 없다.
대문앞에서 사진하나 찍고 친구들은 떠났다.
"울지 말고, Internet 에서 만납시다."
상혁씨의 작별 인사였다.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여러 친구들 모아 이틀 사흘 열심히 운전하고 와서
개미처럼 낑낑대며 망고를 싣고 가 뉴욕 친구들에게 이번엔 깍뚜기 한두어 점같이 나누어 주는게 아니라
통짜 한개씩 나누어 줄수있다고 흐믓해하는 동훈씨...
누구도 못말린다.
이렇게 해서 고교 동창들 여섯명이 회오리 바람처럼 오는듯 가버렸다.
떠나고 나니 할말도 많고 보여줄것도 많은데 ...
Miami Beach
모두들 난생 처음 와보는 그 유명한 Miami Beach에서.
동훈씨는 코코넛 값 치루랴, 주차 요금 내랴, 궂은 일 처리하느라 사진이 하나도 없어 미안.
코코넛 하나 들고 즐거운 서경자씨 부부
저건 누구 신발?
신발 벗고 저길 한번 들어가봐? 한참 생각중인 김범수씨.
뜨뜻한 물에 발이라도 잠깐 담궈 봅시다.
같은 색갈 셔츠 입고 무대에 서는 Hyun and Kim Brothers
Join 하는 충일씨, 그런데 셔츠가 틀렸네요.
언제나 多情한 최충일, 서경자씨 부부, 情이 흐르고 넘친다.
"여보, 여보..." 하다가 그래도 대답이 없으면 "충일아~ " 해버린다는 경자씨.
"내가 이거 원 마누라하고 사는건지, 여자 동창하고 사는건지..." 헷깔린다는 충일씨.
아뭏든 이 두사람이 우리 13회 남녀 동창들의 화목을 위해 지대한 공(功)을 세웠음을 부인할수 없다.
내 고교 남자 동창 여러명이 여기까지 와서 만나고, 같이 다녔다니까 약국 사람들은
"That's great. That's wonderful." 하다가도 이상한 눈치를 보여서
"여자 동창도 하나왔다. 그리고 그애 남편도 내 고교 동창이다." 하면 그제야 안심한다.
경자가 있으니 망정이지. 그렇찮으면 나 혼자 어떻게 남학생들을 따라 다닐수가 있겠나?
"조심해서 잘 다녀오세요." 하고 시침 딱 뗄수밖에.
남상혁씨, Miami Beach 여행 기념 사진
"좋은 곳에 사십니다." 상혁씨의 두번째 인사였다.
Mallory Square 에서 남자들만 찍은 사진, 얼굴 좀 잘 보일까해서 또 크게 올려봅니다.
Our Beloved, greatest leader, 정동훈씨,
"사진 찍어 드릴께요." 하자마자 기다렸다는듯 두말않고 척 포즈 취하는 모습.
Miami Beach 에서의 사진이 없어 이걸로 대신합니다.
Sombrero Beach 에서, 사진찍는 상혁씨
Black Eyed Susan 이 있는 Miami Beach
(끝)
부지런한 신옥씨 글을 부지런히 읽으며
그때 몰려다니던 우리들을 생각합니다.
그냥 흩어졌던 우리들도 그렇지만
소란스러움 뒤 정적이 신옥씨를 무척 허전하게 했겠지요.
만났다 헤어지고,그리고 또 만나 소란떨고,
그러며 세월흐르고 더 두툼해지고.
제눈에 안경이라고 내 사진이 제일 잘 나왔다는
마눌 말과 함께 수고하신 신옥님께 감사 안부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