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서화 및 기타
서화 및 기타
Kakao
조회 수 817 추천 수 0 댓글 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교당 뒷집

 

11/4/12 (일)

 

오늘도 새벽 6시에 일어나 법당으로 간다.
Summer time 해제로 이젠 새벽 별은 커녕 날이 뿌옇게 밝았다.

아침 기도와 선이 끝난후 버릇처럼 밖에 나와 조금 걷는데 오늘 아침은 더 쌀쌀하다.

이렇게 싸늘한 날씨에 새파랗게 귀여운 여린 상추, 파아란 둥근 호박, 피망, 아욱까지 끄떡없이 크고 있어 감탄했다.
날씨가 덥지 않아 이런 채소들이 꼭 한국처럼 잘되는 것이 무척 부럽다.

 

게다가 땅은 또 얼마나 넓은지...
사람들로 복작거려 새로 지은 집들은  Zero Lot 라고 마당이 거의 없는 마이아미하고는 아주 대조적이다.

아침은 토스트한 크로쌍, 호두, cellery, omelette, 또 우리가 너무 좋아하니 아욱 된장국도 나왔다.
밭에서 따온 여러가지 싱싱한 야채로 보란듯이 Salad 도 나왔다.

 



 

남편은 오던 날부터 아침 저녁으로 강의를 했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아침 10시에 법회를 보고 마지막 강의를 했다.
이곳의 정규 법회를 처음 참석해 보는데 요가, 명상으로 시작해서 끝나기까지 두어 시간이 걸렸다.

 

사실 마이아미처럼 선과 요가를 다른 날에 하면 다시 또 한바탕 차리고 나와야하니까 힘이 든다.
그런데 이렇게 한번에 해버리니까 얻는 것도 많고, 기분도 상쾌하고,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는 것 같았다.

근처에 있는 여기보다 더 큰 도시 Raleigh 에도 한 삼십여명 모이는데 교당이 없어 교무님이 한달에 한번 출장 법회를 하신단다.

 

아뭏든 이십여명이 넘는 젊은 백인 여자들이 남편이 영역한 원불교 교전을 읽고, 한국어로 노래도 하고,
강의를 경청하는것이 너무나  인상적이였다.

법회가 끝나면 생강차도 마시고,  오늘도 교화단 몇 사람들은  점심도 같이 했다.

 

오늘 메뉴는 스파겟티.  양파와 토마토를 잘게 다져 볶아서 가게에서 사온 쏘스와 함께 섞었다.

Angel Hair 라는 제일 가느다란 국수에 얹져 먹으니 무겁지 않고 괜찮았다.
남편은 스파겟티를 제일 싫어하는데 완전 채식으로 맛도 괜찮으니 교당에선 자주 등장하는 메뉴다. 

 

저녁은 한식, 교당 식구들을 우리가 대접했다.
그런데 식당 건물은 멀쩡하게 근사한데 음식은 영 억망이였다.
 

해물 파전은 차겁고 밀가루 반죽이 어찌나 두꺼운지 꼭 Thick Crust Pizza 처럼 생겼다.
해물이라곤 눈에 보일락말락 조그마한 오징어 쪼각인데 맛이 하나도 없다.

내가 주문한 대구 탕은 딱딱하게 말린 자반 대구 찌개로 나왔다.
바다가 그리 멀지도 않건만 영 아니다.

 

하긴 내가 살던 옛날엔 이곳에 한국 음식점이라곤 꿈도 꾸지 못했다.
사람들은 한국 음식꺼리를 사러 너댓시간 걸리는 Washington, D.C.로 운전해 가곤 했다.

 

아무리 못마땅해도 한국 사람 식당인데다 교무님 서껀 안면있는 사이라 조금도 삐침한 말은 할수 없었다.
"지난번 보다 음식 맛이 많이 나아졌네요."
교무님이 간신히 한마디하고 나왔다.

 

 

11/5/12(월)

 

Beautiful morning of autumn!
Beautiful fall morning!

 

마이아미에서 내가 N.C. 에 간다고 설치니까 아이들이 방금 태풍이 지나갔다는데 괜찮겠느냐고 했다.
나는 "폭풍우 지난후 너 더욱 찬란해 ..."  하는 노래가 있지 않느냐?

"It's going to be just beautful."  했더니 그들은 ㅎㅎ 웃었다.
그때 막 Sandy 가 마이아미 근처를 지나갔는데 그후 날씨가 기막히게 화창했던 때문이다.

 

여기 오는 날, 목요일은 흐리고 토요일은 비가 좀 올것이고...

일기예보가 internet에 떴는데 금요일 오전 우리가 듀크 대학에 갔을때만 잠간 흐렸고, 그후에는 다 틀려버렸다.
사실 예보가 너무나 틀려서 놀랐는데 우리에겐 아주 다행이였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선 (禪).  나흘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은 내가 대견하다.
낙엽은 자꾸 지고 , 가을 바람에 살랑대다가 하나 둘 떨어지는 낙엽을 카메라에 담아 보려고 애썼다.
동영상까지 시도해 보았으나 실패라 그냥 포기해 버린다.
오늘은 말 두마리가 울타리 가깝게 다가와 사진을 찍었다.

 



 

뜰에는 하얀 동백도 있었다.  하얀 꽃만 보고는 긴가민가했는데 무척이나 둔한 나도 잎새와 꽃 봉오리를 보고 짐작할수 있었다. 
우리 집에 십여년전, 어느 교무님이 한국에서 밀수해온 씨를 얻어 심은 동백 나무가 하나 있다.
너무 더운 탓인지 아직도 키가 겨우 30 cm 쯤으로 크지 못하니 뿌리채 파내어 우편으로 부쳐야겠다니까 교무님이 좋아하신다.

아침은 한국서 온 쑥떡, 또 아욱국, 멸치 호두 조림, 여러가지 fresh berry 가 들은 yogurt ...

 

아침 식사후에는 짐싸고,  빨래도 내놓고, 묵던 방도 정리하고 떠날 준비를 했다.
오후 1시 비행기라는데 한번 고속도로가 막혀서 비행기를 놓친 일이 있다고 교무님이 서두르신다.

두어 시간이나 일찍 공항에 닿았다.
교무님과 작별하고 용진 아빠가 member 라는 Admiral Club 에 앉아 맛있는 커피 마시며 한담, 시간이 금방 가버렸다.

 

비행기에 오르니 한시가 넘었다.
겨우 두시간 가는것이라 마실것이 곧 나와서 우리는 늘 하듯 Bloody Mary Mix on ice 를 주문했다.

교당에서 싸준 김밥을 여는데 김 자체도 그렇고 다꾸왕, 멸치 볶음도 들어있어 냄새가 난다.
미국 사람들이 말하듯 죽은 생선( Dead Fish) 같은 이상스런 냄새가 나는 것을 나는 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 먹을수도 없었다.


세 사람이 고개를 푹 숙이고 무슨 죄진 사람들처럼 먹는데 뜻밖에도 김밥이 깜짝 놀라게 맛이 있다. 

김이 뺑 돌아가게 태극 무늬처럼 야무지게 쌌는데 당근채와 시금치 나물, 계란 지단, 우엉 조림...
또 무엇 무엇이 더 들어있는데 잘 알수가 없었다.

 

아침에 딴짓 하지 말고 김밥 싸는 것이나 잘 들여다 볼것을...
남대문 시장에서 보던것처럼 속이 척척 늘어져 보이게 한줄씩 길게 싸 놓은 김밥을 보면서도 
"기껏해봐야 김밥이 김밥이지 뭐."

나는 식초, 설탕 넣고 싱싱한 야채 넣는 일식 김밥 만든다고 난척하던 것이 몹씨 후회되었다.  
 

E-mail 로 다시 잘 물어 봐야겠다.
그 Intern 교무님, 자기가 음식 잘한다고 아뭏치도 않게 자랑하더니 젊은 분이 정말 솜씨가 있다.

 

차거운 Spicy Tomato Juice 와 김밥은 너무나 잘 어울려 기막힌 맛이였다.
다행히 주위에 아무도 뭐라는 사람은 없었다.
아마 그들도 맛있는 냄새가 난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동서양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이해와 화합으로 살아가는 N.C. 교당을 가보니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다.             (끝)          

 

 

 

 

      

 


 

 

Pablo Sarasate

 

 

 

 

  • ?
    이신옥 2012.12.23 00:54
    끝내고 보니 먹는 이야기만 잔뜩 썼고,
    한국에선 아뭏치도 않은 가을 낙엽 이야기 또 잔뜩 썼고...

    선배님 Classic Music 까지 빌려와서 궁금해하던 가까운 친구들에게도
    제대로 전하지 못했던 옛날 이야기들을 다 털어 놓았습니다.
    너무 길어서 지루하셨다면 죄송.

    우리 15회 후배 하나가 Durham 으로 이사해서 동창 Site에 올리는 이야기를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12월로 접어드니 그곳 단풍이 다 떨어져서 그걸 치우느라 애쓴다는 소식까지...
  • ?
    정성자 2012.12.23 00:54
    함께 여행을 다닌듯..
    네 얘기속에 푹 빠졌었는데 끝이라니 섭섭하다

    새벽시간 조용하게 울리는 Classic Music
    새롭고 좋다

    추운 날씨에 꼼짝하기 싫은데 저녁모임은 잡혀있고
    안 나갈 수 없으니 고민
    나이 먹으니 밤외출이 그리 달갑지가않네 그것도 겨울에는 더더욱.
  • ?
    현광언 2012.12.23 00:54
    우리 옛말에도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이 있고,
    대소 인간 만사에서 먹는 얘기 빼놓으면 무슨 맛이 있겠습니까?
    그럼에도, 먹는얘기 빼고도 재미있는 찡한 얘깃거리가 많아서 참으로
    옛날 남의 얘기 같지 않게 잘 읽었습니다.

    다음 씨리즈는 언제쯤 어떤 것이 되까 기대합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지난 주 제 칼럼에 유일하게 댓글을 올려 주셨는데 얼른 답을 드리지 못해 미안합니다.

    뭐 궂이 대답을 꼭 드려야 할 것 같지도 않아서 였는데,
    그 후 곧장 박근혜도 비슷하게 맞장구를 친 것을 보니
    문재인의 공약이 꽤 약발이 먹혔던 것 같기도 하고...
    골통 보수인 우리들의 고리타분한 주장은 점점 힘을 잃어 가고...

    대통령이 된 것은 참으로 다행이고, 축하할 일이지만,
    이문제는 어찌 풀겠다는겐지 어리둥절 입맛만 씁쓸할 따름입니다.

    하기야 돈만 많으면야 미국 같이 지원병 제도를 쓸 수도 있고,
    프랑스의 용병 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하여
    전국민에게 병역의 의무를 총체적으로 면하게 해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우리 입장에서 그건 아니지요.
    무수한 전쟁 속에서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어왔고...
    궁국에는 나라를 잃어버린 역사 까지 갖고 있으면서...
  • ?
    이신옥 2012.12.23 00:54
    영 답글 못 쓸줄 알았습니다.
    컴이 너무 느려서 새것을 선물 받았는데 cursor pointer가 나오지않아 혼이 났지요.

    이제 그것은 겨우 알아냈는데 한글 자판이 없어져 앞이 캄캄. 이제 수다 그만 떨어야겠어요.
    한글 자판에 글자 순서는 무슨 이유가 있나요? 외우기 쉽게.
    몇년 썼는데도 여태 자리를 못 외었습니다.

    박근혜가 군대를 간 사람은 3년 늦게 정년 퇴직하게 하겠다고 해서 웃었지요.
    크게 인심 쓴다고. 한국의 55세 정년은 너무 이릅니다.

    그리고 요즘 젊은 남자애들은 전부 "꽃 미남."
    우리 아이들처럼 정말로 군대 싫어할텐데 억지로 강요하니 딱하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7 연필로 그린 그림.(옮김) 6 홍경삼 2014.03.30 1354
206 박수근의 그림세계 2 김의섭 2014.02.27 992
205 정월 열 사흗 날의 인사동과 경회루 주변의 저녁 풍광 7 나길웅 2014.02.16 1014
204 [re] 정월 열 사흗 날의 인사동과 경회루 주변의 저녁 풍광 나길웅 2014.02.16 1305
203 길 ( 입상작 ) 4 박초미 2014.02.10 848
202 조선시대 명작선 3 박초미 2014.01.29 1145
201 8년 전에 그린 초상화(재록) 2 홍경삼 2013.11.10 802
200 2012년국립공원 사진공모 수상작!! 박초미 2013.04.13 1012
199 Panama Canal 2 박초미 2013.03.09 954
198 Fuerte Amador ( for Panama City) 2 박초미 2013.03.04 814
197 Puntarenas, Costa Rica 2 박초미 2013.02.27 929
196 오숙정의 San Francisco 나들이. 7 홍경삼 2012.12.23 706
» North Carolina 여행 # 7 ( 마지막 편) 4 이신옥 2012.12.23 817
194 North Carolina 여행 # 6 1 이신옥 2012.12.23 737
193 North Carolina 여행 # 5 2 이신옥 2012.12.12 759
192 North Carolina 여행 #4 2 이신옥 2012.12.04 829
191 North Carolina 여행 #3 2 이신옥 2012.11.30 750
190 North Carolina 여행 #2 6 이신옥 2012.11.16 845
189 North Carolina 여행 #1 2 이신옥 2012.11.15 848
188 2012년 상반기 화제가 된 사진들( from an e-mail ) 박초미 2012.10.20 64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2 Next
/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