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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 및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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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
2012.12.12 23:49

North Carolina 여행 # 5

조회 수 759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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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당 뒷뜰. 교도들이 울타리 삼아 키 작은 나무들을 쭉 심고, 그 앞에 돌도 깔았다.

 

11/2/12 (금)

 

내가 살던 아파트는 어디 쯤이였는지?
38년이란 긴 세월이 지나는 동안 학교는 점점 커져서 학교 가깝게 있던 허술한 아파트는 다 허물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때 나는 학교 건물에서 얼마 떨어진 대학원생 아파트에서 살았다.
늘 뻐쓰를 타고 다녔는데 아예 학교 건물안에 있는 기숙사로 들어가지 못했던 이유가 있다.
기숙사는 여름 방학만 되면 나와야하는데 갈곳도 마땅치않고 차도 없으니 자꾸 움직이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어느해 여름, 학교 일을 끝내고 집에 와보니 웬 중국 여학생이 하나 와 있었다.

기숙사에서 살다가 여름 방학동안 갈곳이 없어 내가 사는 학교 아파트에 잠깐  있으려고 온것이다.
이름이 모문천 (毛文川, Dorothy Mao) 이라고 했다.


우리는 몇십년 지기를 만난듯 반가워 부엌 식탁에 그대로 앉아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Dorothy 도 나도 동양인 학생을 만나 서로 통하는 것이 너무 반가워 밤 11시까지 저녁 먹는 것도 잊고 떠들었다.
 

대만에서 와서 경제학 박사 과정을 하고 있는 도로시는 안경을 썼고, 담배를 피웠다.  차도 있었다.
우리랑 비슷한 나이인데 알고보니 집안도 괜찮고, 마음씨도 아주 착해서 맘에 딱 들었다.

 

그런데 그애는 웬일인지 그 나이에 이미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처럼 후줄근해 있었다.

풍에 걸렸다가 이젠 다 낳았다는데도 얼굴에 희미하게 비대칭의 흔적이 남아 있었고, 쌘들 신고도 전족한 사람같이 걸었다.

이야기를 하다가도 허겁지겁 담배를 찾아 입에 물었다.

 

무슨 큰 충격적인 일이 있었던것 같아 궁금했으나 내가 먼저 물어 볼수는 없었다. 

그냥 딱해서 더욱 친근하게 느껴졌다.   

 

별별 이야기가 다 나오는데 중국 사람들이 파티를 할때는 손님들이 실컷 먹고 난후 맨 끝에 접시 한 그릇이 다시 나와야 한단다.  

사람들이 이젠 더 못 먹겠다고 손을 내저어 그 접시가 그대로 나가야지만 흡족한 손님 대접을 했다고 생각한단다.

그애네 아버지는 이런 파티가 있은 다음날은 꼭 죽을 쑤라고 엄명을 내리셨다고.

 

Pei Mei Cook Book (배매식보, 培梅食譜) 을 소개해주어서 같이 중국 음식을 만들고, 배웠다.

영어로 쓴 이 책은 요리법이 간단하면서도 맛이 있어 지금껏 애용하고 있다.

도로시는 Green Pea 로 요깡도 만들었다. 

이건 너무나 복잡해서 " 나는 그냥  안먹고 말지." 했으나 이애는 귀찮은줄 모르고 몇시간을 공 들여 만들었다.

자기 중국인 친구들을 불러 중국 음식 잔뜩 차려놓고 dinner party 도 했다.

"쯔그, 쯔그...  " 그들 독특하게 시끌벅적한 속에서 말은 한마디도 못알아 듣고, 이사람 저사람 얼굴만 쳐다 보던 기억이 난다.

 

Dorothy도 1974 년 여름, 나와 비슷한때에 학위를 마치고 Florida 중부에 있는 Tampa 에 직장을 얻어 떠났다.

미국의 남쪽은 사람들의 지적 수준이 낮아서 North Carolina 에서 한 발짝도 더 남쪽으로 가면 안되는데 Tampa 로 가게되었다고 속상해했다. 

그땐 심상하게 들었는데 내가 더 남쪽 끝, Miami 까지 내려와 그것도 수십년 씩이나 살게 되면서 가끔 그애 말이 생각난다. 

병원의 약사들이 바보 같이 굴때, 또 Florida 주가 미국 전체에서 애들 시험 성적이 50등 가깝다고 할때 Dorothy가 하던 말이 늘 떠오른다.


그로부터 얼마후 용한이 (15회) 고물차를 타고 달려와서 나도 짐 다 싣고 Ohio 州로 떠났다.
그때 오하이오 주에서 살고 있던 용한의 운전 경험이 적은데다 이 고물차의 성능도 불안해서 그 먼 거리를 혼자 잘 오려나 걱정했다. 
같이 짐 싣고 떠나면서도 과연 잘 갈수 있을지 또 걱정이 되었다.

차들이 쌩쌩 지나는 고속도로를 조심조심 들어가 살살 가다가도 차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것 같으면 겁나서 얼른 빠져 나와 점검을 했다.

 

한번은 경찰차가 따라와서 세웠다.
특별히 뭐 잘못한것은 없는데 차가 하도 낡아 걱정스러웠던 모양이였다.
브레이크 눌러봐라,  또 이것 해봐라, 저것 해봐라, 한참 해보더니 별 하자가 없으니 그냥 보내주었다.

 

용한이 고물차라 이런 수모를 당한다고, 김 샌다고 투덜댔는데 오하이오 주에 다 들어갔는데 또 무슨 소리가 났다.  

뒤를 돌아다보니 차 밑에서 녹슬은 배기통 (Muffler) 쪼각인지 떨어져 나가 길에 딩굴고 있었다.
우습기도 하고, 속도 상하고, 쓰레기를 길에 버렸으니 미안도 하고...

벌금 내랄까봐 걱정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다시 돌아가 그걸 줏어올수도 없는 노릇이였다.
마침 조용한 길이라 아무도 없으니 그냥 달라뺐다.

 

 -----------------------------------


점심때가 다 되어 유명한 Duke Garden 도 못 보고 나왔다.
미안해서 자꾸 여기 저기 보고 싶다는 말도 할수가 없었다.
우리를 안내하던 인도 사람, Dr. Narula 도 화학 박사로 잠간 동안 듀크에서 교편을 잡았었다고 한다.
교당에 나오는 분인데 오늘 자기가 우리도 안내하고  점심도 산단다.

 

한국 식당이라고도 하고 인도 식당이라고도했다.

한국집이면 오랜만에 순두부 찌개나 먹을까했는데 우리가 아는 전형적인 한국 식당이 아니였다.
여주인은 한국인으로 우리 테이불에 와서 한국 말로 설명을 하는데 세상에 음식 주문이 이렇게 복잡한 집은 처음 보았다.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하나도 못 알아듣고 무조건 사람들만 따라 가보니 한구석에 부페 식당 Salad Bar 처럼

양배추, 양파, 피망, 당근등, 여러가지 싱싱한 야채가 채쳐서 나와있다.

맨끝에는 소고기, 돼지고기, 또 터키가 얼렸다가 면도 칼로 깍은 듯 종이장처럼 얇게 썰어 나와 있었다.

 

밥 공기 만한 조그만 plastic 그릇을 하나씩 주면서 야채와 고기를 원하는 대로 골라 담아 가지고 커다란 철판이
화덕위에 놓여있는곳으로 가져 가는거란다.
그러면 cook 이 슬쩍 볶아서 주문한 쏘스를 얹고 공기에 들은 밥과 함께 테이불로 가져다 준다는 이야기였다.

이런 식당은 한번도 가본적이 없으니 한국말 설명인데도 촌사람인 우리는 하나도 알아들을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쬐끄만 밥 공기에 채썰은 삐쭉삐쭉한 생 야채를 담으려니 자꾸 쏟아져 내려 도데체 담을수가 없었다.
이건 무슨 특별한 technic이 필요한가보다고, 다들 ㅎㅎ 웃으며 무조건 많이만 담으려고 애쓰는데  누가 방법을 말해준다.
우선 그릇 안쪽 벽에 야채를 삥 둘러 울타리 세우듯 담아 놓고 그 다음에 가운데를 채우면 많이 담을수있다고.
그러나 난 이미 다 담았으니 할수없다고 그대로 가져갔다.

게다가 우리는 오늘, 저녁 초대가 있어 점심은 조금만 먹어두어야 한다. 

 

조금 있으니 야채를 다 볶아서 길쭉한 접씨에 담아 하나하나 나오기 시작하는데 저절로 픽 웃음이 났다.
다들 그릇이 너무 작다고 이걸로 되겠느냐 싶어 될수록 꽉꽉 많이 담느라 무진 애를 썼는데 다 볶아서 접씨에 담아 나온것을 보니

너나 없이 상당히 푸짐했다.
게다가 밥을 넣으니 더 많아졌다.

굶어 죽지는 않겠구나.  이심전심, 한깐이 있으니 서로들 쳐다보며 또 ㅎㅎ 웃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집이 무슨 철판 구이식 요리집으로 처음 주문할때 쏘스 spice level 을 물었다. 

Spice는 1번에서 10번까지 있는데 1번이 제일 약하고 10 번이 제일 강하다고.  그런데 Dr. Narula 는 10번을 주문한다.
고추장도 김치도 먹고 사는 우리, 또 고추를 향기까지 유난히 좋아하는 나는 자신있게 그 절반으로 딱 잘라 5번을 주문했다.


드디어 내것으로 볶아 나온 음식을 맛 보았다.  상당히 Spicy 하다.  But I can handle it.
고추로 그냥 맵게만 spicy  한것이 아니라 후추도 들어간것 같고, 형용하기 어렵게 이상한 자극적인 맛이다.
아마 인도식의 향신료도 들어간 모양이였다. 그래서 한국 식당인지 인도 식당인지 자기네도 갈피를 잡을수가 없었나보다.

불어가면서 살살 먹는데 맛은 그냥 괜찮다.

 

그런데 Dr. Narula 는 10번, 그집에서 제일 맵고 강한 쏘스가 들어간 야채를 맨입에 먼저 다 먹는다.

밥은 그대로 두었다가 야채를 다 끝낸후 그것만 따로 먹는다. 

안 보는척 곁눈으로 보는데 그 Tolerance Level 은 가히 주목할만 했다.  


 

값도 별로 안 비싸고, 야채를 잔뜩 넣은 건강식에 맛도 괜찮으니 백인, 흑인, 학생들, 할것없이 식당은 분주했다.
어떤 날은 앉을 자리가 없다고 했다.

다들 우리처럼 그 작은 접시에 야채와 고기를 잔뜩 담아 밑천 뽑을 궁리를 할꺼라고 생각하니 재미있다.    


어쭙잖게 한국 음식만 파는 식당을 열어 손님이 없는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교당 뒷뜰의 가을 





 

 

  • ?
    신상만 2012.12.12 23:49
    인도 음식이 우리 입맛에
    맞아요.
  • ?
    이신옥 2012.12.12 23:49
    아유~ 깜짝이야.
    그래서인지 우리 아이들이 인도 음식을 무척 좋아합니다.

    "도곡동에서" 사진, 잘 보았습니다.
    과연 level 이 다르구나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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