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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 및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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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
2012.11.30 23:32

North Carolina 여행 #3

조회 수 750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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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ke University ( November, 2012 )


Duke 의 추억 계속;



한번은 쎄미나를 했다.   필수과목으로 누구나 이 학점을 따야했다.
난 영어도 짧고, 물론 화학 실력도 짧으니 어떻게 해야할지 참으로 막막한 지경이였다.

 

그런데 그때 우리 group 에 내 동생, 동생 뻘쯤 되는 Sidney Featherman 이라는 아이가 있었다.
남자답게 아주 잘 생기고, 서글서글한 이애는 Montreal, Canada 에서 온 유태인이였는데 그래서인지 다른 남자아이들이 공연히 미워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이애와 친하게 잘 지냈다.

가끔 내 실험 Setup도 해주고 지나다가 툭툭 던지는 말로 idea도 주어서 그걸 좀 깊이 파고드는 공부를 해가지고

순수 화학에 거의 깡통인 내가 이 쎄미나도 하고, 마지막 학위 논문 논술 시험도 무난하게 끝낼수 있었다.

 

쎄미나는 그냥 slide 와 간단한 memo 만 가지고 한시간동안 영어로 즉흥적인 강의를 할 실력이 못되니까 우선 문장 전부를 노트에 썼다.
그걸 딸딸 외어가지고 어두컴컴한 속에서 slide 가 하나 하나 나올때마다 녹음기 돌리듯 이야기를 했다.
지금 생각하면 발음도 전부 틀리는 우수꽝스런 영어였지만 아뭏든 무사히 마칠수 있었다.

 

문제는 그날밤이였다.   그걸 전부 외우느라 며칠 애를 썼고 또 너무나 긴장했던 탓인지 다 끝났다는데도

나는 밤새 똑 같은 이야기를 계속 떠들고 있었다.
이 현상은 며칠을 두고 계속되었다.
한번은 외우느라 애를 썼고 그 다음에는 그걸 기억속에서 지워버리느라 한참 혼이 났다.   기이한 경험이였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Linda 라고 Texas에서 온 친구도 꼭 나처럼 전문을 써서 외어가지고 했단다.
영어가 되는 아이가 왜 나처럼 했을까 의아했는데 아마도 너무나 걱정스러웠던 때문인것 같았다. 
나는 문장을 다 써서 외워가지고 한것이 항상 좀 마음에 걸리다가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조금 위로가 되었다.

 

Howard University 에서 급작스럽게 2년 공부해서 어떻게 석사 학위라고 받고 왔을뿐 화학에 기초가  많이 부족하니까
가끔 그 알량한 실력이 들어났다.
Sidney 는 하도 기가차서 다들 들으라고 큰 소리로
 "She doesn't know anything!!!" 하고 난리를 쳤다.


그러다가도 내가 온갖 Common Sense 와 얄팍한 지식으로 똘똘한 한마디를 하면 " Ok~  She knows something."
그러다간 또 "She doesn't know anything!"

 

자신의 실력을 너무나 잘아는 나는 ㅎㅎ 웃었다.
사실 기초 화학 실력은 고교때 배운것이 전부이고 약대를 들어가니 벌써 전문 분야가 시작되어

자연과학 개론, 정성, 정량 분석, 유기, 무기 화학, 약효학, 생약, 본초학, 위생보건학, 등... 

온통 약(藥)을 염두에 둔 응용과학 ( Applied Science ) 이니 정성, 정량 분석외에는 화학과에서 공부하는 것과  많은 차이가 있었다.
 

미국에 와서 처음엔 또 약대를 간다는걸 상상도 못했다.
약대는 한국에서 실컷 다녔는데 왜 또 가나?
게다가 약대는 자기 돈을 내며 다녀야했다.
그때 화학과는 돈도 주고, 문도 넓어 우선 미국이라는 나라에 오고 싶은 사람에겐 아주 좋은 기회였다. 

 

처음 Howard University 에 가보니 대학원도 아니고, 대학생들이 배우는 기초 화학도 내게는 많이 생소했다.
대학교때 공부를 게을리한 내 책임도 있지만 한번 들어도 못본 것을 그들은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공부하고 있었다.
Orbital, Nuclear Magnetic Resonance (NMR, 지금 의학에서 많이 쓰는 MRI 의 시초다) 등, 공부하는데 모두가 내겐 금시초문이였다.
      
대학원생으로 장학금도 받으며 버젓이 들어간 나는 처음엔 시험만 보면 죽을 쒔다. 

그러나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어 거기 대학원생, 한국 남자분이 한분 계셨다.
그분은 내게 중국집에서 맛있는 저녁도 사주고,  가정교사처럼 급하게 많은것을 가르쳐 주셨다.

 

그 한국분의 유태인 지도교수가 가르치는 유기 화학 성적이 처음엔 억망이였다.

그래서 그 교수가  이 한국인 대학생에게 왜 내가 그렇게 죽을 쑤고있느냐고 물었단다.
이유가 영어 때문인지 화학 때문인지 물었다는 거다.

 

나는 얼른 영어 때문이라고 둘러대었다.
만약 화학때문이라고 한다면 다음에 오는 한국 학생들에게 폐가 될것이 뻔하기 때문이였다.
사실 영어는 아무리 짧아도 처음부터 큰 문제가 되진 않았는데 화학은 솔직히 거의 전부가 처음 듣는 이야기 뿐이였다.

 

그냥 읽고, 이해하고, 암기하는 생화학은 훨씬 나아서 혼자서도 어렵지 않게 해냈으나 유기화학은 어려웠다.
그때 홍콩에서 화학과를 나온 아이들이 세명있었는데 거기선 영어로 된 교과서를 쓰고, 또 기초가 있으니까 그들은 문제가 없었다.
나 혼자만 답도 물론 못할뿐더러 그 애들이 칠판에 나와 답을 써도 이게 맞는건지 틀린건지 가늠도 할수 없으니 참으로 황당했다.

 

그때 내 지도교수가 대학생들을 가르치는 유기화학 시간에 명색이 대학원생 조교로 앉아있는데 난 일일히 노트에 적으며 그애들과 같이 공부했다.
모두 값진 정보. 아무도 눈치 못채게 얼른, 얼른 소화 시켜야했다.
옆에 앉았던 고약한 인도 여자 조교가 나는 그걸 그렇게 노트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지만 개의치 말라고 했다.   

 

다행히 유기화학 성적도 조금씩 나아져서 끝날때 쯤에는 상위권에 들수 있었다.
그때 시험 답안지를 지금도 가지고 있는데 처음엔 억망진창, 개발새발 꼭 무슨 연습장 같다가 시간이 가면서 차츰 정돈되어
시험 답안지 모습을 갖추고 있다.

볼때마다 혼자 웃는데 이때 잠간 배운 NMR, stereochemistry 실력이 듀크에 가서 한번 빛이 났다.

 

"Natural Product"를 가르치는 백인 교수, 지금은 이름도 잊었는데 아주 까장까장, 까다롭기로 소문난 사람이였다.
NMR, Stereochemistry 에 관한 첫 시험을 보았는데 그 알량한 실력으로 뜻밖에도 내가 최고점을 받았다.
교수는 내가 무슨 큰 실력이나 있는줄 알았고, 다른 사람들도 많이 놀랐지만 실은 나도 놀랐다. 
시시하게 여기던 Howard University 가 사실은 꽤 실속있게 잘 가르치는 대학이였다는 것. 

또 다른 여러 대학에서 제대로 정규과정을 거쳐 대학원에 들어온 많은 미국 아이들이 이 분야에 실력이 나만도 못하다는 사실.

놀라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 교수의  다음 시험들은 최고점은 아니였지만 그냥 상위를 유지하며 끝이나니 교수님은 내가 자기 Group에 들기를 은근히 원했다.

그러나 밤낮으로 실험에 몰두해야하는 그 분야는 내 능력, 실력으로는 역부족임을 잘 아는 나는 그 교수를 택하지 않았다.

몇년후 그때 과장이셨던 Dr. Quin 과 학위를 다 끝내고, Durham을 떠나기 바로 전에 인사를 하러갔다.

Ohio에 있는 약대를 일년 다녀보기로 결정했다니까 그는 누가 그런 조언을 했느냐고 벌컥 화를 내셨다. 
But it was entirely my choice. 

 

그때 우리 년배쯤 되는 젊은 교수와 Photochemistry 로 학위를 따볼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이 사람은 Harvard 대학 출신으로 한마디로 오만,  그 자체였다.

그는 사람들이 농담으로라도 Duke를 "Southern Harvard" 라고 부르는 것이 너무 싫어 진저리를 쳤다.

 

한번 그 사람의 강의를 들으며 시험을 보았는데 "Yes or No" 로 대답하는 문제를 잘못 채점을 했다.

이러고 저러고 할것도 없이 정답이 Yes 인 문제에 내가 분명히 Yes 라고 썼는데 틀렸다고 감점을 한것이다.

똘똘한 사람도 이런 실수는 가능한것이다.

들고 가서 채점이 잘못되었다고 고쳐달라고 하니 절대로 못 고친다는 것이다.

이유도 없고, 한번 채점한것은 다시는 못 고친다는 그 자신만의 불문율 ....  자존심 때문인지도 모른다. 

정나미가 뚝 떨어져 그때부터 다시는 그 교수를 상대하지 않았다.

 

 

 



 세계 최초로 인간비행 (人間飛行)을 시도한 Wright Brothers.

The 12-second, 120-foot flight was successful at Kitty Hawk, North Carolina on December 7, 1903.

  


교당 뒷집 풍경







Terry Sanford

1961-1965  North Carolina 주지사

1969-1985 Dunke 대학 총장

1987-1993  미국 상원 의원

 

내가 1970년 부터 1974년까지 이 학교를 다닐때 총장이셨다.

 

 

  








  • ?
    신상만 2012.11.30 23:32
    신옥씨의 글을 읽으면
    항상 즐겁습니다.
    이건 아부가 아닌데...
  • ?
    이신옥 2012.11.30 23:32
    항상 좋게 보아 주어서 감사합니다.
    지금도 다복하시고, 앞으로도 복 많이 받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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