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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
2012.11.16 04:58

North Carolina 여행 #2

조회 수 845 추천 수 0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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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rth Carolina 지도의 Chapel Hill, Durham, Raleigh


 

11/2/12 (금)

 

새벽 6시, 마당으로 나가 법당 가는길. 지붕위에 서리내린 싸늘한 아침이다,
음력 열아흐레 이즈러진 달이 새까맣고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휘영청 밝고 새벽 별이 총총하다.

 

어젯밤, 지하실 방에서 불가마에 들어간것처럼 정신없이 잤다.
오리털 같은 이불에다 커다란 돌맹이 모양의 불가마를 전기로 데워 끼고 잤다.

마이아미에선 아직도 좀 후덥지근해서 한 두세번은 깨는데 어젯밤엔 굴속같이 캄캄한 속에서 아주 잘 잤다.

 

한시간이 걸려 새벽 기도와 선, 간단한 요가 체조.
아침은 집에서 만든 요구르트에 온갖 nut, berry, 또 Blueberry Pancake 등등, 호화스럽다.
 
아침 10시, 대망의 Duke 대학 行이다.
교당에서 나와 길 양옆의 나무들, 숲, 집들이 있는 언덕진 시골길을 지나 고속도로로 나왔다.
한 20 여분 달려 Durham, N.C. 에 닿았다.

 

무려 38년 만의 귀향,  하늘은 잔뜩 흐리고 싸늘한 늦가을 날씨다.
대학 정문 앞에 도착했으나 모든것이 가물가물하고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행히도 그 유명한 Chapel 이 방향을 잡아준다.

나는 매일 그 앞에서 뻐쓰를 타고 학교와 기숙사를 오고 갔다.

어느때는 diet 한다고 뻐쓰 길을 따라 걸어서 학교를 가면 사람들은 내가 뻐쓰 놓친줄 알고 Ride 준다고 차를 새우곤했다.

나는 아침부터 이렇게 많이 걷고 나면 지쳐 떨어져서 실험실에서 일을 할수있을까 걱정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걷는 운동은 이상하게도 더 힘이 나게 해서 오히려 하루 종일 피곤한줄 모르고 일을 할수 있었다.  

 



Duke University Chapel




James Buccanan Duke  ( December 23 1856-  October 10 1925 )

지금은 100% 금연이 되어버린 Campus 에서 손에 Cigar를 들고 있는 것이 옥에 티다.

  이 분은 장차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했을꺼다.

여기는 담배 재배로 유명한 곳이였는데 지금은 담배 대신 고구마, 콩, 옥수수 따위를 심는다고. 


아뭏든 나는 이런 좋은 대학이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뽑아주고 또 4년간 장학금까지 준것이 너무 고맙다.











고풍스럽고 귀족적인 학교 건물


그땐 몰랐는데 이곳 대학생들은 고교에서 성적이 우수한, 유복한 집안의 자제들로 졸업후 대개 하바드 같은 곳의 법대, 의대 진학을 희망한다.

나는 실험실 조교로 있으면서 이애들 Lab Report 채점을 하는것이 일이였다.

다들 꼭 A를 받으려고 겨우 실험 한번하고도 대여섯장의 긴 Report를 써서 그걸 읽느라고 몹씨 지겨웠던 기억이 난다. 












 Chapel 내부




Chapel 안에 들어가 보았다.

가끔 일요일이면 여기 오곤 했는데 어느 해 부활절, 왼쪽 앞에서 서너줄쯤에 앉았던 기억이 난다.
부활절이라고 갑자기 아이들, 여자들이 화려한 분홍색, 연보라색의 Spring dress, Hat 으로 치장하고 잔뜩 몰려와 성황을 이루었다. 
 

그때 내가 앉았던것 같은 붙박이 나무 의자를 만져보는데 갑자기 눈물이 핑 돈다.

차도 없고 운전도 못하고 한국 사람도 거의 없어 무척이나 외로웠던 기억.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4년을 견뎌냈는지 모른다.  왜 바보같이 그걸 꼭 견뎌내야만 한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가만 있으면 돌아버릴것 같았다.
그러면 엄마가 와서 나를 집으로 데리고 갈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도 아니고 초등학교도 못 나오신 엄마가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오셔서 나를 데리고 가실까?
그래도 늘 엄마가 오실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엄마는 내가 결혼도 않고 학교만 오래 다니고 있으니까 공부 못한 당신의 평생 한(恨)을 내가 다 풀었다고 하셨다.
그 한은 이제 다 풀었으니 제발 시집을 갔으면 좋겠다고 상성이셨다.
절마다 다니며 빌으셔서 결국은 지금 이렇게 불교하는 사람을 만났는지도 모른다.

 

그때의 지도 교수 Dr. Quin 이 지금도 여기 사신다고 해서 찾아 뵐까도 했다.
그러나 우리를 안내하던 분이 안되겠다고.  지금 90세를 넘겨 너무 연로하셔서 아무도 만날수가 없으신것 같았다. 
내가 너무 늦게 찾아온 탓이다.  무척 죄송했다.

 

주차장은 많이 변했어도 Chemistry Building 의 외형 모습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내가 다닐때는 이 건물이 막 새로 지은 것으로 깨끗하고 고급 호텔처럼 Lobby 에 빨간 카펫이 깔려 있었다.
주립대학은 대개 좀 가난해서 구질한데 여긴 돈많은 사립대학으로 실험실도 하나 하나 아주 깨끗하고 편리했다.

 

학생들, 교수님들이 전부 백인으로 서로가 날카로운 경쟁 상대가 되어 나는 항상 뱃속이 꾸룩거리고 편치 않았다.
그래도 Dr. Quin 의 group, 대여섯명 남자 대학원생들은 내가 단하나 여학생이라고 무척 관대해서 같이 party도 하고,
멀리 배 타고 바다 낚시도 하고.  가끔 재미있게 보냈다.

 

그때 멋 모르고 한번 바다 낚시에 따라 갔다가  멀미가 나서 혼이 났다.
남학생들만 잔뜩 있는데 공연히 여자가 하나 따라와서 구질구질하게 토하고 난리치면 그게 무슨 꼴인가?
아예 오질 말던가.  간신히 참느라 혼이 났는데 아뭏든 그때 십년은 감수했다.

 

얘네들은 자기들도 속이 미식거리니까 아침도 못먹고 얼굴은 찡그리고 바다만 쳐다보며 가는데

한 세시간 걸려 잡은것이 겨우 Spanish Mackerel 이라고 고등어 종류뿐이였다.
이 생선은 어떻게 맛도 없고, 뜨악해서 다시는 바다 낚시 같은것 안 따라 가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다가 얼마후 과(科)에서 학교 근처에 있는 커다란 호수에 놀러갔는데 Dr. Quin 이 "뽀트 탈 사람" 하기에 바다 낚시건은 깜빡잊고, 

"Me, Me, Me! " 제일 먼저 탔는데 또 어찌나 멀미가 났던지...
이때부터 나는 배 멀미를 자주 한다.

   

그땐 파티를 하면 다들 내가 만드는 만두나 생선같은 동양적인 음식을 좋아해서 나는 main dish를 맡고, 내 방짝은 dessert 와 술을 맡았다.

트럼프를 가지고 "나이롱 뽕" "또이 또이" 같은 께임도 내가 소개해서 재미있는 파티를 했다.

진 사람들이 재빨리 손을 차곡 차곡 얹으면 이긴 사람이 맨 위에서 딱 때리는 것이 벌이라고 가르쳤다.

자기네는 익숙치 않아 자꾸 지고, 맞아야하니까 무슨 이런 야만인 같은 께임이 있느냐고 불평하던 기억...    바로 어제일 같다.   

 


 

  • ?
    정성자 2012.11.16 04:58
    음력 열아흐레 이즈러진 달이
    새까맣고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휘영청 밝고
    새벽 별이 총총하다
    햐~~ 좋구나!!!

    학교건물이 고풍스럽게 멋지고
    그 옛날 네가 다니던 학교라서 더 유정하게 느껴진다
    감회가 새로운 추억여행 잘 했네요
  • ?
    이신옥 2012.11.16 04:58
    친했던 친구들에게도 털어놓을 기회가 없었던 이야기를
    이 싸이트가 있어
    옛날 다니던 학교 사진까지 넣어 올리게되니 나도 기쁘다.

    어느 교당엘 가도 교무님들이 자꾸 날보고 소녀 같단다.
    자꾸 옛날 이야기를 해서 그런가봐.
  • ?
    신상만 2012.11.16 04:58
    Duke 대학도 좋고
    나이롱 뽕도
    좋지요.
  • ?
    이신옥 2012.11.16 04:58
    그렇지요?

    그때는 아침이면 화투로 재수도 떼보고, 나이롱 뽕도 많이하고... ㅎㅎ
  • ?
    박초미 2012.11.16 04:58
    1976년에 Smoky Mountain에 갔다오는길에
    Duke 에 들려서 너와 김충섭씨를 생각하면서
    학교 구경을 잘하고 왔었다.
    세월이 참 빠르구나.

    지난 10일 부터 Portland ME 근교, Falmouth ME 에 와있어
    오는길에 Charlotte, NC 에서 비행기를 바꾸어 탔는데
    낙엽들이 이미 퇴색이 되여서 낙엽 구경은 하지못했어.
  • ?
    이신옥 2012.11.16 04:58
    여행중이구나.

    1976년이면 우린 벌써 떠났지.
    김충섭씨는 내가 그곳을 떠나기 한 일년쯤 전에 서울로 갔을꺼야.

    NC 는 남쪽이라 북쪽같이 강렬하게 불타는것 같은 단풍은 아니더라.
    ME 에서 단풍 실컷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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