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0회 가을 단풍축제
낙엽귀근(落葉歸根)하여 생별의 진리를 풍월하는 심곡암 너럭바위의
무정설법을 들어야 할 계절입니다.
운문(雲門 864~949)선사에게 낙엽 떨어지는 소식을 물었습니다
"체로금풍(體露金風)이니라,
나무의 본체가 들어났고 천지엔 가을바람만 가득하겠지"
라고 설하신 법문의 의미가 새로운 때입니다.
자연의 무정설법과 불심과 예술을 함께 펼쳐내는 유정의 설법들의 환희는
다년간 심곡암을 사랑하여주신 여러분들의 동참의 향연이며 법석이 되어왔습니다
금년에도 늘 변함없이 북한산 형제봉 아름다운 품속에서 불심 자연 예술이 하나되는
심곡암 단풍축제는 현실속에 전선미를 구현하고
현실 정토를 염원하는 우리 모두의 한마당이 될 것입니다
만추의 향연인 단풍축제에 동참하신 모든 분들의 삶이
꽃단풍처럼 풍요로워 지길 기원드립니다
*****
10월의 마지막 일요일인 27일이었습니다.
며칠전부터 산사음악회를 알리는 현수막을 보면서
요번에도 놓치지 말고 가서 보리라 마음을 먹고 있었습지요.
지난봄에 처음으로 참석하고 감동을 많이 받았었거든요
그런데
전날 빡센 용문산 산행에서 얼마나 용을 썼던지 하룻밤 자고낫더니
여기저기 쑤시고 뻐근하고
옴짝달싹은 커녕 그냥 퍼질러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인지라
'가지 말까?'
나 안간다고 서운해 할 사람도 없구만~
그렇게 한참을 밍그적대다가
보나마나 안가면 나중 후회를 하겠지 싶어 떨치고 일어났습니다.
북한산 자락에 있는 심곡암은 계속 오름인데다
깔딱도 있는 그리 만만한 산길이 아니라서
한참을 낑낑거리며 오르고보니
이미 시작을 햇더라구요
앉을 자리도 없이 빽빽하게 대중들로 야단법석인 가운데
1부 행사인 육법공양이 한창 진행중이엇지만
지난 봄에 와서 봤으니 건너뛰기로 하고 점심 공양부터.
네~ 염불보다 잿밥 맞습니다 ㅎ ㅎ
국수와 떡으로 배를 채우고 뜨근한 연잎차도 대접받으니
이렇게 황송할 수가
속으로 '오길 참 잘 했네'
제 2부 행사로 노래와 국악이 어우러진 흥겨운 잔치마당에
시간이 지날수록 등산을 마친 산객들이 점점 늘어나
지난 봄보다 더 성황을 이룬걸 보며 소문이 꽤 났구나! 싶더군요
출연자와 청중들이 하나가 되어 함께 손뼉치며 노래하며 즐기는동안
조그만 산사에는 가을이 소리없이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염불소리와 목탁소리 대신 음악회를 열어
대중들의 심신을 달래주고 잠시 삶의 고단함을 잊을 수 있게 해주니
그저 고맙고 감사해서 두손이 저절로 모아지더이다.
이 가을이 결코
쓸쓸하지도 외롭지도 않은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맹워리가
산 입구에 걸린 음악회 현수막
육볍공양(향, 초, 꽃, 떡, 과일, 차) 을 하고 있습니다.
사회자 여현아 아나운서
김영배 성북구청장님의 인사말
심곡합창단 (지휘 문명하)
육이비의 월후 연주
프리즘 메인싱어 정지은
박희진 의 '산사에 올라'
소프라노와 테너 혼성듀엣
진명스님(대한불교 조계종 문화부장)의 시낭독
장은선의 거문고 연주
유기준의 대금연주
거문고와 대금의 합주
심곡암 주지 원경스님
야운의 '꽃들이 만발한 이곳에' 외
이동원의 '향수' 와 '가을편지' 외
박자 맞추며 즐거워하는 대중들
차공양 하는 보살님들 고맙기도 하셔라
낙엽진 산사 뜰에서 망향을 듣고 또 거기다
국수에 떡에 차 공야까지 잘 받으시고,
심곡암 가을 음악회에 잘 다녀 오셨습니다.
작년 이맘때 맹월님 심곡암 얘기 들었는데,
내년엔 저도 함께하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