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문수회
문수회
Kakao
조회 수 205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09년 8월 12일 (수) 오전 11시

 




햇볕이 따가우면 양산을


비가 오면 우산을 들고




 

넓은 서삼릉도 관람하고




자작나무 가로수길을 걸으며


 

말들의 뛰노는 모습도 보고




보리밥에 열무김치로 점심을 먹으며


 

문수회 모임에 참여해 봅시다




 

 







 
서삼릉 가는 길. 지하철 3호선 삼송역


(종로3가에서 대화 방향으로 11번째역)에서


내려 택시나 마을버스 타고 10여 분.


늘씬하게 올라간 나무 사이로 길이 시작된다.




그물처럼 촘촘한 나뭇잎을 뚫고 들어오는


햇살이 영롱하다. 하늘은 화창하고


나무는 아직 초록 일색이지만 눈 앞에 펼쳐진


가을 풍경은 이제 노란 빛 수채물감을


덧바른 듯 애잔하다.




조선영상미디어 김영훈기자 (블로그)


adamszone.chosun.com


소설가 전경린의 '걷기'


길은 내게 권한다…

덜 원하고,

더 자유로워지라고



 

오늘은 혼자 걷고 싶다. 이런 계절, 이런 날에는 혼자여서 더 좋다.

지금 입고 있는 옷 그대로, 그저 발 편한 신발만 꿰고 나가자. 걷자.

그냥 걷는 거다. 계절이 더 황량해지면 너무 외로울지 모른다. 단풍이

더 진해지면 정신 산만할 지 모른다. 타박타박 걷는 것이,

그냥 걷는 것이 딱 좋을 때는 바로 지금이다.

 

걷는 일은 매번 신비롭다. 공기 속에 팔을 저으면 겨드랑이 사이에서


퇴화된 부력의 기억이 되살아날 듯 하고 발바닥은 몸무게를 고르게 싣고


지표면에 더 넓게 닿기 위해 오리의 발처럼 활짝 펴진다. 새 걸음이


다른 걸음을 밀어내고, 지나가는 걸음마다 내 이름을 지우며 껍질처럼


몸에서 떨어져 나간다. 그래서 나는 이내 무명의 존재가 되어버린다.


모든 길은 내 곁의 아주 먼 곳이다.


  


나는 5년 째 인왕 산 바로 밑 오래된 아파트에 살고 있다. 몇 년 전 집을


구할 때, 어디에 살든 어떤 집에서 살든, 결국 내가 평생 있을 곳은


작업실이란 것을 깨닫고 정한 집이다. 높은 암벽 위에 축대를 세우고


지은 데다 5층이어서 앞으로는 구름 위에 뜬 듯 서울 시내의 정경이


 한눈에 보이고 뒤로는 자연 학습장과 산림욕길, 약수터를 안고 있는


공원이다. 해마다 여름부터 초겨울까지 코스모스와 닮은 주황색 꽃 무리가


맞은 편 동의 축대를 뒤덮는다. 꽃은 돌아올 때도 돌아갈 때도, 넋들 같이


홀연하다. 바라보고 있으면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주황색 꽃송이가 점점


더 많아지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힌다. 그 곁에는 며칠 전 줄기차게 내린 비로


작은 폭포수가 암벽 위로 흘러내리고 아파트 주민들이 가꾸는 손바닥만한


밭마다 푸른 배추가 가지런히 자라고 있다. 그 뒤로는 아카시아 나무들과


밤나무, 참나무, 소나무와 팥배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운 잡목 숲이다.


그 숲엔 지금 눈처럼 흰 등골나물 꽃과 보라색 꼬리 풀꽃이 쑥부쟁이나


소국 같은 국화 류의 잔 꽃들과 함께 지천이다. 
 


늘 오르내리는 계단 발코니에서 암벽들과 나무들 사이로 언뜻 언뜻 드러난


숲길이 보인다. 산수유와 진달래, 산 벚꽃이 차례로 피고 지는 꿈속 같은


봄날이나 초록 잎사귀들이 새로 찍은 동전들처럼 반짝이는 푸른 초여름,


붉고 노란 나뭇잎들이 비누방울처럼 가벼이 날려 떨어지는 늦가을과 눈이


쌓여 얼음 냄새가 나는 겨울의 숲길……. 
 


길에 반응하는 내 걷기는 늘 충동적이어서 아무 목적도 없다. 마음의


고집으로 묶었던 몸을 열고 집을 나서면, 그때서야 뱉어내야 할 숨이


목까지 차 올랐다는 것을 깨닫는다. 길은 여러 갈래여서 사람 사는 숨소리를


들으며 아랫마을의 좁고 긴 골목길을 걸을 수도 있고 숲길을 오를 수도


있지만 요즘 같은 계절에는 아파트 위의 자하문 위에서 북악 스카이웨이로


연결되는 인왕 스카이웨이를 걷는다.



요즘의 산은 길을 뒤덮는 무성한 팽창의 계절을 지나 쇠락의 계획 앞에서


망설이는 자세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불만의 검은 초록이 버거워 나는 산의


사생활을 모르는 척 피한다.



집을 떠난 지 불과 10여분 만에, 내 의식은 그 옛날 고향을 떠나 하루


삼십 리씩 객지를 걷는 무명의 나그네만큼이나, 훌쩍 먼 곳에 이른다.


걷다가 신발들이 좁은 현관을 가득 채운 길갓집의 빠듯한 살림을 들여다


보기도 하고, 높은 담 너머에서 들려오는 짧은 말 몇 마디로 사람살이의


정황을 헤아려도 본다.




우연히 누군가를 부르는 외침과 대답을 들으며 모르는 사람의 이름 하나를


알게 되고, 약수터를 만나 목을 축이기도 하고 산길 가에 앉아 땀을 식히다


졸음에 겨우면 꽃 지는 나무에 얼굴을 대고 잠시 눈을 붙이기도 한다.


그런 때 문득 삶이 내게 허용해 줄 절대량을 알 것 같고 어떻게 행복해져야


하는지도 알 것 같다. 덜 원함으로써 자유로워지라고, 길은 내게 권한다.






소설가 전경린


*****      *****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4 흙뫼회 안개낀 갑산에서 힘든 산행을 하다 1 이강섭 2009.08.09 2075
73 한성백제박물관 / 문수회 여름나들이에서 2 정성자 2012.07.12 1562
72 청평사의 창건과 역사 이강섭 2009.05.24 2592
71 육십여년만에 "이화장" 에 가 보니~~~ 최문자 2009.12.10 1894
70 오늘의 문수회 -2024.02.14.- file bugo13 2024.02.14 66
69 어제의 한글날에~문수회는~ 최문자 2013.10.10 929
68 어제는 "A. Rodin" 전도 보고~ 최문자 2010.08.12 3083
» 수요일 우리 자작나무길을 걸어봅시다 8/12 이강섭 2009.08.10 2055
66 소프라노 강혜정 리사이틀 정성자 2017.09.28 742
65 서울숲 -- 문수회를 따라가서- 2016.10.12 3 나길웅 2016.10.14 600
64 서울 (2016) #11 --- 문수회 김제 여행 7 이신옥 2017.08.31 1112
63 문수회의 원주 성황림, 박경리문학관 탐방 3 나길웅 2016.11.11 684
62 문수회를 따라 나선 안동 하회마을 길 2 나길웅 2018.04.15 647
61 문수회를 따라 / 전북 완주 대아수목원 3 정성자 2014.05.16 1217
60 문수회를 따라 / 완주 송광사 3 정성자 2014.05.18 872
59 문수회를 따라 / 오스갤러리와 아원 2 정성자 2014.05.18 2090
58 문수회를 따라 / 법흥사 적멸보궁을 가다 2 정성자 2014.03.15 1357
57 문수회를 따라 / 문경새재를 넘은 이야기 하나 1 정성자 2013.10.12 940
56 문수회를 따라 / 문경새재를 넘은 이야기 두울 3 정성자 2013.10.15 888
55 문수회를 따라 / 명주사 고판화박물관과 한솔뮤지엄을 가다 4 정성자 2014.03.17 1670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