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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6 12:59

눈꽃 산행 이야기

조회 수 1487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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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건진 한장 팔각정 모습입니다.


사진 찍는 사람들 대단하지요..손이 엄청 시린데


강섭씨가 찍은 설화


영준씨는 왜 이리 추워보이는겨?...


        2011년 1월 22일 토요일
        덕유산 눈꽃 산행을 하기위해
        6시도 채 안 된 이른시각에 집을 나섭니다.

        어둠이 가시지않은 어둑한 하늘에선 가는 눈발이 나풀나풀 춤추듯 내리는데
        살폿이 눈 쌓인 새벽길에 눈꽃을 보러간다는 설레임을 안고서
        아무도 밟지않은 눈길에 내 발자욱을 처음으로 남기며 걷는 기분이라니~!
        좋았다는 말 한마디로는 표현이 안되더이다.

        한편으로는
        2006년 겨울에 다녀 온 덕유산에서의 그 황홀하고도 강렬한 느낌을
        다시 또 갖게 되려나 은근히 기대를 하고 떠난 여행이기도 했습니다.

        연일 다락같이 추웠던 날씨가 조금 누그러진듯한 주말.
        27명의 친구들을 태우고 기세좋게 달리던 버스가
        무주로 들어서면서부터 거북이 걸음인것에는 그닥 실망도 안했습지요.
        뭐 그려려니..
        오늘이 학교도 쉬는 토욜이 아니던가?
        시즌을 즐기는 스키어들과 나들이차들이 몰리는것은 당연지사.

        버스에서 내려
        무주리조트 곤돌라 승강장으로 올라오니 구름같이 몰려있는 사람들.
        줄을 따라 길게 늘어선 사람..사람..사람..
        사람에 치여 이리 밀리고 저리 쏠리고 난리도 아닌데
        어렵게 구한 우리들 입장권에 찍힌 번호는 3306
        그 시각 곤돌라는 타는 사람들의 번호가 2000번대.

        8명이 정원인 곤돌라가 도대체 얼마를 실어날러야 우리차례가 올지
        나쁜 머리로는 계산도 안되더라는...
        어쩝니까요~
        기다리는일 외에 다른 뾰족한 수도 없으니
        건물안으로 들어가 추위나 피하자고
        휴게실인지 식당인지 모를 허름한 옆건물로 들어가니
        햐~~~
        밖에 있는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치는겁니다.

        대목장 보러 온 돗대기 시장도 아니고 내 참 기두 안차서..
        에효~
        지루하게 기다린 시간이 대체 얼마인지.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드뎌 우리차례.
        ♪ 루루라라
        곤돌라에 흔들리며 환상의 눈꽃을 감상하며 설천봉(1.525m)을 올라가는 그 짜릿한 기분.
        그러나 그 달콤함은 너무도 짧아 단 15분만에 끝이나고..

        곤돌라를 내리니 추위가 장난이 아닌데다 눈보라까지 불어대니 이건 완전 북극입니다.
        흐린 하늘을 배경으로 허옇게 얼어붙은채 서있는 팔각정을 보니
        으스스 한것이 더 추운것같고
        눈과 얼음으로 치장을 한 설천봉레스토랑안 역시
        추위를 피해 들어 온 사람들로 발디딜틈이 없으니 도루 나올 수 밖에.

        살을 에이는 추위 맞습니다.
        잠시 서 있기도 힘든데다 너나없이 털모자에 복면까지 뒤집어쓰고 보니
        누가 누군지 이사람이 그사람 같고
        자칫하다간 미아 되기 십상이라~

        어찌되엇든 향적봉까지 올라는 가야지요.
        몇겹으로 껴입은 옷에 서둘러 아이젠을 차고 단단히 차비를 하니
        추위가 뭐 대숩니까 에베레스트도 안 무섭다인데
        칼 만 안들었지 복면 쓴 강도요
        만주로 독립운동 떠나는 독립투사 같기도 한 모습에
        서로 쳐다보고 웃습니다.

        쌓인 눈이 1m 이상은 되는듯 했지만
        오르는길은 딱 두사람이 지나갈 수 있게 다져놓은 왕복 2차선
        한줄로 오르고 한줄로 내려오고..

        가끔 불어오는 눈보라가 시야를 가리긴해도
        양옆으로 키작은 구상나무며 주목에 핀 눈꽃 감상해야지
        사진기에도 담아야지 툭하면 정체가 되지만
        다들 마음이 너그러워 지는건 너무도 고운 눈꽃때문이라고.

        20여분 눈길을 걸어 올라 온 향적봉(1.614m).
        덕유산의 최고봉에 올라섰으나 내 주위만 빤~ 할뿐
        안개와 눈보라속에 하늘과 산의 경계는 온데간데가 없으니
        날씨탓을 할 밖에.

        하루 한시도 같은 얼굴을 보여주지않는 산에서
        6년전 그때의 그 감동과 기쁨을 찾는다는것은 어불성설인걸
        이제야 깨닫는 맹추댁입니다.

        사진기마져 날씨덕을 보는건가~ 이런 된장!
        작동이 안되니
        몇번 시린손을 불어가며 시도하다가 포기하고
        실컷 눈으로 보고 마음속에 담아가자고 보고 또 보고
        아무리 봐도 질리지않는..
        안보면 후회하는 향적봉 설화입니다.

        시간도 많이 흐른데다 날씨가 추워 곧장 하산하는데
        내 언제 또 너를 보러 오게 될것인지 기약이 없으니
        못내 미련이 남아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게 되더이다.

        그 많던 사람들이 다 어디로 사라진걸까?
        하행하는 곤돌라는 기다릴것도 없이 타게되니 거 참..

        곤돌라 승강장을 빠져나오는 우리귀에 들리는 마이크소리
        "7000번 손님들 탑승 준비하세요"
        헐~

        추운날씨와 긴~ 기다림 등등..
        어려운점이 많았으나
        함께 황홀한 설화를 감상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이강섭 회장님 고맙습니다.
        첨부터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그대 모습이 눈꽃처럼 아름답더이다.

        늘 그럿듯
        우여곡절을 겪으면 겪을수록
        그 여운이 오래간다는걸 잘 알기에
        이번 여행도 오래오래 기억속에 남을것 같습니다.

        겨울이 깊어가는 이맘때 한번쯤 찾아 가
        환상적인 항적봉 설화를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단 주말은 절대 피하시기를...

        추운날씨에 모두들 몸조심 하세요

        맹워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