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hia Honda State Park in Lower Keys
나는 게 (Crab)를 무척 좋아한다. 알고보니 남편도 무지 좋아한다.
사실 게는 먹기 번거로운것을 빼면 싫어하는 사람이 드물꺼다.
딱 한사람, 여기 병원에서 만난 한 백인 아이는 냄새가 고약하다고 싫어했다.
이런 아이들은 대체로 다른 생선들도 싫어한다.
나는 연한 미나리 장아찌와 blue crab이 한창이던 한국의 늦은 봄이 늘 생각난다.
오월 초, 아버지 생신이 다가오면 엄마는 무슨 음식을 준비할까 걱정을 했다.
나는 턱밑에 앉아서 "엄마, 게요, 게." 하고 게를 요리하라고 했다.
엄마는 "그건 너나 좋아하지" 하고 말했으나 정작 때가 되면 게와 미나리 무침도 상에 올랐다.
사십여년전 미국에 처음 와서 Washington D.C.에서 살때였다.
가끔 한시간쯤이나 떨어졌을까한 바닷가 Point Lookout 이라는 곳에 게를 잡으러 갔다.
나의 방짝 명순씨, 옆집의 형부 친구인 엄 선생님 부부, 또 대학에서 만난 노총각 오 선생님, 모두 다섯이 갔다.
한적하고 깨끗한 바닷가에 준비해가지고 간 살도 붙어있는 생닭 뼈를 긴 끈에 매어 던졌다.
여자들 셋은 이 줄 하나씩을 잡고 서 있는다.
닭고기 냄새를 맡은 게들이 모여들어 따짝따짝 고기를 뜯어 먹으면 팽팽한 줄에 아주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엄 선생님, 오 선생님, 저 이상해요."
이상하다는 말의 語感이 또 이상해서 말해놓고는 다들 깔깔 웃었다.
남자들은 채를 가지고 와서 고기를 뜯어먹고 있는 게들을 잡아 올렸다.
그렇게 한번 가면 욕조로 절반은 될만큼 많이 잡았다.
그런데 바다에서 먼 시골 출신 명순씨와 미세쓰 엄은 게요리를 잘 모르는것 같았다.
집에서 엄마하는것을 익히 본 내가 나서서 마늘, 고추, 간장을 넣고 끓여내니 다들 너무 맛있다고 야단이였다.
미국 온지 일년도 안되어 우선 "게 박사"라는 학위를 먼저 받았다.
D.C.의 Potomac 강가에는 Maryland Style로 요리한 게를 파는 집들이 즐비했다.
지난 1996년, 그 옛날이 생각나서 거길 가보았으나 크게 실망하고 말았다.
빨갛게 익힌 게가 지금도 있기는 한데 옛날보다 형편없이 비쌌고, 가게도 많이 줄었다.
지금도 이곳에 사는 명순씨 말에 의하면 게가 요즘은 잘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Point Lookout 일대는 또 다 개발되어 콘도가 들어서서 게를 볼수 없단다.
North Carolina에서 학교 다닐때 급우인 중국사람 웡네 집에 가끔 같이 가곤 했다.
집에 가는 길에 그녀는 생선 가게에서 한 다즌 게를 샀다.
집에 도착하자 커다란 남비에 물을 잔뜩 담아 스토브에 올려 놓는다.
물이 펄펄 끓으면 누런 봉투에 담아온 게를 그냥 남비에 쏟았다.
나 같으면 게도 솔로 좀 닦고, 물은 조금만 자작하게 넣어 맛있는 국물을 만들도록 할것이였다.
그러나 암말않고 그녀가 요리하는 방법을 흥미있게 지켜보았다.
이애는 닭도 통채로 펄펄 끓는 한 냄비 물에 넣어 익혔다.
물에 풍덩 삶은 게는 그래도 먹을만했지만 닭고기는 정말 싫어서 사양했다.
결혼후 언젠가 게를 한 봉지 잔뜩 사왔다.
우선 싱크에 쏟아넣고 물을 부어 솔로 닦았다.
남자가 나서서 게를 죽이는 일을 해주려니 했으나 어림도 없었다.
남편은 맛있게 먹을 준비는 다 되어있었으나 요리 할것은 꿈에도 생각지 않고 나만 쳐다 보았다.
차마 나보고 죽이라는 말은 못하고 눈치만 슬슬 보았다.
아하~ 세상에 둘도 없는 위선자가 바로 내 남편인것을 알아채렸다.
나는 솔로 대강 닦아서 아직 살아 움직이는것을 전기 냄비에 담아 뚜껑을 꽉 덮는다.
밖에 들고 나가 사시꼬미 꽂고 불을 세게하면 금방 붉게 익어 버린다.
그 다음에 다시 꺼내서 토막을 치고 양념해서 한번 더 잠간 끓이면 된다.
게가 맛있어 냠냠 먹을수는 있어도 죽이지는 못하는 남편에게 이제는 기대도 않는다.
남편은 살아있는 게를 죽이는것이 끔찍하니 그냥 사먹지 말자고 한다.
남이 죽여서 뻘겋게 익혀놓은 Snow Crab, King Crab 은 부담없이 사먹지만.
게를 사진으로 찍으려니 희미하게 나와서 동영상을 시도해보았다.
처음에는 자꾸 움직여서 어지럽긴해도 뜻밖에도 지금껏 찍어본 어느 동영상보다 낫다.
옛날에 처음 Movie Camera를 샀을때 킨건지 끈건지도 몰라서 들고다니며 방바닥을 찍던때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빨간 게는 귀엽고, 한팔이 길은것이 Fiddler Crab이란다.
그 팔에 Violin을 놓고 연주할것 같다고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열심히 뭘 뜯어 먹는것이 앙징맞고, 양심에 가책이 온다.
우리는 게가 맛있다고 잡아 먹는것을 좋아하는데 게도 꼭 사람처럼 이렇게 먹는것을 좋아한다.
그런 게를 잡아 먹는다는것은 너무 끔찍한 일이다.
그러나 알고보면 산다는것은 이렇게 모두 먹고 먹히는 끔찍한 일의 연속인것이다.
Food Chain이라는 떳떳한 이름으로 묵인되는 生의 한 단면을 새삼 일깨워준다.
싱싱한 대게를 무우 큼직큼직하게 썰어넣고 파, 마늘, 생강 넣어 끓이면 정말 맛있지.
73년쯤인가... 회사직원들이 20여명 놀러왔는데 수산시장에서 큰 게를 서너마리 사다가
양념 넉넉히 넣고 대솟에다 끓였더니 인기가 좋았어. 나는 미소된장과 고춧가루, 고추장으로 찌개국물을 만드는데
맛이 개운하고 괸찮은것같애.
직원 한사람이 이제부터 사장님댁이라 부르지않고 게장님댁이라고 부르겠다고 웃겼던 생각이 나네.
너는 게박사됬지만 우리는 사장에서 게장으로 ....
강추위에 모두 건강 조심, 감기조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