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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
2011.01.18 03:31

게 (Crab) 이야기

조회 수 1722 추천 수 0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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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hia Honda State Park in Lower Keys  






나는 게 (Crab)를 무척 좋아한다.  알고보니 남편도 무지 좋아한다.
사실 게는 먹기 번거로운것을 빼면 싫어하는 사람이 드물꺼다.
딱 한사람, 여기 병원에서 만난 한 백인 아이는 냄새가 고약하다고 싫어했다.
이런 아이들은 대체로 다른 생선들도 싫어한다.







나는 연한 미나리 장아찌와 blue crab이 한창이던 한국의 늦은 봄이 늘 생각난다.
오월 초, 아버지 생신이 다가오면 엄마는 무슨 음식을 준비할까 걱정을 했다.


나는 턱밑에 앉아서 "엄마, 게요, 게." 하고 게를 요리하라고 했다.
엄마는 "그건 너나 좋아하지" 하고 말했으나 정작 때가 되면 게와 미나리 무침도 상에 올랐다.






사십여년전 미국에 처음 와서 Washington D.C.에서 살때였다.


 가끔 한시간쯤이나 떨어졌을까한 바닷가 Point Lookout 이라는 곳에 게를 잡으러 갔다.


나의 방짝 명순씨, 옆집의 형부 친구인 엄 선생님 부부, 또 대학에서 만난 노총각 오 선생님, 모두 다섯이 갔다.
한적하고 깨끗한 바닷가에 준비해가지고 간 살도 붙어있는 생닭 뼈를 긴 끈에 매어 던졌다.


 여자들 셋은 이 줄 하나씩을 잡고 서 있는다.   


닭고기 냄새를 맡은 게들이 모여들어 따짝따짝 고기를 뜯어 먹으면 팽팽한 줄에 아주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엄 선생님, 오 선생님, 저 이상해요."
이상하다는 말의 語感이 또 이상해서 말해놓고는 다들 깔깔 웃었다.


남자들은 채를 가지고 와서 고기를 뜯어먹고 있는 게들을 잡아 올렸다.





그렇게 한번 가면 욕조로 절반은 될만큼 많이 잡았다.


그런데 바다에서 먼 시골 출신 명순씨와 미세쓰 엄은 게요리를 잘 모르는것 같았다.
집에서 엄마하는것을 익히 본 내가 나서서 마늘, 고추, 간장을 넣고 끓여내니 다들 너무 맛있다고 야단이였다.
미국 온지 일년도 안되어 우선 "게 박사"라는 학위를 먼저 받았다. 




D.C.의 Potomac 강가에는 Maryland Style로 요리한 게를 파는 집들이 즐비했다.


지난 1996년, 그 옛날이 생각나서 거길 가보았으나 크게 실망하고 말았다.
빨갛게 익힌 게가 지금도 있기는 한데 옛날보다 형편없이 비쌌고, 가게도 많이 줄었다.


  지금도 이곳에 사는 명순씨 말에 의하면 게가 요즘은 잘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Point Lookout 일대는 또 다 개발되어 콘도가 들어서서 게를 볼수 없단다. 






North Carolina에서 학교 다닐때 급우인 중국사람 웡네 집에 가끔 같이 가곤 했다.
집에 가는 길에 그녀는 생선 가게에서 한 다즌 게를 샀다.
집에 도착하자 커다란 남비에 물을 잔뜩 담아 스토브에 올려 놓는다.
물이 펄펄 끓으면 누런 봉투에 담아온 게를 그냥 남비에 쏟았다.






나 같으면 게도 솔로 좀 닦고, 물은 조금만 자작하게 넣어 맛있는 국물을 만들도록 할것이였다. 


그러나 암말않고 그녀가 요리하는 방법을 흥미있게 지켜보았다.
이애는 닭도 통채로 펄펄 끓는 한 냄비 물에 넣어 익혔다. 
물에 풍덩 삶은 게는 그래도 먹을만했지만 닭고기는 정말 싫어서 사양했다.






결혼후 언젠가 게를 한 봉지 잔뜩 사왔다.
우선 싱크에 쏟아넣고 물을 부어 솔로 닦았다.
남자가 나서서 게를 죽이는 일을 해주려니 했으나 어림도 없었다.


남편은 맛있게 먹을 준비는 다 되어있었으나 요리 할것은 꿈에도 생각지 않고 나만 쳐다 보았다.
차마 나보고 죽이라는 말은 못하고 눈치만 슬슬 보았다.
아하~  세상에 둘도 없는 위선자가 바로 내 남편인것을 알아채렸다.






나는 솔로 대강 닦아서 아직 살아 움직이는것을 전기 냄비에 담아 뚜껑을 꽉 덮는다.
밖에 들고 나가 사시꼬미 꽂고 불을 세게하면 금방 붉게 익어 버린다.
그 다음에 다시 꺼내서 토막을 치고 양념해서 한번 더 잠간 끓이면 된다.


게가 맛있어 냠냠 먹을수는 있어도 죽이지는 못하는 남편에게 이제는 기대도 않는다.
남편은 살아있는 게를 죽이는것이 끔찍하니 그냥 사먹지 말자고 한다.
남이 죽여서 뻘겋게 익혀놓은 Snow Crab, King Crab 은 부담없이 사먹지만.






게를 사진으로 찍으려니 희미하게 나와서 동영상을 시도해보았다.
처음에는 자꾸 움직여서 어지럽긴해도 뜻밖에도 지금껏 찍어본 어느 동영상보다 낫다.
옛날에 처음 Movie Camera를 샀을때 킨건지 끈건지도 몰라서 들고다니며 방바닥을 찍던때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빨간 게는 귀엽고, 한팔이 길은것이 Fiddler Crab이란다.
그 팔에 Violin을 놓고 연주할것 같다고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열심히 뭘 뜯어 먹는것이 앙징맞고, 양심에 가책이 온다.
우리는 게가 맛있다고 잡아 먹는것을 좋아하는데 게도 꼭 사람처럼 이렇게 먹는것을 좋아한다.


  그런 게를 잡아 먹는다는것은 너무 끔찍한 일이다.


그러나 알고보면 산다는것은 이렇게 모두 먹고 먹히는 끔찍한 일의 연속인것이다.
Food Chain이라는 떳떳한 이름으로 묵인되는 生의 한 단면을 새삼 일깨워준다. 



 










 


















 


  



 



  내가 이제껏 본 중에서 가장 오묘한 모습의 조개껍질 




  



Chiton 이라는 이름의 맛살 종류와 소라들...

맨손으로는 전혀 떼어낼수 없이 단단하게 붙어있어서 화석인줄 알았다. 


 






Key West 의 일몰 

옛날 해적선 같이 생긴 돛단배가 재미있다.




























  • ?
    이정자 2011.01.18 03:31
    엊그제 무우넣고 게찌개를 끓여먹었는데 오늘 너의 게 이야기를 읽게되네.

    싱싱한 대게를 무우 큼직큼직하게 썰어넣고 파, 마늘, 생강 넣어 끓이면 정말 맛있지.

    73년쯤인가... 회사직원들이 20여명 놀러왔는데 수산시장에서 큰 게를 서너마리 사다가

    양념 넉넉히 넣고 대솟에다 끓였더니 인기가 좋았어. 나는 미소된장과 고춧가루, 고추장으로 찌개국물을 만드는데

    맛이 개운하고 괸찮은것같애.

    직원 한사람이 이제부터 사장님댁이라 부르지않고 게장님댁이라고 부르겠다고 웃겼던 생각이 나네.

    너는 게박사됬지만 우리는 사장에서 게장으로 ....

    강추위에 모두 건강 조심, 감기조심 ...
  • ?
    이신옥 2011.01.18 03:31
    오랫만이다. 잘 있지?

    사실은 이걸 올리고나서 한국 뉴스를 보니 꽁꽁 얼은 강추위가 말도 아니더라.
    좀 미안했는데 이 사진들로 몸과 마음이 잠깐이라도 따뜻해졌으면 하고 바래기로했다.
    이럴때 내가 폼내고 자랑하지, 언제 하겠니?

    지난 8월에 다니엘이 왔을때 Key West에 가서 찍은 이 "게" 동영상을 보물처럼 아꼈다.
    매일 남편과 둘이 들여다보며 웃으니까 다니엘이 "They have a kick out of it."
    노인네 둘이 어쩌다 게 활동사진 하나를 찍어와가지고는 밤낮 들여다본다고...

    지난번에 네가 게찌개를 이야기 할때 이걸 보여주어야지했는데 차일피일 되었고 또 그새 까먹었다.
    거기는 커다란 게를 구하기가 쉬운 모양이다.
    여기는 다 Blue Crab 이고 꽃게는 한국집에 얼린것 뿐인데 값도 그렇고, 맛도 그렇고.

    지금 앤디가 와 있어서 닭뼈 사가지고 나가보기로 했다.
    잡아오는건 못하겠지만 게를 구경이라도 좀 하게말이다.

    거긴 지금도 그렇게 춥니?
    난 이미 감기에 걸려버렸다. 벌써 사나흘 되었다. 보통은 시작하려다 그만두는데 이번엔 된통 걸렸어.
    앤디가 와서 겨우 마이아미 비치, 키 웨스트 다녀왔는데 이 모양이다.
    콧물이 줄줄 쉴새없이 나와서 옆에서 권하는데로 별별 약을 다 먹고, 여기 기온은 아직도 썰렁하다.
  • ?
    정성자 2011.01.18 03:31
    손님 맞느라 바쁜 정자야
    추운 날씨에 행사 치르느라 애쓰지?
    무리하지말고 몸 돌봐가면서 해.

    신옥이의 게 이야기에 침이 꼴깍~
    나두 무지 좋아하지만
    여직 게 싫다는 사람 구경허덜 못했슈.

    영덕대게가 유명하긴한데 엔간히 비싸야 말이지.
    어쩌다 한번이지 그림의 떡.

    게 잡히는 철이면 인천 소래포구에 한번 가 볼 만 해
    싱싱한놈 사다가 간장게장 담으면
    그야말로 밥도둑이 따로 없다는것.

    해물탕에도 게는 꼭 들어가야 맛이 달착지근하면서 시원하면서.....
    먹는얘기 하니깐 아직 저녁시간도 아닌데 배고프네.
    뱃속에 거지가 들앉았나? ㅎ
  • ?
    이신옥 2011.01.18 03:31
    그렇구나. It's time of the year.
    정자는 그 추운곳에서 또 하필 제일 추울때 큰일을 맡아하니 고생이 많겠다.
    그래, 누구말대로 철인이다.
    그런데 서울의 올 겨울 소식에 비하면 그곳의 겨울이 조금 나은거니?

    맹월씨의 comment는 아주 맛나는 게 찌개 국물처럼 감칠맛이 있다.
    과연... 말 잘하고 글 잘쓰는 서울 사람이다.

    서울가면 나도 인천 소래포구에 가보아야지.
    우선 가깝잖아?
    산마루에 나온 여러곳의 맛집들 까지 가볼곳이 너무 많다.

    현세는 컴이 고장나서 못들어오고 있단다.
    빨리 나가서 하나 사라고했더니 눈이 오고 추워서 못 나간다고.
  • ?
    홍경삼 2011.01.18 03:31
    요즘 이곳 상항쪽은 게가 금년엔 풍년이라 $3.49/lb. 자주 먹지요.
    10월에 동부에 가서 보니 칼리포니아 게값이 $17/lb. 무려 다섯배.
    대신 랍스터가 $ 6/lb. 이곳 보다 2-3배 싸고.

    오늘 저녁 게나 먹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