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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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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
2010.12.04 04:24

우리도 12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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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달력의 꽃 사진들이 해가 갈수록 점점 더 시원치 않다고 투덜거리면서 일년이 다 지나간다.


눈오는 겨울에 핀다고해서 雪中梅 라고 이름 지었다는 매실나무.


눈속의 매화꽃으로 한국의 겨울을 보여주는 이 사진은 그래도 쓸만한 편이다.  






Virginia 주  Richmond  교당에서 보내준 크고 잘 생긴 감 두개.  거기는 감 나무가 있단다.


사진에는 크게 나오지 않았으나 사실은 감이 아주 큼직하고 험집하나 없이 완전무결했다.   


솔직히 그 감나무,  우리  망고 나무하고 바꾸었으면 좋겠다.  




전에 땡감 얻어 먹은 중국인 약국 친구에게 한개 주었다.  이런 감은 처음 본다고.  





운치있게 잎새도 조금 붙어있기에 정물화처럼 크게 찍어 보았다. 




육이오 사변이 나기 바로전 가을, 아버지가 감이 여러개 달린 커다란 감 나무 가지  몇개를 한데 묶은 것을 어디서 얻어 오셨다. 



방 구석 벽에 매달아 놓으니 감과 잎새와 나뭇가지들로 방안이 다 환하고 아주 멋이 있었다.  



한주일, 두주일이 지나면서 감은 연하게 익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버지는 감을 따 먹자는 말씀이 없으셨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기억에 없지만 어느날 부턴가 언니와 나는 번갈아 감나무 가지 밑에 서서 키 닿는대로 빨아 먹기 시작했다.


딱 떼어내서 먹으면 금방 표가 나니까 차마 그러지는 못하고 가지에서 홍시로 익은 감을 빨아 먹었다.


눈치를 채신 아버지는 어느날 드디어 가지를 내려 감을 나누어 주셨다.


맨 아래쪽 두어개는 빨아먹은 흔적이  역역하건만 암말도 않으셨다.


우리 둘이서만 지금도 킬킬 거리며 웃는다.


 

참, 그때 엄마는 고추장 속에 소고기를 볶아 넣고 곰팡이 나지 말라고 툇마루에서 햇볕을 쪼이게 했다.



언니와 나는 툇마루에 앉아 놀면서 심심하면 손가락으로 고추장을 휘저어 고기점을 찾아 먹었다.

대체로 얌전하다고 알려진 우리 자매는 뒤에 숨어서 은근히 부잡스러웠다.

차라리 밑으로 어린 동생들이 더 의젓하고 모범생들이다. 


수십년이 지난후 옛날일이 생각나서 소고기를 볶아 고추장에 넣어 보았지만 그때 같은 맛은 나지 않았다. 

 








 

아시다싶이 우리집 약밥이 자꾸 타서 솥을 탓하다가 결국은 지난달에 압력솥을 또 하나 샀다.


이번에 산것 상품명은 Fargo. 한 20년된 옛날것은  Presto. 여기 보이는 것은 옛날에 산 Presto 다.


새로 나온것은 올바로 쓰는법, Receipe까지 CD로 멋있게 나왔는데 한가지 달라진것은 딸랑이가 없다는 거다.


압력을 조절하는 장치도 더 안전하게 되어있어 큰 기대를 갖고 시도해보았으나 또 탔다.





 

Internet 에서 "내 방식대로 하면 절대 안탈것을 보장합니다." "요리시간 엄수가 절대 중요합니다." 를 따랐으나


우리집은 타는 집...   전처럼 다시 또 다 타고 말았다.


그런데 슬쩍 지나가며 읽으니까 어떤 요리사는 마늘을 압력솥에 요리하지 않는단다.


왜냐하면 당분이 많아 다른 음식까지 타게하는 때문이란다.


마늘을 넣을수 없다면 설탕이야 물론 넣을수 없는것이 당연하다.


압력솥에 약밥을 태우지않고 산뜻하게 잘 만들어내는 사람은 내눈에 꼭 써커쓰의 곡예사 같다.  

   


새것이나 헌것이나 타기는 다 마찬가지인것을 보고 곧 깊히 참회하는 마음이 되었다.

거의 20년 된 헌 솥을 새삼스레 다시 꺼내보니 지금도 새것같이 반짝이고,  든실해보인다.

새로 산것보다 더 나았으면 나았지 하나도 못할것이 없다.

수십년 조강지처를 몰라보고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고 Salvation Army 에게 주어 버리려고 했었다.

  

헌 압력 솥에  쌀, 찹쌀, 현미 찹쌀에 검은 콩도 넣은 보통 밥을 만들어 보았다.


여전히 딸랑이는 움직이지 않았으나 압력이 가득찬후 5분후에 불을 끄고 뜸들이니까 밥이 제대로 잘 되었다.

이번에는 반대로 구수하게 좀 눌었으면 좋겠는데 하나도 눌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좀 타라고 뚜껑 열은채 약한 불에 올려 놓아도 잘 타지 않았다.

간신히 바닥에 조금 눌은것을 물부어 숭늉 만들어야지 하면서 깜박 잊어버렸다.  

 




한 이틀 지난후 생각이 나서 남편에게 물었더니 조금 눌은듯했는데 물 부어서 다 씼어 버렸단다.

숭늉 만들려고 일부러 태운건데 씼어 버리면 어떻게하느냐니까 화을 막 냈다.

그런 말을 해야 알지 자기가 어떻게 알겠느냐고.  그동안 여러번 잔뜩 타 붙은 솥 닦느라고 혼이 났단다.




아니~  아무리 그런다고 한국 사람이 숭늉 만들어 먹는것을 모르다니?

자기는 모른다고 뻤댄다. 

 하긴, 수십년을 전기 밥솥만 쓰다보니 누릉지 숭늉은 가물거리는 추억속의  옛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아무려나 이제 재래식 압력솥 부자가 되어버렸으니 매일 여기다 밥을 하기로 했다.

밥맛도 더 낫고, 익숙해지면 적당히 밥을 태워 옛날처럼 구수한 눌은 밥의 맛을 다시 찾아볼것이다.




  






















 













엊그제 새로 얻어다 심은 이름도 모르는 노랑 꽃나무     











우리 집 앞의 나무들  

 근처에 풍선으로 만든 눈사람, 가짜 고드름등의 크리스마스 장식이 없는것이 참 다행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