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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7 14:44

추수 감사절에 (2010)

조회 수 1382 추천 수 0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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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Thanksgiving every one!!!  











 


올해 추수 감사절은 어제,  그러니까 11월의 마지막 목요일  11/25 이였다.   사실 이번엔 어떻게 추수 감사절이 오는지도 몰랐다. 
며칠전부터 병원이 좀 한가해져서 웬일인가 했더니 명절을 집에서 보내려고 많은 환자들이 퇴원을 한단다.   
그 병실들을 치우느라 바쁘다는 청소부 아줌마의 이야기였다. 
"명절이라니?"  하고 보니 바로 나흘 뒤가 추수감사절이였다. 


나는 그날 일을 하게 되어있어서 아무 계획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저께 밤 남편은 자기 혼자서라도 터키를 굽겠단다.   교당과 용진네, 그리고 한국 학생들 몇사람을 초대하겠다는거다.
벌써 삼년전엔가 내가 40여명 손님을 맞을땐 마당에 나가 골프도 해보고,  차도 닦는등...  혼자 쩔쩔매는 나를 돕지않고
영  철딱서니로 굴던 사람 신세가 올해는 마냥  초라하다.  나는 요리는 안해도 일하고 와서 저녁에 손님 맞을것이 부담이 되어
그만두자고 했다.  그래서 작년처럼 중국 부페집에 가서 그냥 아무거나 먹고 말자고 결정이 났다. 

그러나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근 삼십여년 년례행사이던 추수 감사절을 그냥 입 싹 씻고 보낸다는것이 말처럼 쉽지않다. 
식구들이 너무 좋아해서  28년전 다니엘을 낳은지 겨우 나흘후에도 빌빌 거리며 일어나 만들던 칠면조 요리다.  
맛은 아주 단순하고, 중국 요리 발 뒤꿈치도 못 따라가지만 남들 다 법석대며 만들어 먹는 터키를 그냥  지나쳐버린다는것은
좀 섭섭하다. 


한국의 추석과 같은 이곳의 추수감사절은 설날처럼 종교와 무관해서 다들 부담없이 자기네 식으로 마음껏 즐긴다.  
추수 감사절이 오면 누구에게나 "Happy Thanksgiving!"    덕담을 하며 감사하는것이 옳다.  
나처럼  감사할것 하나 없다고 푸념하는 사람들에게 그저 이만한것만도 감사해야한다고  겸손을 가르치는것이 추수 감사절이다.    


우리가 가는  중국 부페 식당은 음식 창고 같은 대중식당으로 순전히 걸귀들린 사람들을 위한곳이다.
부페치고는  음식이 조금   나은편이라 가끔 가지만 아늑한 분위기라고는 약에 쓰려고해도  없다.
시골 장터같이 시끌벅적한 식당 안에는  온갖 딤섬, 스시, 생굴, 찐게, 피짜까지 별별 음식이 다 나와있다
중국 요리 책에서 그림으로만 보던 복숭아 모양의 찐 팥빵,  깨 묻힌 찹쌀 도너츠도 있어 신기하다.
나는 항상 그 많은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그런데 밑천 생각해서 잔뜩 좀 먹어보려하면 곧 한계에 다다른다.  
어떤 음식을 무슨 맛으로 먹었는지 나중에 보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다  먹고난후  차라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곳도 없고,  배는 잔뜩 불러 껌 하나씩 씹으며
곧 바로 헤어진다.    나는 이런것이 너무 싫어서 부페라면 딱 질색이다.
차라리 집에서 물 말은 찬밥을 무 장아찌와 먹으며 드라마를 보는편이 훨씬 즐겁다.
입맛 좋은 젊은 사람들이나 가서 실컷 먹고 오라고 말하지만 그들은  영 그럴수가 없다는 거다.


터키를 요리하려면 삼사일전에 사다가 냉장고에서 서서히 해동시켜야했다.
이미 그건 늦었으니 맛은 정말 형편없지만 가게에다  요리된것을 주문해 볼까?
남편은 남은 터키도 며칠 두고 즐겨 먹을만큼 식성이 미국사람처럼 변해버렸다.
그런 사람에게 일년에 겨우 한번 굽는 터키를 생략한다는 것이 좀 안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하다가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가게로 달려갔다.
서늘해진 가을 날씨는 아주 청명한데 가게 안은 신나는 명절 분위기로 들떠서 북적댔다.
조금전까지  우울했던 기분도 훨씬 나아져서 가게에 나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내일 꼭 와라."
마지막날 shopping으로 빠진것 마무리하며 지나치는 사람들의 휴대폰 전화도 바빴다.



얼린 터키있는곳으로 가보니 우리 년배쯤 되어보이는 부부가 터키를 골라 카트에 담는다.
땅땅 얼은 터키는 3-4일 냉장고에 넣어 녹이는것이 제일 수월한데 이사람들은 지금 이걸 사려고 한다.
"여기  이미  녹여 놓은 터키도 있다는데 혹시 그걸 아세요?" 
그쪽이나 나나 미리 미리 계획 못한 한심한 지각생들 꼴이라 멋적게 웃으며 물었다.


그제야 그사람들도 얼린 터키를 도로 꺼내 놓고, 물어본다고 저쪽으로 가더니 나를 보고 손짓했다.
우리같은 사람들을  위하여 금방이라도 구울수있게 녹여놓은 터키가 그쪽에 있었다.
늦게 온 주제에 더 큰것 없느냐 물어서 골라 놓고, 감자, cranberry jelly, stuffing,  빨간무 (beet) 절임 등등
일사천리로 shopping 꺼리를 줏어 담았다.



어떤 할아버지는 shopping cart 에 앉은 할머니를  밀고 가면서 어린아이처럼 아주 즐거웠다.
할머니가 "Are you sure we have this and that at home?"  물으니  "Yes, ma'am."  신이 나서 큰소리로 대답한다.
저 사람들은 어떻게해서 저렇게 밝고 환하게  사는것일까 궁금했다.
할머니가 걷지도 못하니 할아버지가 다 요리해야 하는것은 아닐까?
하긴 아들, 딸, 손자, 손녀들이 한가지씩 음식을 맡아 해오기로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어제 오후,  큰소리는 쳤지만  남편은 설마 내가 자기보고 터키를 구우라고까지  할줄은 몰랐던 눈치였다.
그러나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설명서를 읽고, 또 읽고  병원으로 계속 전화해서  물어가며 무사히 터키를 구워냈다.
오후 4시 넘어 집에 도착한 나는 부랴사랴 깍아 놓은 감자에 소금 뿌리고 삶아서 Mashed Potato를 만들었다.
교무님은 감자가 이렇게 맛있는줄은 몰랐다고, 햇감자라 그런가 보다고 계속
 감탄했다.
사실은 소금과 Olive Oil 이  적당히 들어간  따뜻한  아이다호 産 햇감자가 비결의 전부였는데...

뜨거운 물을 붓고 사과, 호두, 쎌러리를 넣고 뒤적이면 끝이나는 Stuffing 도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파란 콩  껍질에 버섯 수프를 넣어 굽고,  깡통도 몇개 따고 나니까  터키 디너는 다 준비되었다.
용진 아빠가 들고 온 White Wine으로 건배를 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우리는 디너를 먹기 시작했다.  
또 한해의 추수감사절을 맞으며  겸허한 마음으로 모든것에 감사했다.


 


 










                                                                             남편이 처음으로 혼자서 구워낸 20 파운드 짜리 Turkey.











            중국 친구가 가르쳐준 가게에서 사온 땡감과 밤.  감은 맛이 있어 잘 먹고 있는데 밤은 절반이상 썩어있었다.

한국산 (Product of Korea)이라고 하기에 더 반가워서 욕심껏 집어 왔는데...


 

 

 








 

  • ?
    김현세 2010.11.27 14:44
    사진으로 보는 추수 감사절은 훌륭해 보이는구나.
    우루과이에서 22일 저녁에 돌아왔다.

    남편은 오는길로 잠속에서 헤메이고, 나는 빨래감과 씨름 하며
    양치질 겨우 하고 얼굴은 고양이 낯짝 씻듣하고 지내길 오늘
    까지다. 다행히 큰딸 씬디네가 혼자 되신 시아버님께 23일날
    11시간이나 걸리는 뉴욕의 Marcellus 로 떠나면서 전화를 해주었다.
    오래 걸려도 비행기 보다 자동차 여행을 하면 사위가 좋아하는
    개도 함께 갈수 있어서 그런단다.

    여행 떠나기전에 음식을 다 처리해서 집안엔 빵조각 하나도 없고
    밥 하고 먹을 반찬은 시어빠진 김치만 있었다.
    남편은 김치를 안 먹는 편이고 신것은 눈을 감고 도리질을 치는
    사람이다. 겉절이를 매우 좋아 하지만 어쩔수 없었다.

    집에 오자마자 우선 밥 부더 지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얀 쌀밥에 신 김치 쪽쪽 찢어 얹어 한공기 단숨에 먹고
    아쉬어서 냉장고 뒤지니 오래전에 일본 친구가 선물로 준 새콤 뜹뜰한
    우메보시가 있어서 밥 한공기 또 치워서 나는 만족 한데, 남편은 먹을게 없구나.

    냉동실에 얼려 두었던 호박전과 정자가 가르쳐 주어서 만들어 두었던 무짠지,
    먹다가 얼려 두었던 요리된 닭다리, 얼려 두었던 현미 잡곡밥으로 남편의 식단을
    얼추 차려 주었다.

    23일엔 집에 들린 둘째딸 노미에게 시장을 봐 달라 부탁했더니 제가 좋아 하는 품목만
    잔뜩 사왔다.
    노미는 친구에게 초대 받았다고 나간 추수 감사절날,
    알젠티나, 우루과이 에서 고기메뉴에 질려서, 푸성귀가 먹고 싶다는 남편에겐
    해줄것이 너무 없어서 윗층 아래층 냉동실 뒤지고 뒤지다 찾아낸 오뎅거리 찾고
    신문지에 똘똘 싸두었던 무 한개 발견해서 다시마 넣고 오뎅을 만들어서 쌜러드와
    현미 잡곡 밥으로 남편에게 주었더니 얼시구라며 잘도 먹더라.
    터키 먹는날을 처음으로 이상하게 보낸 날이다.

    씬디와 큰손자 쉐인한테 반가운 "HAPPY THANKSGIVING" 전화를 받았다.
    난 너무 김치랑 밥만 먹어서 뱃속이 화가 났는지 아무것도 못먹고 있다.
    그냥 쉬고만 싶어서 전화도 꼭 받을 사람만 가려서 받고, 남편 친구가 돌아왔으면
    연락해 달래는 메시지도 몰라라 하며 숨어 지내듯 오늘까지 왔다.

    21일 동안 보관했던 우편물은 왜 그리도 많은지 그것도 노미 시켜서 갖고 왔다.
    밖앝 날씨가 아주 싸늘 한데 진 분홍의 장미 몇송이가 빛을 내고 있다.
    여행지의 늦은 봄의 따가운 햇볕에서 지내다 오니 추워서 몸도 마음도 움츠러 들어서
    돌아온 날부터
    집안에서 꼼짝도 않고 멍하니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마이아미 공항에서 보딩 시간이 갑자기 중지되고 무었때문인지 FBI 인지 하는 사람들이
    누굴 잡아가고
    하는 바람에 스케쥴이 지체 되는 동안 늦었지만 전화 해서 목소리 들어서 반가웠다.

    곳 마음 추수리면 다시 소식 전할께.
  • ?
    이신옥 2010.11.27 14:44
    잘 다녀왔구나. 그렇잖아도 궁금했었다.
    전화 반가웠고, 사람들이 "거긴 뭣하러 가느냐?"고 묻는다는 이야기가 너무 우습기도하고, 재미도 있었다.

    좋은 경험했을줄 믿는다.
    자세한 여행 이야기는 차차 듣기로 하고.
    석주일이나 되는 긴 여행이였으니 피곤도 하겠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지.
    나도 신김치는 싫고, 겉절이를 제일 좋아한다.
    아주 오랫만에 석류를 만났으나 시어서 먹을수가 없다.

    올해 추수 감사절, 터키는 구경도 못하고 지나갔네.
    하긴 크리스마스에 해 먹어도 되겠다.

    겨울에 긴 여행도 즐겁겠다.
    나는 웬일인지 무턱대고 자꾸 어디 가고 싶은 병에 걸렸다.

    앤디에게 텍사스에 가서 밥해주겠다고해도 지가 온다고, 그리고 매일 일하는데
    뭣하러 오냐고 한다.
    우리 남편은 무조건 집에 있는것만 좋아하는 사람이다.
  • ?
    정성자 2010.11.27 14:44
    [추수감사절]
    우리네 추석에 송편이 빠지면 안되는 것처럼
    그곳에 살면 꼭 터키를 구워 먹어야만하는
    큰명절인걸 이제야 알겠네.

    현세는 긴 여행 잘하고 왔으니 되얏고
    신옥이는 추수감사절을 남편덕? 에 잘 보냈으니 좋고

    두 사람 얘기
    듣는것 만으로도 재미나서 웃게 되.

    서울은 영하 5도
    낮에는 김치넣고 얼큰 수제비나 끓여 먹어야겠다
    모두 안녕^^*
  • ?
    이신옥 2010.11.27 14:44
    맞다. 추석과 추수감사절은 송편과 터키의 차이인것 같다.

    수제비 이야기가 나오니 또 할말이 많다.
    나는 감자 수제비 한 박스 벌써 사다 놓고 호시탐탐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이 사람은 그걸 싫어하거든.
    언제 나혼자 끓여 먹으려고한다.

    우리 남편은 11/25 저녁에 터키 먹고, 11/26 에는 내가 병원에서 가져온 터키를 점심으로.
    오늘 11/27 에는 점심과 저녁을 다 남은 터키를 먹었다. 내일도 계속 먹을꺼다.

    그것도 모자라 이젠 가끔 자기가 터키를 사다가 만들어 먹어야겠단다. 굽는 방법을 알았으니까.
    이 사람은 점점 미국사람으로 나는 점점 더 한국사람으로 입맛이 변해가니 좀 힘이 든다.

    내가 아무리 급해도 구운 터키를 사진 먼저 찍어 놓아야 한다니까 다들 웃었다.
  • ?
    이정자 2010.11.27 14:44
    지난 19일인가 부터 갑자기 닥친 한파와 폭설때문에 추수감사절도 별 느낌없이 지냈다.

    서울이 영하 6도 7도.. 맹추위라고 하는데 여기는 영하 15도에서 20 도를 오르내리는

    어이없는 추위였다.. 눈도 미친듯 퍼부어 일요일 미사에 다녀오는것도 정말 목숨건 외출이였고..


    베네트씨가 자기집에서 추수감사절 저녁을 함께 하자는걸 사양하고 호텔에 가서

    Thanksgiving turky buffet를 먹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가족끼리 모처럼 모이는 자리에

    가족 아닌 우리가 합석하는게 좀 불편할것 같아서....

    눈은 오늘도 계속 오고 우리는 미끄러운 길을 조심조심 외출해서 소금도 몇푸대나 사고

    snow blower와 snow plower도 샀다. 이렇게 11월부터 사람을 힘들게 하는 날씨가 심상치 않아

    미리 준비해두어야 할것같아서..

    눈오는 정경이 아름답고 즐거워야 마땅한데 그 반대니 어쩌지..... 눈= 우울증 이 요즘 공식이다.

    털모자에 털목도리, 두툼한 다운 자켓, 작업복 바지에 낡은 눈신발을 신은 ....

    유리창에 비치는 나의 모습은 영낙없는 군고구마 아줌마다.

    점심엔 무우 썰어넣고 생강, 마늘 넉넉히 넣고 고추장 풀어 꽃게찌개 해먹었다.

    눈오는 겨울날에 딱 어울리는 메뉴다.

    모두 겨울 잘지내기를.... 안부 이곳에서 전한다.
  • ?
    이신옥 2010.11.27 14:44
    헤이~ 내가 성자에게 답글 쓸때 너도 쓰고 있었구나.
    반갑다. 진짜로 다섯명이 다 만나서 와글와글 수다 떠는것 같다.

    여기는 오늘도 85도로 에어콘을 켰다.
    북쪽 어디는 영하로 너무 춥다는데 여기는 왜 이렇게 더운건지? 남편에게 짜증을 냈다.
    이젠 스카프, 목도리 그런것으로 다 가리고 눈만 내 놓고 살면 좋겠는데 그냥 다 벗고 살아야하니까.

    그런데 눈속에 갖친 사람들 치고 꽃게 찌개의 점심 메뉴가 너무 화려하다.
    바다는 아주 멀리 있는데 꽃게라니... 얼린것 사다 두는거니?
    눈 때문에 마늘, 생강 같은 양념도 많이 생략할것 같은데 살림꾼이구나.

    옛날에 미시간 살때 눈만 오면 이 시로도 운전사는 빨리 市에서 나와 소금 많이 뿌려주기만 바랬었지.
    우리 남편 같은 사람은 차 밑 바닥에 녹이 슬어 구멍 뚫린다고 걱정도 했지만 ...
    눈 때문에 가서 남의 차, 단숨에 꽝 박는것 보다야 슬슬 녹아서 구멍 나는것이 훨씬 낫다는것이 내 의견.

    "흰눈을 좋아했던 그대 ...."
    나는 지금도 하얀 눈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