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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코 앞에 두고도 잠깐 물 주는것을 잊었다.  




                                                         물 주자마자 2-3분도 안되어 거짓말 같이 생기를 되찾은 모습.

 

  

June 2010 ***

 

 

행운의 편지가 아니라 무더운 여름날,  친구들 모두에게 보내는 "불만의 여름," 푸념 편지다.

서울이고 Washington D.C.고 안 더운곳이 없구나.

며칠전 Skype 로 서울에 전화하니 용한이 (15) 웃통을 벗고 있었다.

서울이 찌는듯 더운데 시끄러워서 창문은 못 열겠고고급 아파트에 살아도 에어콘은  전기값 때문에 엄두가 안나는 모양이였다.

 

나야 의례 그러려니하고 에어콘 펑펑 쓰며 살지만 요즘은 병원에서 주차장까지 2-3분 걸어 가는데도 등이  땀으로 젖는다.

날씨가 더 춥고, 더 덥게 변하는건지 내가 변하는건지, 아니면 둘 다인지...

 

사실은 지난 6/18-6/25 까지 Washington D.C. 에 가려고 했는데 중간에 이틀 (6/21, 6/22) 휴가를 못 얻어 남편만 갔다.

그곳 원불교 교당을 크게 새로 지어 봉불식을 하고, 남편은 6.25 참전 용사들의 기념비에 가서 說法을 했다.

다들 땡볕에 앉았다가 교무님 한분이 쓰러지셨단다.

 

나는 Washington D,C.가 여름에 얼마나 더운줄 알기에,  마침 휴가도 얻을수 없어서 그냥 포기했다.

지난번처럼 가서 또 친구들 만나라고 교무님이 부추겼지만.

 

그래서 처음 4일을 혼자 집에서 놀다가 중간에 이틀을 일했고, 또 다시 4일간을 혼자 두더쥐 같이 꼼짝않기로 했다.

열흘 휴가신청에  겨우 이틀을 못 빼서 휴가를 못 간것이 기가 차지만 내가 일하는곳이 그런곳이다.

일을 줄여서 이젠  노는 날이 많아졌는데도 휴가 한번 얻으려면 진을 뺀다

이 사람들 말로 like pulling teeth.  생니 뽑는것 같이 괴롭다는 말이다.  

직원들에게 자주 묻는 여론 조사에 이 병원이 왜 가장 일하기 좋은곳 (The Best Place to work) 으로 평이 안나오느냐고 난리다.

글쎄

 

그런데 이럴때 내가 혼자서 사는 꼴이라니 내가 생각해도 우습다.

우선 가게에 가서 꼭 필요한 먹을것, 생필품을 사 온다중간에 나가야 할 일이 절대 없도록 철저히 준비한다.

새우를 3 파운드 사왔는데 다 얼리려다가 생각하니 나도 먹어야겠다.

아이들도 남편도 내가 혼자 잘 먹고, 탈 없이 잘 있기를 바랄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 파운드를 제일 간단한 방법으로 껍질채 후라이 팬에 후딱 볶았다

하루에  4-5개씩 먹으면 단백질 부분은 해결된다

 

남편이 싫어해서 몇달째 두 봉지중 하나가 남아 있는 백설표 감자 수제비 가루를 이 기회에 먹어 없애기로 했다

5불 주고  두 봉지 들은것을 샀으니 한 봉지에  2 50전 가량 되는데 한 두어끼 먹을수가  있다.

그리고 나서 또 냉장고를 열어 보니 몇주전에 사온 양배추와 감자가 보인다.

 

옳거니...    남편이 싫어하는 양배추, 감자 고추장 찌개도 이참에 해 먹어야겠다.

남편은 시골 사람이라 그런지 된장찌개는 좋아해도 고추장 찌개는 영 이해를 못한다.

나는 어려서 부터 야채 넣은 고추장 두부 찌개로 자라서 그런지 그게 늘 생각난다.

게다가 된장처럼 고약한 냄새도 안 나고, 얼큰하고 개운한 맛이라 에어콘 된 실내에서 먹기 딱 좋은 음식이다.   

 

양배추, 감자, 호박, 두부등 넣고 고추장 풀어서 멸치국물에 잔뜩 끓여 놓으면 남편은 입도 안대고 나 혼자 며칠을 맛있게 먹는다.

그런데 오늘은 호박도, 두부도 없지만  그것 사러 밖에 나갈 생각은 꿈에도 없다.

없는것은 다 빼고 있는것만 넣고 끓여 먹지뭐.

 

혼자 있으면 공연히 겁이 나서 앞문, 뒷문 서너번 씩 check 하고. sliding door blind 는 초저녁부터 닫아 둔다.

어디서 무슨 조그만 소리만 나도 가슴이 덜컥, 귀를 기울인다.
밖에 나가 우체통 뒤지는것도 남의 집 풀 깎는 사람들 없고 조용할때 살짝 나갔다가 얼른 들어 온다.

 

전에도 한번 이렇게 혼자 있을때 교무님이 위로차 오시겠다는것을 극구 사양했다.

밤중에 손님이 떠날때 문밖에 나가서 배웅하고 다시 혼자 들어 오는것이 겁나기 때문이다.

그러니 Nobody comes in and nobody goes out.  사방이 쥐 죽은듯 조용하다.
전화도 오면 받기나 할까?   오래동안 소식 없는 친구들에게도 내가 걸어 볼 마음은 나지 않는다.
밤낮으로 몰입할수 있는 드라마도 찾을수 없어 그저 뉴스로 바깥 세상 소식을 들을 뿐이다.

 

아침 저녁 뜰에 나가 고양이 밥 주고, 화초에 물 주고는  얼른 들어 와서 종일 꼼짝을 않는다.

강아지면 몰라도 고양이는 누구 낯선 사람이 들어 온다해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냥 밥만 축낼 뿐이다.

때가 되면 턱살 밑에 앉아 밥 달라고 쳐다보는 꼴이 너무 안쓰러워 고양이 밥을 사다 놓긴 하지만.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가게도  안 가고, 새우 한 파운드, 싸구려 양배추 하나, 감자 몇알, 수제비 가루 한봉지로

한주일을 산다일하는 날도 점심으로 1 20전 짜리 Soup 하나 사고는 집에서 싸가지고 간 빵과 치즈로

끝이 난다.

 

~~   이렇게 살다 보면 돈 안 써서 부자 되겠다
돈을 많이 벌기만 해야 부자 되는것이 아니다안 써도 부자가 된다
나의 Life Style 이 부자 되기에 딱 맞는구나.


어떤 사람들은  "You don't have a life.  그게 사는거냐?  그냥 연명하는거지."
핀잔을 줄꺼다그래도 상관없다.   나는  이렇게 무지 소박한 나의 life Style 이 참으로 대견스럽다.

 


1.  Money talks.  It always says "Good bye."  ( 돈은 말을 한다항상 "안녕"이라고.)

2.  Money is round.  It always rolls away.  ( 돈은 둥그렇게 생겼다

그래서 늘 어디로 잘 굴러 가버린다.) 

 

큰 아이 앤디가  어디서 얻어듣고 ㅎㅎ 웃으며 전해준 말들이다.   

He couldn't agree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