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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
2010.11.27 07:55

초겨울 단상

조회 수 1193 추천 수 0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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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비스름 언덕 억새풀은
목을 빼고 무얼 기다릴까?

해 뜨고 해 지고 바람 일어
날 저물고 별 뜨는데..

풍성하던 들녁은 빈 들이 된지 꽤나 지났건만
허옇게 피어있는 갈대나 억새풀을 보노라면
반드시 오기로 한 누군가를 기다리는것 같다.
누굴까...?

억새풀이 그토록 그리워하는건 누굴까?
밤낮없이 꼿꼿이 허리 세우고 있으면
만나긴 만나지는걸까?

가을에서 겨울로 완전이 접어 든 이 즈음
설핏 비 내리는가 싶으면
후루루 단풍닢들 떨어져 발에 채이고
나무가지 흔들고 찬바람 지나간 자리
아무것도 가진것 없다는듯
빈 가지들 하늘 향해 손 펴 보인다.

영월 보덕사 연못은 십일월 중순에 이미 얼어
구름도 달도 담기를 멈추었다.
얼음속에 무늬로 박힌 단풍잎들이 아름답다.

나무잎은 가지에서 떨어지는 순간
숨을 거두는걸까?
아님 땅이나 숲에 내려 앉아 얼마쯤 견디다
그의 일생을 끝내는 걸까?
쓸데없는 생각이 자꾸 꼬리를 문다.

칙칙한 산과 빈들로 달리는 기차
차창밖으로 듬성 듬성 피어있는 억새풀을 만나고
겨울채비 다 끝낸 나무들을 만나고.

되 돌아 오는길
양수리강의 고운 노을을 만나거나
오늘처럼 강속으로 곤두박질치는 성긴 눈발을 만나면
언제나 그랬듯이

서글프기도 하고
애달프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고.

맹워리가^^*


  • ?
    이길룡 2010.11.27 07:55
    詩人 정성자님,....
  • ?
    정성자 2010.11.27 07:55
    호옷~!!!
    고맙기도 하셔라

    그냥 댕겨만 가도 좋은길에
    꽃잎같은 말씀 두고 가시니...

    詩人 정성자라?
    내 생전 들어 본 말중에 가장 이쁜말.
  • ?
    김현세 2010.11.27 07:55
    일석님 말이 맞아.
    정말 시인이구나. 시인 정성자,
    아주 멋진 시인!!!!!

    한구절 한구절 읽는 글귀가
    마음속 머리속에 그림으로
    또 사진으로 느껴지는구나.

    여행 뒤면 꼭 나에게
    찾아 오는 신드롬이 긴 여행땐
    더 오래 몸 살이난다.

    외로움을 타기도 해서 누가 다녀가도
    헤에질 때면 마음이 쓰려진다.

    지난번 경삼씨 내외가 떠나기 전날
    저녁 대접을 받고 헤어질때도 찡 하는 마음이였지만,
    우리여행 준비 때문에 곳 평정을 되 찾았지.

    먼길 떠났다 오는게 힘이 들었다.
    개인으로 그곳 여행사를 통해서 안내
    받았지만 말이 잘 소통 되지 못해서 남편이 꿈구고
    가고 싶었던 곳도 포기했다.

    광혜 남편 없이는 꿈적도 할수 없었다.
    혼자서는 밖앝 출입도 두려운게 말 때문이였다.
    광혜 내외와 광혜 남동생이 함께한 여행이라
    색 달랐고 즐거웠다.
  • ?
    정성자 2010.11.27 07:55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랑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하더라구
    광혜네랑 함께 했으니 그 기쁨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된다

    생각할수록 고소한 기억들
    후유증 갈아앉거들랑
    차근차근 풀어놓구...

    "詩人"
    그냥~
    향기로운 말가터.
    그뿐.

    추워지는데 건강해라
  • ?
    이신옥 2010.11.27 07:55
    그러게~~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시인의 경지에 다다른것 같다.
    몇군데 단어만 좀 튀는것으로, 또 별스런것으로 바꾸어 놓으면 되겠다.

    이외수는 폐인같은 모습으로 꼭맞는 단어하나 찾으라 몇날 몇밤을 새는것 같더라.

    시인 정호승씨의 "詩的 상상하기."
    여기 조선일보 에 실린 "생활속에 詩있다" 중에서.

    "붕어빵"
    1. 붕어빵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2. 붕어빵 속에는 붕어가 들어있다.
    3. 붕어빵을 들고 가다가 마주 오던 사람과 부딪쳐 붕어빵을 떨어 뜨렸다.
    4, 떨어진 붕어빵을 뒷사람이 밟고 지나갔다. 5. 붕어빵 속 붕어의 붉은 내장이 팍하고 터져나왔다.

    붕어빵 속에 붕어가 살아있다고 생각하는것은 상상력이다.
    팥이 붕어의 내장이 될수있는것은 은유의 힘이다.

    "무지개 떡"
    1. 무지개 떡에는 무지개가 있다. ( 물론이지. 그래서 이름이 무지개떡. ) 2. 무지개와 떡을 분류했다.
    3. 서울 하늘 아래 없는 무지개를 북한산 아래 걸어두었다. 4. 북한산에 무지개가 떴다.
    5. 나는 무지개를 먹어 보았다.
    6. 아무도 보지못한 무지개의 맛을 나는 알고 있다.

    읽어 보았니?
  • ?
    정성자 2010.11.27 07:55
    김춘수 시인의 [꽃] 중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
    .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


    "詩人" 이라는 옷
    내게는 너무 크고 헐렁한 옷이지만
    잠시만
    아주
    잠시만
    입고 있으려구

    시절탓인가?
    마음이 조금 시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