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퍽 인상적이였는지 "Aigoo (my goodness)" 라고 작은 종이 쪽지에 적어 놓고 갔다.
앙징맞게 작은 글씨로 예쁘게 써놓은 Aigoo와 그 해석, "My goodness" 가 얼마나 우습던지 나는 그 종이 쪽지를 설합 한구석에 잘 모셔 두었다.
"아이구, 머리, 허리, 다리, 팔이야." 한마디로 안 쑤시는 곳이 하나도 없다고 ㅎㅎㅎ 까불었다.
엄마는 젊은애들이 뭘 그까짓것 가지고 아프다고 엄살이냐고 했다.
그래 가지고야 이 다음에 나이 들면 어떻게 살꺼냐는 말이 꼭 따랐다.
그런데 지금은 산도 안가고, 먼길 걷지도 않았는데 아침에 일어 날때마다 저절로 "아이구." 소리가 나온다.
침대에서 일어나려면 우선 작년 겨울에 넘어져서 고질병이 되어 버린 허리가 아프다.
팔 다리는 새록새록 여기저기 쑤신다.
아침이면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남편과 여기저기 나날이 늘어가는 통증을 호소한다.
그래서 어제는 남편도 나의 관절염 전문 의사를 보기로 예약을 했다.
하지만 pain killer를 콩알처럼 노상 먹기전에는 별다른 뾰죽한 도리가 없을꺼라는 비관적인 생각이다.
약이 싫은 사람이 어쩌다보니 약사가 되었는데 그건 약이 꼭 필요한 사람을 돕자는 것이지 결코 내가 먹겠다는것이 아니다.
그일로 먹고 살게되니 일거양득(一擧兩得)이지만 나는 모든 약이 독물(毒物)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있다.
그래서 효과와 부작용을 잘 고려해서 그 하나를 택해야한다.
결혼 전에는 매일 같이 체중이 떨어져 한국서 보내온 염소똥 같이 생긴 까만 환약도 먹었는데 그일이 유학생들 사이에 소문이 났었단다.
그걸 먹으면 약간 손발이 저린 느낌이 있어 중단했다는데 약사인 나를 만나니 신이 나서 양약(洋藥), 한약(漢藥) 뭐든지 좋다는 건
다 먹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만 하랜다.
즉 처방 없이 살수있는 약들을 잔뜩 사다가 먹는다.
여러가지 비타민제는 물론 어디서 좋다고 들은 약은 잔뜩, 하다못해 Garlic capsule 까지 사다 먹는다.
마늘은 음식으로 충분히 먹고 있는데 비싼 capsule 까지 사다 먹는다고 야단했으나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Whatever he does must be working. He's in good shape."
뭔지 모르지만 하여간에 잘하고 있으니 걱정말라는 말이였다.
오히려 칭찬을 했다.
수년간 파킨손씨 병으로 고생하시는데 양약뿐 아니라 한약, 보약, 민간약등, 모든것을 약으로 다스리려 하신다.
그런데 그 보약을 혼자만 드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자꾸 보내주시니 탈이다.
먹는 약, 그것도 듣도 보도 못한 이상괴상한 민간약이 한마디 통고도 없이 갑자기 집으로 배달될때 참으로 황당하다.
한번은 원불교 한약방을 통해서 과일즙으로 만든 藥 Package를 Box로 잔뜩 배달시키셨다.
과일 즙이라니 설마 먹을수 있겠지했다. 그러나 색갈은 검은 갈색으로 변해버린것이 맛은 들큰하고, 비위가 상해서 도저히
목구멍으로 넘길수가 없었다. 먹을수도 없고, 그렇다고 돈을 많이 주고 정성스럽게 보낸것을 버릴수도 없었다.
결국 어느날 용단을 내어 다 쏟아 버렸다.
또 용단을 내어 보내주신 약들을 다 버렸으니 다시는 보내시지 말라고 말씀을 드렸다.
본래 남편 아는 분이 보낸거니까 남편 보고 책임지고 다 먹으라고 했다.
그런데 이번엔 웬일인지 그렇게 보약 잘 먹는 사람이 선뜻 나서지 않았다.
유효기간이 지날까봐 안절부절하다가 마침 젊은 사람들이 우리집에 모이는 기회가 있기에 나누어 주었더니 다들 고마워하며 들고 갔다.
약이라면 그저 믿고 먹어야한다고 오히려 내게 충고하니 소위 약사라는 내가 무색해 진다.
의사들이 처방했다고 꼭 먹어야할 의무는 없다.
지금은 Medication Error 를 방지하는 한 방편으로 환자를 교육시킨다.
아니면 약을 병째로 다 들고 와서 간호원이나 약사가 직접 보고 기록한 다음 집에 가져가게 한다.
쓰디 쓴 홍삼 들어간 농축액, 파파야 같은 과일 쥬스의 물약, 양파 쥬스, 흰 민들레 알약, 선인장 알약,
또 무슨 종합 비타민제 같은 알약 모아 놓은것, 등등...
나는 속수 무책 (束手無策)이다.
세상에 몸에 좋다는 약은 왜 이리 많은가?
애써서 보내준 그 마음을 생각하면 함부로 버릴수도 없어서 여태 끼고 있다.
시어서 먹을수가 없던 쥐눈이 콩 가루는 진작에 버렸고, 감사하다는 인사는 뚝 잘라 먹었다.
I don't know, but I don't care.
"人生의 住所" ...... 문무학 (文武鶴)
젊을적 식탁에는 꽃병이 놓이더니
늙은 날 식탁에는 약병만 줄을 선다.
아! 人生
고작 꽃병과 약병
그 사이에 있던 것을...
시카고에 사시는 그 의사쌤 친절해두 너어~무 친절해서 탈 ㅎ
오늘의 교훈
'약 좋다구 남용말구 약 모르고 오용말자'
코로나 시대 교훈
'뭉치면 망하구 흩어지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