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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goo_3.jpg 

 

 
 
 
몇달전 큰 아이, Andy 가 집에 왔을때 영어 자막이 달린 한국 drama를 보다가 "아이구"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그게 퍽 인상적이였는지 "Aigoo (my goodness)" 라고 작은 종이 쪽지에 적어 놓고 갔다.

앙징맞게 작은 글씨로 예쁘게 써놓은 Aigoo와 그 해석, "My goodness" 가 얼마나 우습던지 나는 그 종이 쪽지를 설합 한구석에 잘 모셔 두었다.

 

"Aigoo (아이구) 소리가 말이야, 안하려고 해도 말이야, 자꾸 나온단 말이야..."

 

옛날에 산에 올랐다던가, 너무 많이 걷고 난 다음날 잠자고 일어났을떄 언니랑 까불며 떠들었다.

"아이구, 머리, 허리, 다리, 팔이야."  한마디로 안 쑤시는 곳이 하나도 없다고 ㅎㅎㅎ 까불었다.

엄마는 젊은애들이 뭘 그까짓것 가지고 아프다고 엄살이냐고 했다.

그래 가지고야 이 다음에 나이 들면 어떻게 살꺼냐는 말이 꼭 따랐다.

 

사실 그때는 당장은 좀 아팠지만 일어나서 이것저것 하다보면 곧 멀쩡해졌다.

그런데 지금은 산도 안가고, 먼길 걷지도 않았는데 아침에 일어 날때마다 저절로 "아이구." 소리가 나온다.

침대에서 일어나려면 우선 작년 겨울에 넘어져서 고질병이 되어 버린 허리가 아프다.

 

몇년째 하루 한번씩 키니네 (抗 Malaria 藥)를 먹는 왼쪽 어깨는 조금만 틀어져도 "아야" 소리가 절로 나오고,

팔 다리는 새록새록 여기저기 쑤신다.

 

아침이면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남편과 여기저기 나날이 늘어가는 통증을 호소한다.

그래서 어제는 남편도 나의 관절염 전문 의사를 보기로 예약을 했다.

하지만 pain killer를 콩알처럼 노상 먹기전에는 별다른 뾰죽한 도리가 없을꺼라는 비관적인 생각이다.

 

그런데 나는 옛날부터 藥이, 특히 먹는 약이 싫다.  보약 (補藥)도 싫다.

약이 싫은 사람이 어쩌다보니 약사가 되었는데 그건 약이 꼭 필요한 사람을 돕자는 것이지 결코 내가 먹겠다는것이 아니다.

그일로 먹고 살게되니 일거양득(一擧兩得)이지만 나는 모든 약이 독물(毒物)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있다.

 

의학은 그저 두리뭉수리하게 Grey Science 일뿐, 약의 효과에는 항상 부작용이 따른다.

그래서 효과와 부작용을 잘 고려해서 그 하나를 택해야한다.

 

그런데 우리 남편까지 사람들은 보약이라면 혹해버린다.

결혼 전에는 매일 같이 체중이 떨어져 한국서 보내온 염소똥 같이 생긴 까만 환약도 먹었는데 그일이 유학생들 사이에 소문이 났었단다.

그걸 먹으면 약간 손발이 저린 느낌이 있어 중단했다는데 약사인 나를 만나니 신이 나서 양약(洋藥), 한약(漢藥) 뭐든지 좋다는 건

다 먹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만 하랜다.

 

그러나 내가 자기가 상상하던 약사 (Pharmacist)가 아님을 깨닫고 부터는 혼자 나가서 Over the counter 藥,

즉 처방 없이 살수있는 약들을 잔뜩 사다가 먹는다.

여러가지 비타민제는 물론 어디서 좋다고 들은 약은 잔뜩, 하다못해 Garlic capsule 까지 사다 먹는다.

마늘은 음식으로 충분히 먹고 있는데 비싼 capsule 까지 사다 먹는다고 야단했으나 마이동풍(馬耳東風)이다.

 

어쩌다 의사에게 갔을때 이런 하소연을 하면 의사는 가만히 듣고 있다가

"Whatever he does must be working.  He's in good shape."

 

뭔지 모르지만 하여간에 잘하고 있으니 걱정말라는 말이였다.

서울까지 진작에 소문이 났는데 나의 부모님도 정서방은 자기가 알아 건강을 챙기니 얼마나 다행한 일이냐고

오히려 칭찬을 했다.

 

우리가 옛날부터 신세를 많이진 친지 한분은 Chicago에 사시는 의사인데 또 약을 전적으로 믿는 분이다.

수년간 파킨손씨 병으로 고생하시는데 양약뿐 아니라 한약, 보약, 민간약등, 모든것을 약으로 다스리려 하신다.

 

그런데 그 보약을 혼자만 드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자꾸 보내주시니 탈이다.

먹는 약, 그것도 듣도 보도 못한 이상괴상한 민간약이 한마디 통고도 없이 갑자기 집으로 배달될때 참으로 황당하다.

 

한번은 원불교 한약방을 통해서 과일즙으로 만든 藥 Package를 Box로 잔뜩 배달시키셨다.

과일 즙이라니 설마 먹을수 있겠지했다.  그러나 색갈은 검은 갈색으로 변해버린것이 맛은 들큰하고, 비위가 상해서 도저히

목구멍으로 넘길수가 없었다.  먹을수도 없고, 그렇다고 돈을 많이 주고 정성스럽게 보낸것을 버릴수도 없었다.

 

좁아터진 냉장고에 몇년동안 꿍쳐두고 있었는데 이 약 봉다리들을 볼때마다 짜증이 났다.

결국 어느날 용단을 내어 다 쏟아 버렸다.

또 용단을 내어 보내주신 약들을 다 버렸으니 다시는 보내시지 말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랬더니 이번엔 또 여러가지 종합 비타민제 같은 알약을 몇개씩 포장한것이 왔다.

본래 남편 아는 분이 보낸거니까 남편 보고 책임지고 다 먹으라고 했다.

그런데 이번엔 웬일인지 그렇게 보약 잘 먹는 사람이 선뜻 나서지 않았다.

유효기간이 지날까봐 안절부절하다가 마침 젊은 사람들이 우리집에 모이는 기회가 있기에 나누어 주었더니 다들 고마워하며 들고 갔다.

 

세상이 바뀌어 요즘은 젊은 사람들이 오히려 개똥도 약이 된다면 마지않는다.

약이라면 그저 믿고 먹어야한다고 오히려 내게 충고하니 소위 약사라는 내가 무색해 진다.

 

그러나 요즘 우리는 환자에게 자기가 먹는 약을 알아서 챙기고, 의심나면 묻고, 그게 무엇인지 알고 먹으라고 가르친다.

의사들이 처방했다고 꼭 먹어야할 의무는 없다.

 

환자 모르게 하려고 일부러 라틴어 섞어서 암호처럼 더 알아볼수 없게 처방을 쓰던것은 옛날 일이다.

지금은 Medication Error 를 방지하는 한 방편으로 환자를 교육시킨다.

 

평소에 자기가 먹는 약의 이름, 용량, 먹는 횟수등의 상세한 List 를 가지고 있다가 의사를 볼때 가져가라고 가르친다.

아니면 약을 병째로 다 들고 와서 간호원이나 약사가 직접 보고 기록한 다음 집에 가져가게 한다.

 

이제껏 내가 선물로 받은 약은 이상한 과일즙 외에도, 쥐눈이 콩 식초 절임, 진흙을 물에 타 먹는것 같은 경옥고,

쓰디 쓴 홍삼 들어간 농축액, 파파야 같은 과일 쥬스의 물약, 양파 쥬스, 흰 민들레 알약, 선인장 알약,

또 무슨 종합 비타민제 같은 알약 모아 놓은것, 등등...

 

최근에는 아주 커다란 Box로 만병 통치한다는 Propolis 라는 약이 도착했다.

나는 속수 무책 (束手無策)이다.

 

차라리 얼굴에 바르는 크림 같은것이나 보내주면 무지 고마워할것을...

세상에 몸에 좋다는 약은 왜 이리 많은가?

 

수년전에 받은 파파야 쥬스 藥은 먹을수도 없고, 버리지도 못해서 검다 쓰다 인사도 못하고, 지금껏 꿀 먹은 벙어리로 있다.

애써서 보내준 그 마음을 생각하면 함부로 버릴수도 없어서 여태 끼고 있다.

시어서 먹을수가 없던 쥐눈이 콩 가루는 진작에 버렸고, 감사하다는 인사는 뚝 잘라 먹었다.

 

How do you know, if that yucky looking and tasting stuff is good for you?

I don't know, but I don't care.

 

옛말에 약 싫어하는 사람이 건강하다더니 그래도 아직은 웬만큼 건강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 6-2010)

 

 

 

"人生의 住所"    ......    문무학 (文武鶴)

 

젊을적 식탁에는 꽃병이 놓이더니

늙은 날 식탁에는 약병만 줄을 선다.

 

아!  人生

 

고작 꽃병과 약병 

그 사이에 있던 것을...

 

 

 

 

   

  • ?
    정성자 2021.08.26 08:40
    약사이신 신옥님의 약 얘기가 넘 잼나부러유
    시카고에 사시는 그 의사쌤 친절해두 너어~무 친절해서 탈 ㅎ

    오늘의 교훈
    '약 좋다구 남용말구 약 모르고 오용말자'

    코로나 시대 교훈
    '뭉치면 망하구 흩어지믄 산다'
  • ?
    신옥 2021.08.27 14:27

    맹월댁, 내 이야기보다 네 댓글이 더 재밌다.
    하여튼 넌 늘 사근사근 명랑해서 좋아. ​그것도 재주다.

    ​이건 무려 11년전 이야기... 묵은 오이지독 뒤졌어.
    ​그런데 지금은 정말 아픈곳이 너무 많다.
    ​ 그래서 약 먹고, 연고 바르고, tape도 붙이고, 별짓 다 한다.

    미국에 있는 원불교 교무들을 도맡아 치료하던 그 의사 선생님은 2015년엔가 돌아가셨다.
    그 부인과 요즘 카톡을 많이 하는데 이 이야긴 절대로 못한다. 누구 이야긴지 다 알테니까.

    서울 갔을때 한번은 동생, 병한이 한알에 50불한다는 알약, 또 이름 잊었다.
    황진단? 그걸 나보고 두어갠가 먹으라고.

    나 안먹는다고 했지. 정말 황금으로 만들었는지 비싸기는 왜 그리 비싸며
    여러개 먹는 것도 아니고 겨우 고만큼 먹어서 간에 기별이나 가겠어?

    그래도 계속 우기기에 먹는다고 해놓고 오는날 어디다 살짝 감춰놓고 왔다.
    그랬더니 얘가 화가 나서 거의 6개월을 말을 안했어. ㅎㅎ.

    tape도 얘가 누구한테서 기(氣)를 받아서 만들은 거야.
    약을 금방 먹었는데도 말도 할수없이 입이 아프면 그 tape를 얼굴에 척 붙쳤다.
    그러면 좀 의지가 되는 느낌이야. 그걸 사진 찍어 보여줬더니 흡족해 하더라고.

    근데 네 답글에 답글로 쓰려니까 어렵네.
    지우려는 건 안지워지고, 안 지우려는 건 지워지고.
    맘대로 안 써져서 그냥 이 위로 올라왔다.

     

    *** 방금 그 황금빛 종이에 싼 환약 이름이 생각났다.

    황진단이 아니라 공진단이다.  ㅎㅎ.

    요즘은 이렇게 좀 기다려야 생각난다.  (8/28/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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