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14일~15일
[무박이일의 통영 사량도 지리산 산행]
14일 밤 11시를 훌쩍 넘긴 시각
140여명의 선후배 동문님들을 태운 버스 4대는 밤길을 달려
15일 새벽 4시를 조금 넘기고 목적지에 도착하였습니다.
버스에서 내리자 사방은 어두운데
훅~ 하고 끼쳐드는 비릿한 바닷내음에
아! 여기가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진다" 는
그 유명한 삼천포구나 했습지요.
4시간을 넘게 모두들 좁은 버스좌석에 기대어 비몽사몽
자다가 졸다가 "다 왔다" 는 소리에 어리둥절 깨어서는
식당 [유나] 에서 밤참인지 아침인지를 먹는데
그 신새벽 잠도 제대로 못자 입도 깔깔하련만 어찌 그리들 맛있게 먹는지..!
허긴 먹어야 심을 쓰고 심이 있어야 산도 잘 오릉께.
근디...
지는 몇술 뜨다 말었어유
언젠가 지금처럼 무박이일로 산행왔다가 든든히 배를 채워야한다고
푼수없이 욕심껏 먹은게 탈이나서 호되게 곤욕을 치룬적이 있었걸랑유
어라 글고보니
얘기가 실그머니 삼천포로 빠졌삔네예~ ㅎ
화장실 다녀오고 구두끈 조여매고
산행코스에 대한 설명도 듣고나서
제일 긴 거리인 A코스(7.5km 5시간 30분) 로 가겠노라 작정을 하고
몇몇 후배의 의중을 떠보니 다들 대답이 애미모호입니다
함께 온 동기들과 행동을 같이해야 해서 어느코스로 갈지 모르겠다는 대답.
동기들을 배반할 수 없다는 말이렷다
오호 통재라~
동기없는 놈 어디 서러버 살것냐고욧?
13회 남동들 다 워디가고 나홀로 (문자는 보나마나 B코스) 산행을 해야하는건지..
잠시 낯선곳에 내 팽겨진 듯 외롭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구머뉴.
누가 등 떠밀어 온것도 아니건만.
5시 30분
사량도 가는 배를 타려고 밖으로 나오니
캄캄한 밤하늘에는 둥싯~ 눈썹같은 하현달(삼월 스무닷새)이 그린듯이 떠있고
어둑신한 선착장은 배를 타려고 사방에서 쏟아져나온 산객들로 장터마냥 왁자지껄한데
우리일행만 온게 아니라서 누가 누군지 피아간에 구분이 안되는중에
"사대부고는 이리 와 줄을 서시오"
소리나는 쪽으로 우르르 몰려가 배를 탑니다.
한 40분 걸렸나요
여선장님의 자세한 사량도 소개를 들으며 오다보니
어느새 날이 훤하게 밝아 바다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사량도 내지항에 도착을 합니다.
비슷비슷한 시간에 들어오는 다른 배에는 버스가 두대나 실려있으니
그 많은 사람들이 좁은 산길로 한꺼번에 몰리면 보나마나 지체되는건 뻔한일이고
11시 50분까지 대항으로 집합해야 한다는 집행부의 당부도 마음에 걸리는지라
이래저래 발걸음을 재촉하게 되었는데 그때 시간이 6시 20분경.
벌써 저 앞에는 총동산악회에서 가히 독보적 존재이신
11회 유성삼 선배님이 성큼성큼 걸어가시고 계셨습니다.
선배님을 소개하자면
국내는 말할것도 없고 전세계의 유명한 산이란 산은 전부 오르신
베테랑 산악인으로
산을 탄다는 말보다 날아간다는 말이 어울리는 분이십니다.
대충 어느정도 비스므리해야 흉내를 내보던가 시늉을 해보는거지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그 앞에서 얼쩡거리겠는지요?!
하여간에
들머리까지는 과감하게 선배님뒤를 바짝 따라 붙었습니다.
그러나
초입새부터 디립다 오르막이라서 속력이 안나는데다
다른팀의 젊은이들까지 기세좋게 앞질러나가니 초장부터 기가 질려서는 원~
이럴때는 뒤로 쳐지는게 제 분수에 맞다 싶고
어줍잖게 욕심내다가는 황새쫓는 뱁새 가랑이 찢어지지 말란법두 없으니
여기서 마음을 접고는 속으로 인사를 했습지요
'선배님 먼저 오르십시오 전 천천히 가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허위허위~ 깊은숨 몰아가며 힘들게 올라와 쉴라치면 그곳에 선배님이 계신겁니다.
나를 기다리기나 하신듯..
아마도
늙은 여자후배 혼자 기를 쓰는게 애처롭기도 하고 한편 기특하기도 하여
일부러 걸음을 늦추셨으리라 그리 짐작을 하면서
산행을 마칠때까지 저랑 친구해 주신거 이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립니다.
어디서부턴가 동행하게된 후배가 있어 통성명을 하고보니 38회라고..
이준호군도 고마워요
높이가 해발 400m 도 채 안되는 지리산 가는길은 그리 녹녹지가 않아
너덜길 깔딱고개를 여러번 넘고 위험한 뽀족바윗길을 네발로 설설 기면서
올라와야만 만나는 정상입니다.
한마디로 감개무량!!!
남해의 작은 섬 사량도에 동서로 우뚝솟은 산들은 지리산을 시작으로
월암봉, 불모산(400m), 가마봉(303m),연지봉,그리고 옥녀봉(266m)까지
어느 한곳도 만만하지가 않아 오르고 내려야하는 징한 바윗길이 무릇 기하이며
위험구간에 설치된 로프에 몸을 맡기고 용을 쓴곳도 여러곳이요
그외 거의 직각으로 설치된 철계단까지
그야말로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수 없는 빡센 산행에 나중에는 뒷골이 다 띵~~♨♨
그러나 위험부담이 큰 만큼 보람 또한 크다는것.
산을 타는 내내 바라보이는 푸른바다와 그 주변의 빼어난 경관하며
무더기 무더기 피어있는 진달래의 고운자태는
그 어떤 미사여구도 군더더기가 될 뿐이이라 입 다뭅지요. 합~
힘들어 주저앉고 시픈맘 굴뚝같은데
쥑여주는 경치가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라며
"쉬었다 가이소~" 매번 발목을 잡지요
애잔하게 한들거리며 연분홍 미소를 흘리는 진달래는
"놀다 가이소~" 자꾸만 유혹의 눈길을 보내지요
어쩌란 말입니까?
정녕 날더러 어쩌란 말입니까?
언제 또 와 볼것인지..
돌아서 오는길은 아쉬움으로 가득한데
마지막 옥녀봉을 거치고도 또 두어개 고개를 넘어 대항으로 오니
10시 20분이라네요 헉~
???
놀라움도 잠시 하늘거리며 웃음짓는 진달래의 연분홍 유혹에 못 이기는 척
퍼질러앉아 노닥거리다 올껄...쬐끔 후회가 되더라지요.
우짜돈등
4시간만에 오늘의 산행을 무사히 마치니
내가 나를 생각해도 신통방통하여 칭찬을 마구마구 해 주었다는 말씀이외다.
"맹월댁 수고 마니 했니라"
끝까지 함께한 유성삼선배님과 38회 막내 이준호군 그리고 맹월댁은
하이파이로 서로를 격려하고 횟집으로 고고고~
수고했다고 사주신 막걸리는 후배사랑까지 듬뿍 담겨 꿀맛이었고
바로 오늘 2012년 4월 15일
내 생의 가장 빛나는 봄날이었음을~!!!
12시 30분에 대항을 떠나 삼천포에서 점심을 먹고 2시에 출발한 버스는
막히지도 않은길을 신나게 달려 채 7시도 안되어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전날 제대로 못잔데다 산행에 지친몸이 버스를 타자마자 죽음같은 잠속으로 풍덩~
천안휴게소에 잠시 들린것만 기억날뿐..
봄날 하루가 꿈결인가? 햇답니다.
봄바람이 상큼한 날씨는 더 바랄것없이 좋았고
힘들었지만 그만큼 기억에는 오래 남겠지요
소중한 기회 갖게해주신 산악회임원진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함께 한 선후배 동문님들 고맙습니다.
찬란한 봄날 보내시기 바라며...
맹워리가
식당에서
사량도 가는 배안
뒤따라 오는 배에는 버스가 2대나 실려있네요
내지항에 도착
여기는 사량도
도로를 따라 들머리인 금북개를 향하여
여기서부터 산길 시작
계속 오름길
저 앞에 노란옷이 유성삼 선배님
"저 기다리셨어요?
웃옷을 벗어 배낭에 넣으며 환한 웃음으로 후배를 맞아주시네요 감사^^
바위너덜길인 깔딱고개를 수도없이 올라야합니다
운무가 끼어 시야가 뿌옇기는 해도 역시 멋진 바다
반가운 진달래
600여미터만 가면 지리산
19회 전정무후배
여기도 길.. 바위가 서 있다는말이 맞는듯
네발로 엉금엉금 기며 간 길 아래로는 천길 낭떠러지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며
벗어들은 웃옷을 보고서야 31회 후배임을 알았는데 앗차~ 이름을 안 물었군요
방금 넘어온 봉우리입니다
14회 황대현 19회 전정무
높지않다고 얕잡아보다간 큰코 다칩니다
11회 13회 14회 19회
지리산 올라온 증명사진을 찍은후
두 후배는 동기들 기다린다고 쳐졌는데
산행중에는 끝내 못 만났다는...
♪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처음엔 누가 일부러 꽂아놓은줄 알았었지요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꽃까지 피워올린 그 위대한 힘앞에
숙연해지는 마음이어라
주상절리는 제주도에만 있는것이 아니올시다
옥녀봉 3km 갈길이 멀기만 합니다
뱅기타고 오셨나요?
산중턱 매점에 한상 차리고 계신 후배님들
등산지도를 보니 삼분의 일 정도 걸었군요
안개는 걷힐줄을 모르고
계단과
로프는 생명줄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힘들게 올라온 가마봉
어렵게 올라온길 다시 내려가고
거의 80도 직각에 가까운 철계단
방금 내려온 철계단을 멀리서 바라보며
감탄에 감탄을 하며
위험구간! 위험구간!
쉬운곳은 어디?
수직절벽에 로프만 대롱대롱 매달린 옥녀봉
바라보기만도 오금이 저립니다
사소한일에 목숨걸 일 있나 싶어 우회로로 돌아가는데
바닥이 삐그덕~삐그덕~ 여기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
로프타고 옥녀봉을 오르신 유선배님과 38회 이준호 후배님이
줄 사다리를 타고서 내려옵니다
대항이 바로 눈앞에
옥녀봉이 끝인가 했더니만...갈수록 태산일세 휴~
고개 두어개 또 넘고 드디어 도로로.
산행이 힘든 분들은
섬 주위를 도는 순환버스를 이용해
구경을 하는것도 좋겠지요
벚꽃이 만발한 길을 따라
대항으로 내려갑니다
대항 도착하고
횟집에서
선배님이 사주신 막걸리로 건배를..
우리가 탈 배가 들어옵니다
돌아오는 배안의 풍경.
즐거운 여행은 산행의 피로도 말끔히 씻어줍니다
사량도여 안녕히~
잔잔한 바다위로 배가 지나간자리 하얀 포말로 이어지고
하늘을 나는 갈매기 몇마리 배를 따라옵니다
삼천포가 보이기 시작
삼천포 화력발전소
새끼 먹이려고 부지런히 모이 줏어오는 어미새처럼
연신 먹을거리 가져다 주시는 10회 최중서선배님은
카우보이 모자가 썩~ 잘 어울리십니다
삼천포 대교
선착장에 배가 닿았습니다
하선을 하고
오후 1시 반경 또다시 (유나식당) 으로 와서 점심을 먹는데
배가 고프니 밥 한그릇 게눈 감치듯 먹었습니다.
시장이 반찬.
주차장에 나란히 주차되어 있는 관광버스들..
셀 수없이 많더군요
봄나들이 행락철 맞습니다.
교대역에 내려 어제 오늘 잘 달려준 버스가 고마워서 찰칵~
내 생의 가장 빛나는 봄날이었음을~!!!
축하 합니다. 그런 날을 맞이 하시어.
매일 이런 기분으로 살면 맹월댁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분이 됩니다.
"사우"을 들으며 그 곳 친구들 모습을 그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