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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삼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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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2월 13~14일 (금요일 비 토요일 맑음)
        ▶ 산행일 : 2009. 2. 14(토)
        ▶ 예정코스(약 17.5km, 휴식포함 9시간30분 소요) :
        버리미기재~장성봉(915m)~악휘봉(845m)~은티재~구왕봉(877m)~지름티재~희양산(998m)~은티마을

        다시 시작 된 무박2일 백두대간 제 17회차 종주입니다
        밤 11시 출발하는 버스에 오른 대원 15명.
        한달만에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 웃음으로 서로를 반깁니다

        괴산휴게소를 거쳐서 (12시 50분)
        새벽 2시 20분.
        목적지에 다 왔다는 소리에 부랴사랴 완전무장하고 내렷더니만
        어어~~~?
        여기가 아닌모양입니다

        기사님이 누군가와 한참 통화를 하더니 다시 타라구
        캄캄한 밤길을 30여분 더 달려 도착한 곳 버리미기재.
        새벽 3시.

        흐렷는가? 별도 달도없는 캄캄한 산중의 새벽은
        안개까지 자욱하게 끼어 한치앞도 구분이 안되고
        간간히 부는 바람은 매몰차게 볼을 때리지만 서슬퍼런 동장군의 기세는 한 풀 꺾인듯..
        봄기운이 대간길에도 감돌고 있음이겠지요

        길 잃기 쉬우므로 앞뒷사람 서로 떨어지지않게 가야하건만
        마음들이 비쁜건지..
        여유가 없는건지..
        제각각의 발걸음으로 격차가 나게 마련

        뒤 떨어질새라 잰 걸음을 옮기다보니 땀이 나기 시작하고
        그바람에 안경은 뿌옇게 김이 서려 닦아도 닦아도 소용없으니
        한 후배는 도저히 안 되겠는지 숫제 안경을 벗어 듭니다
        안 그래도 굼뜬 걸음이 안경까지 벗으니 이건 숫제 눈 뜬 장님입지요

        진작에 알았으면 대비를 했을테지만
        지금까지 열일곱번의 대간길에서
        오늘같이 곤란한 일을 겪는것은 처음이기에 더 당황스럽고 난감하고..
        어찌하든 가는길은 멈출 수 없음이 우리앞에 놓인 운명인것을~

        잠깐 사이 길도 사람도 놓치고는
        " 어디 있어요?" 소리지르기를 몇번이었는지
        발빠른 후배들의 젊음이 그저 부럽기만 합니다

        그나마 땀을 덜 흘리는 맹월댁은
        안경을 벗고 걷는 위험천만한 지경까지는 안 가 다행일 법도 하지만
        부옇게 김이 서린 안경은 끼나 마나 거기서 거기라

        더듬거리기는 그나 내나 오십보 백보이건만
        과부 사정은 호래비가 안다구
        눈(안경)을 벗어버린 후배를 뒤에 세우고서

        "가운데 커다란 돌 있으니 조심"
        "여기는 내리막길 미끄럼 조심해"
        "가운데 나무뿌리 있어"
        "왼쪽 낭떠러지야" 등등..

        연신 뒤돌아 서서 불빛을 비추며 엉금거리기를 거의 4시간
        주위가 부우연하게 밝아오는 7시경이 되어서야 게우 팽팽한 신경줄을 내려 놓습니다
        멀쩡히 눈 뜨고 걷기도 힘든 밤길인데 장님 행장나서듯 하였으니
        그 고생이 오죽했을지 짐작이 되시나요?

        어디에 무슨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는 야간산행에
        오늘처럼 날씨까지 따라주지 않으면 몇배의 힘이 드는건 당연지사
        온 몸의 진이란 진은 다 빠졌다는게 맞는 말일겁니다

        희안한것은 날이 밝자 안경이 말짱하다는거 무신 조화속인지 원~
        쇼생크 탈출이 아닌 암흑 탈출 성공! 입니다
        휴~~~
        이제 살았군요.

        갈길이야 아직 멀고도 멀지만
        고통속에서 네시간을 40시간처럼 살아 낸 우리들 이구동성으로 한 말은
        "장애인중에도 눈 안 보이는 사람들이 제일 불쌍해 그치?"
        "암만~암만~"

        장성봉에서 악휘봉을 향해 가는 길 헬기장 올라서고부터 삐끗~
        내리막길을 한참 신나게 내려갔는데 이게 어찌 된 일이랍니까
        분명 안내리본을 보고 온건데..

        엔간히 내려왔어야 말을 하징
        에구 약 올라라
        모두들 허망해설랑 맥빠진 걸음으로 다시 허위허위 올라와보니
        저쪽에 더많이 걸려있는 리본들.
        아항! 저리로 가는거였구만
        근데 왜 엉뚱한 방향에 리본을 매단고얏!!! 나쁜 사람들 가트니라구

        이렇게 알바까지 빡세게 해가며
        우여곡절끝에 악휘봉 삼거리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악휘봉은 대간길에서 비껴나 있고(10분 거리)
        우리는 가 보고 시플 뿐이고..

        가고 시픈 사람은 알아서 다녀 오라는데
        다들 전에 와 본 곳이라나 모라나 시큰둥인채 아침 요기를 한다고 짐을 풉니다

        예까지 왔는데 안보고 가면 섭하지요
        해서
        후배가 싸 온 쑥개떡 한개 얼릉 집어 우적거리며 희숙이랑 잽싸게 날듯이
        징맹사진 한장 찍고 서둘러 내려오니
        오잉~?
        고새를 못참고 벌써 배낭 짊어지고 떠날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추워서 더 못 있겠다니..
        이런 젠장

        컵라면 가져온거 꺼내보지도 못하고
        급한대로 더운물에 빵 한조각 우겨넣는 맹월댁 배짱 한번 두둑합니다
        우야돈등 머거야 강께
        허둥지둥 짐 싸들고 뒤를 따르지만 젊은 옵빠야들 휭~하니 내달려
        어느새 뒷꼭지도 아니 보입니다.

        산길은 전날 내린 비로 축축하게 젖어있는데
        더러는 얼은곳이 가랑잎에 가려있어서 방심하면 미끄덩
        예서 제서 어이쿠~
        차마 소리내어 웃지는 못하고 속으로만 ㅋ ㅋ

        한두번은 고사하고 여섯번까지 넘어진 사람도 있으니
        아마도 요 기록은 쉽게 깨질것 같지가 않군요

        10시쯤 되니 서서히 안개가 걷히면서 햇살도 비치고 주변 산세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쉬엄쉬엄 경치까지 살펴가며 누가 모라든 내 식대로 갑니다.

        높은곳에는 어김없이 상고대가 하얗게 피어 있어서 그걸 보는것 만으로도 너무 행복해
        좀전에 죽을뚱 살뚱 고생했던일이 다 용서가 되드라는..
        사람맴이 요래 간사시럽네요

        700m도 채 안되는 주치봉 오름길이 장난아니게 가파라서
        한발짝 걷고 한 숨 쉬고..또 한발짝 걷고 두 숨 쉬고..
        정상에 올라 선 시각이 11시.
        산행 시작한지 여덟시간째

        먼저 도착한 후배님들끼리 어디까지 갈거냐로 얘기가 오가더니
        지난 여름 그 무더운 염천에도 12시간씩 걸었는데 오늘 날씨도 좋겟다
        못할게 뭐 있냐며 또 꽁지가 빠지게 달아납니다.

        내 참
        희양산을 넘어 간다는 소린지..거기서 더 간다는것인지
        조금 헷갈려 하면서
        그래요 머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루다가 함 해 봅시다
        맴은 그리 먹었지만 사실 걱정이 태산같은데..
        갈테면 가라지 내가 가야 버스가 떠나징~ 하며 한껏 여유를 부립니다

        주치봉을 지나 도착한 은티재에서 [구왕봉 50분][은티마을 20분]이라는
        팻말이 보이는 순간 그냥 내려가 버릴까? 아주 잠깐 갈등을 했지요만
        일단은 가는데까지 가 보기로 했으니 구왕봉을 향해서 또 걷습니다.

        느릿~느릿~
        간간히 만나는 상고대와 눈맞춤 하랴
        막 퍼지기 시작한 햇살에 녹아내려 후두두둑 우박처럼 떨어지는 하얀 얼음과자도 줏어 먹으랴
        바쁠것 하나 없는 세 누나들(13회 2명 27회 1명)을 그냥 버리고 갈 수 없어
        억지춘향 뒤 쳐진 울 지동회대장님은
        아마도 속에서 천불이 났을겝니다
        힘은 커녕 짐이 되얏스니 그저 그저
        '아이 엠 쏘리여유'

        한시간도 더 넘게 걸려서 구왕봉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와~~~!
        바로 코앞으로 다가드는 희양산의 위용이 대단하군요
        산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바위덩어리로 이루어진듯 한데
        밝은 햇살에 말갛게 씻기운듯 반짝반짝 빛나 보입니다

        아침도 제대로 못 먹고 예까지 오느라 허기진 우리들은
        지대장님께서 바리바리 싸 온 음식으로 포식을 했습니다
        희양산을 바라보며 구왕봉 정상에서 펼쳐진 만찬은
        그야말로 임금님 수랏상 부럽지 않았다니까요

        이미 우리 여자셋은 지름티재에서 은티마을로 탈출하자 합의를 보고
        이제는 우리끼리 갈 수 있으니
        대장님은 그냥 가던대로 더 가라구 권했지만
        끝까지 흑기사로 남아 준 울 대장님 멋쟁이!

        먼저 구왕봉을 내려 간 후배님들이 지름티재까지의 내리막이
        엄청 험난하다고 조심해야 한다는 전갈을 해주더니만
        정말이지 난코스중에 난코스라 곡예하듯이 아슬아슬
        지나온 길도 만만치가 않아 헉헉대고 왓구먼
        어쭈구리
        이건 숫제 유격훈련 결정판 되시것십니더

        구왕봉을 다 내려와 희양산 언저리가 되는 지름티재에는
        은티마을로 내려가는곳만 빤하게 남겨놓고 사방을 통나무로 얼기설기 막아놓았는데
        때론 스님들이 지킨다고도.
        봉암사 스님들의 기도처라 절대 출입금지랍니다
        '내 더러워서 안가고 만다 말어'

        계곡을 끼고서 설렁설렁~
        멀리 시루봉까지 간 대원도 두사람이나 있다하니 바쁠게 모 있나요
        은티마을로 가는길은 한가롭고도 여유만만입니다.

        양지바른 과수원 나무끝에는 뾰족뾰족 새순이 보이고
        조는듯 조용하기만 한 마을에 하산한 산객들 몇이 막걸리에 취하는..
        오후 2시.
        오늘의 마침표를 찍는 시간입니다

        함께 고생하고 온 후배(안경 벗어버린)가
        "아무래도 더는 못 할것 같아요. 너무 힘든데다 민폐나 끼치구.."
        그녀의 힘없는 소리에 내 가슴이 쿵~ 내려 앉습니다.

        첨부터 지금까지 내게 힘이 되구 위로가 되주던 후배인데..
        오죽 힘들었으면...쯔쯧
        내마음이 바로 그 마음이기에 이해 못 할것도 없지요만
        15명 대원중에 여자라고는 고작 4~5명뿐인걸.

        사랑하는 후배님~
        그만 둔다는 말 못 들은걸루 할거니까 우리 끝까지 함께 하기로 해요.

        오늘의 코스는
        A코스 은티재에서 탈출한 15회 후배 1명
        B코스 지름티지에서 탈출한 우리들 4명
        C코스 희양산을 거쳐 성터로 내려온 후배들 8명(4시)
        D코스 시루봉까지 다녀 온 17회와 33회 후배 2명(5시)


        희양산 올라가는길이 온통 얼어 있어 빙벽 타느라 혼쭐 났다구
        우리보구 안 가길 참 잘 했다네요.
        하모요~ 우리가 누굽니까? [선.견.지.명]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맹워리가


새벽 4시 30분 장성봉도착


어쩔 수 없이 죄를 또 짓습니다


8시50분 안개에 덮혀있는 악취봉 선바위


악휘봉에서 은티재로 향하는 능선에서 희수기와 맹워리


햇살에 녹은 얼음이 후두두둑 우박처럼 떨어져내린다


구왕봉 얼음꽃이 핀 나무사이로 바라보이는 희양산


희양산 정상에도 얼음꽃이 하얗게 피었다

  • ?
    정성자 2018.06.11 22:54
    요즘 이곳 사랑방을 딜다보면

    중환자실에 겨우 숨만 붙어있는 환자를 보는것만 같고

    '사망하셨습니다'
    라는
    진단이 떨어질것만 같습니다

    맥이 빠져 손 놓고 싶지만........








    맹월댁은 끝까지 가 볼랍니다
  • ?
    신상만 2018.06.11 22:54
    명월댁 산행기를 읽노라면

    서사시를 보는 느낌..................
  • ?
    정성자 2018.06.11 22:54
    신박사님이 달아주는 댓글에
    힘 불끈!
    용기 얻고 가는거 아시쥬?

    그래서 항상
    ♥ 탱Q ♥
  • ?
    홍경삼 2018.06.11 22:54
    대단하십니다.

    선바위. 두 白頭大肝女를 합처 한 폭의 서사화를 그리고 싶소.
    서사시는 상만이가 쓰시고...
  • ?
    정성자 2018.06.11 22:54
    태평양 건너 쌀국에서 보낸 경삼씨 댓글로
    힘 불끈! 불끈!

    역쉬
    ♥ 탱Q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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