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이 싸~ 할 정도로 상쾌한 시월 열하루날
문장대 아래 햇볕바른 양지녘에 자리를 잡고서
각자 싸 온 것들을 쭈욱 풀어놓으니
10첩 한정식 반상 저리 가랍니다
힘든 노동? 끝에 맛보는 꿀맛같은 음식과 달콤한 휴식은
보약 그 이상의 보약이라는거
더군다나 눈앞으로 좌악 펼쳐진 속리산의 절경을 마주대하고 있으니
더 무엇을 바라겠는지요
천황봉을 거쳐 형제봉 갈령까지의 남은 길이
지금껏 걸어 온 길보다 더 멀다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리 힘든 구간은 없다는 말에
용기를 내어 다시 힘을 냅니다
아자! 아자!
문수봉을 지나 신선대를 거쳐 입석대와 비로봉 그리고
천황봉으로 이어지는 그 길
갖가지 형상의 기암괴석들이
막 물들기 시작한 단풍과 어우러져 한층 그 장엄함에 빛을 더하는데
바쁜 마음과는 달리 발길과 눈길이 자주 머물게되니
자연 가는길은 점점 느려지기만 합니다
10시 30분에 속리산 최고봉 천황봉(1058m)에 올라
세자매 징맹사진을 찍습니다
그저 남는건 사진뿐이니라 함서..
야간산행때는 온통 어둠뿐,
눈에 뵈는게 없으니 대원 모두가 똘똘 뭉쳐서
행여 길 잃을세라
어느 누구 낙오될세라
가끔씩 번호 붙쳣! 인원점검도 하며 함께 움직이는데
일단 날이 샛다하면 길 잃을 염려 없겠다,기다렷다는 둣이
발빠른 후배들 꽁지가 빠지게 달아빼는데
신발 벗어들고 뛰어도 못 쫓아가는 우리들은 그저 마음만 동동~
머~ 까짓
'먼저 갈테면 가봐라 내가 도착해야 버스 떠나징~'
나날이 뱃짱만 두둑해져서
대간길 한번 지나면 언제 또 밟아 볼 것이며
아름다운 금수강산 우리나라 존나라 그 멋진 산천경개
두루 눈여겨 봐주며 마음에 쟁이며..
한껏
여유를 부려보지만 기실 초조하고 급하고 그렇습지요
그렇다고
서두를일은 더더욱 아니기에 매순간 조심 또 조심을 하며
발걸음을 옮깁니다
피앗재 안부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1시 15분.
형제봉이 1.6키로, 형제봉에서 갈령까지 2키로
발길은 자꾸만 더뎌지는데
이 길의 끝은 어디메뇨...?
비교적 평이한 구릉길이라고는 하나
대간길 어느 한군데 만만한 구석이 있느냐는 듯
경사가 급한 하산길에 왕모래까지 깔려있으니 위험천만에 대략난감입니다
안 넘어지려고 애는 쓰지만 수도없이 미끌~ 찌지직..
그럴때마다 가슴이 철렁~
용케 잘 넘기는가 싶더니 꽈당! 땅 한평 샀습니다
나중 들으니
땅 여러평 샀다고들..
엉덩방아를 찧은분이 한둘이 아니었다네요
느리건 빠르건
오늘 산행의 반은 날씨가 도와준 셈입니다
덥도 춥도 않은데다
한번씩 불어주는 시원한 바람에 땀 날 새도 없지요
밝은 햇살 아래 드러나는 속리산의 속살과 주변 풍광들까지 눈은 즐겁지요
어려움 속에서도 고통을 덜어주는 필요충분 조건임을 감사하는 날입니다
암릉구간 넘어오느라 용은 좀 썼지만
나머지 끝날때까지 기진맥진은 아니었다는것
그래서 또 ♬ 에헤라디여~
기분좋은 세자매되시것습니다
걷고 또 걸어
드디어 오후 3시 30분에 날머리 갈령에 도착했습니다
예정시간(11시간)은 어디까지나 그냥 예정시간일뿐..
캄캄한 한밤중 새벽 3시에 출발한 오늘의 여정이
무려 열두시간 삼십분만에 그 끝을 보는 순간임에
어찌 감격치 않을수가 있겟습니까?!
맹워리 만쉐!
13세자매 만만쉐!
-2부 끝-
맹워리가
늘재 고갯마루에 서있는 대간표지석
입석대에서 만난 이정표
입석대 전체모습
입석대
비로봉
천왕석문 (또는 상고석문)
곱게 물든 단풍
여기 길 맞어요?
형제봉 정상의 바위
사람형상을 한 바위들
머리 숙이고 조심하세요
요상하게 생긴 바위
우리가 넘어온 바위능선길
풀숲에 가려 잘 보이지않는 갈령표지석
그래도 쏟아지는 별들도 보고,
큰바위 얼굴도 보았잖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