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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삼산악회
13사우회
Kak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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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8월 8일 밤 10시
      오늘은 末伏
      서울 기온이 올들어 최고(35도 4부)였다니
      그 이름값을 톡톡히 했네요

      베이징 올림픽 개막일
      중국인들이 100년 동안 꿈 꿔온 날이라는데야
      그 개막식 행사가 오죽 볼 만 하겠는가마는
      우리들 백두대간팀 19명은 모든걸 다 접고
      11구간 종주를 위해 다시 밤길을 나섰습니다.

      산 위치 ▶ 경북 김천, 충북 영동

      산행경로 ▶ 제11구간 (거리 22km, 11시간 예상) : 우두령(730)~삼성산(986)~여정봉(1034)~바람재(810)~
      황악산(1111)~백운봉(770)~ 괘방령(310)~가성산(657)~장군봉(606)~눌의산(743)~추풍령(220)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시작한 대간길이
      어느덧 열구간을 넘기고
      드디어 이번 11번째 구간의 날머리는 귀에 익은 추.풍.령.

      구름도 자고 가고 바람도 쉬어 간다는 추풍령이
      백두대간 고개중에서는 가장 낮다는군요
      요 대목에서 내 고개가 갸우뚱~해 집니다

      삼십몇도를 오르 내리는 복더위속에
      총 길이도 만만찮은데다 줄줄이 거쳐야 할 봉우리를 생각하면
      시작도 하기전에 오금이 저리고 턱밑까지 숨이 차오릅니다

      밤길을 달린 버스가 우두령에 도착한것이 새벽 1시 40분쯤
      행장 꾸리고 가볍게 팔다리 흔들고
      산행 시작한것이 2시도 채 안 된 1시 55분.

      일찍 시작 된 산행이었지만
      우리의 발목을 자꾸만 잡는것이 있었으니
      무성하게 자란 잡목을 헤치며 나가는 일과
      칠흙같은 어둠을 뒤덮은 짙은 안개로 안내꼬리표는 어디에?

      안개속에 길을 잃고 헤매인것이 몇번이었는지..
      그래도 용케 길을 찾아내는 후배님들 홧팅! 입니다

      새벽바람에 덥지않은 것만도 어디랴 싶지만
      훤~해 질때까지 쉴새없이 덤벼드는 날벌레와의 싸움
      거기에 짙은 안개로 시야가 부우연하니 흐릿한데다
      안경에 김까지 서려 어려움이 곱배기라는 말씀입지요

      오늘 낮이 얼마나 뜨거우려고 안개는 이리 심한건지
      이미 해가 뜰 시간인데도 주변은 여전히 안개와 구름으로 뒤덮혀
      어둠에서 쉬이 헤어날 기미가 안 보이지만
      발길만은 늦출수가 없어 재바르게 움직입니다

      대간길 어느 한 곳 만만한 곳이 있으랴만
      이 구간이 유독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하는 봉우리가 많아서 고생 좀 했노라는~
      우리보다 먼저 이곳을 거쳐간 대간길에서는 한참 선배인
      20회 후배의 귀뜸이 있었는지라 마음을 다잡기는 했지만
      혹시나가 역시나..고행의 연속입니다

      어느 봉우리 하나쯤 7,8부 능선으로 슬렁슬렁 갈 수 있음 오죽 좋을까마는
      용용 죽겠지? 하는양
      지그재그로 나있는 가르마 길을 죽을뚱 살뚱 올라야만 꼭 제 정수리를 내주는
      야속하고도 얄미운 봉우리들입니다

      누가 이 고생을 사서 하랫나?
      그러게요

      오늘 산행의 중간쯤인 괘방령을 다 내려와 만나게 된 농수로
      물길을 거치지 않는 대간길에서는 좀체 만나보기 힘든 물이기에
      갈급한 상태에서 이게 웬 횡재인고!
      발벗고 들어가 첨벙첨벙~
      졸음도 달아나고 이제 좀 살 것 같습니다

      괘방령 휴게소에 들려 물통에 물도 채우고 이곳이 중간쯤 된다니까
      나머지도 잘 할 수 있을거야 암~
      힘내자 힘!

      나무 그늘속 그나마 바람이 살살 불어주지만
      삼십몇도나 되는 무더위를 견디며
      날벌레 대신 이번에는 극성스런 산모기떼에 물리며
      기나긴 산행에 너나없이 다들 지쳐갑니다만
      제발 탈진까지는 가지 않기를 바라는 심정이 절박합니다

      봉우리 하나 오를적마다 뚝뚝뚝 쉴새없이 떨어지는 땀.땀..땀방울.
      죙일 흘린 땀이 아마 한 양동이쯤 되지 싶네요

      점점 늘어지는 발걸음
      쉬는 그자리 고대로 주저앉아
      잠시 눈이래도 붙여 보았으면 시픈맘이 굴뚝같지만
      그러나
      누가 대신 해 줄 일이 아닌것을..하며
      젖 먹던 힘에 죽을 힘을 더해서 끄응~ 용을 씁니다

      마지막 봉우리 눌의산 도착이 12시 30분
      산행 시작한지 벌써 열시간을 넘겼고
      날머리 추풍령까지는 아직도 1시간여를 더 걸어야 한다지만
      끝이 보인다는 희망에 땀에 절고 피로에 지친 패잔병같은 모습의 대원들
      서로 쳐다보며 허허로운 웃음을 나눕니다

      버스에 도착한 시각이 오후 1시 45분
      꼭 12시간에서 10분이 빠진 11시간 50분만에 긴 고행은 끝이 났습니다

      한여름 산행의 혹독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죽을만큼 힘든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입니다

      수도자들이 순례의 길을 가는 그런 심정으로
      매번 대간길을 나서는 맹월댁
      용케 그 힘든 구간 종주를 성공리에 마쳤음을 자축하며
      대견하고 장하다고 이번만큼은 자신에게 맘껏 칭찬을 해주고 싶습니다

      함께 고생하고 더불어 기쁨 나눈 후배님들 고맙고
      막바지 더위 잘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맹워리가



우두령 들머리


오리무중
안개속에 숨어있는 길을 찾으며


안개인가 구름인가


아~ 드디어 어둠이 걷히는군요


황학산 정상에서


안개사이로 빗살처럼 비치는 햇살


탁족으로 피로를 풀며


괘방령을 출발


눌의산 날버리 포도밭


구름도 쉬어간다는 추풍령


터널을 빠져나와 왼쪽으로


철도 건널목도 건너서


정수리에 사정없이 내려꽂히는 한여름 따거운 햇살


싱그러운 벼는 풍년을 예고하고


서울로 돌아오는길 반가운 비가 내립니다
  • ?
    신상만 2018.04.13 20:18
    888에 추풍령 넘은 명월댁 장하고 장하다 !!!
  • ?
    정성자 2018.04.13 20:18
    장하고 장하다 !!!

    아니구
    징하구 징하다 !!!
  • ?
    이신옥 2018.04.13 20:18
    "구름도 자고 가고 바람도 쉬어 간다는 추풍령이
    백두대간 고개중에서는 가장 낮다는군요
    요 대목에서 내 고개가 갸우뚱~해 집니다 ... "

    덕분에 그 유명한 추풍령을 다 구경하네.
    근데 네 말대로 하나도 안 높다. 그냥 평평한 길이잖아?

    맨 윗사진, 어둠컴컴한 속에 '등산로' 라고 쓰여진 진흙 계단길은 보기만 해도 무섭다.
    울긋불긋한 리본들까지 앞으로의 고행길을 예감케하는 듯. 그때 딱 맘 잡고 돌아섰어야 했어.

    "터널을 빠져나와 왼쪽으로... " 하는 사진, 모두들 오른쪽으로 Turn 하는 것 같은데?
    아무튼 애 썼다.
  • ?
    정성자 2018.04.13 20:18
    없어진 구사이트에서 네가 댓글로
    '어떻게 그 대단한 올림픽 개막식 구경을 포기하느냐'
    했었든거 기억나지?

    그러게 그때 딱 맘 잡고 돌어섰으면?
    아마도 엄청 후회햇지싶다

    평지같은 추풍령인데
    구름도 쉬어가고 바람도 자고 간다니..
    내 참 ㅎㅎ

    대원들이 모두 오른쪽으로 가니까
    뒤에 오던 대장(33회 지동회)이 큰소리로 외쳤다는 말씀
    식담 찾아가는 길이엇거든
  • ?
    홍경삼 2018.04.13 20:18
    어느 수도사가 그 더운 여름 복날 높은 산봉우리을 깜깜한 새벽 1시 부터 12시 동안 걸었나요?
    한마디로 대단한 사람들이다.
    용합니다. 천호동 이정자는 요즘 어찌 지내는지 알아요?
  • ?
    정성자 2018.04.13 20:18
    십년전 내나이 앞자리가 6이었을때라 가능했고
    후배들한테 짐이 되서는 안된다는 그 결심 하나로
    신발끈을 졸라매고 힘을 냈지요

    칭찬 고맙습니다
    천호동 이정자는 시에틀에서 잘 지내는가 봅니다
    무소식이 희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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