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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뫼회
흙뫼회
Kakao
2019.11.30 09:38

점봉산의 가을 - 1부 -

조회 수 483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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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년 9월 22일

            코발트빛이라 햇던가..
            파란물이 뚝뚝 흐를것만 같은 하늘을 이고
            우리는 토요일 오후 내내 강원도길을 달려갑니다

            사할린에 출장가서 못 올거라는 건신씨가 약속장소에 늦게 도착해서는
            마악 시내를 빠져나가는 우리에게 띠리리리링~

            사할린이 도대체 어디냐고요?
            그 먼곳에서 오늘 서울에 도착햇다는데
            피곤함을 무릅쓰고 除百事 단숨에 달려온 길이 아니던가 말입니다

            모두가 그 정성에 놀라고 감동하며
            기다려서 함께 가는길이 어찌 즐겁지가 않겠습니까

            풍성한 가을들녘이 우리들 마음을 넉넉하게 만들고
            도로변에 무더기로 피어있는 코스모스를 보며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끼면서
            이리구불 저리구불
            몇구비나 넘어온 산길에 이미 날은 어두워지고
            울퉁불퉁 비포장길을 또 한참이나 달려 도착한 진동 꽃님이네.

            그곳엔...
            개울물 소리가 우렁차고
            하늘에는 별이 총총

            오랜만에 만나는 별들이 반가워 고개가 아프도록 젖히고 찾아 보건만
            기껏 아는 별자리는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아뿐

            아파트와 빌딩숲에 가려진 하늘은 대기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그 뒤에 숨어버린 별들을 여기 첩첩산중에 와서야 겨우 만나다니
            멋도 맛도 없이 삭막하고 각박한 우리네 삶이엇구나! 싶어
            서글픈 생각이 들더군요

            차려준 저녁밥을 맛있게 먹고
            다시 마당에서 벌린 숯불바베큐에 기대를 걸엇건만
            맛은 고사하고 어찌나 추운지 손은 꽁꽁 발은 동동

            강원도 추위가 아무리 매섭다고는 해도
            이제 막 가을 초입이구만 해 떨어지니 장난이 아니게 춥습니다
            일찍 끝을 내고 방으로 고고고

            장작불로 달궈진 방에 들어가니 이제야 살것같은데
            참 나..
            이번엔 방이 너무 뜨거워 잠을 못 잤다고들
            새벽 다섯시도 안되어 깨 까지고는 웅성웅성

            추워서도 탈 더워서도 탈
            하여간 요사시런 맴이래니께

            꽃님이 엄마가 정성스레 싸준 김밥을 각자 챙기고
            커피 한 잔 으로 요기한채 6시에 출발을 하는데
            밖은 벌써 한~하게 밝아오고 새벽공기는 코끝이 시리게 싸아하더라구요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투명하게 파래서
            기분은 날아갈듯 상쾌했습니다
            오늘 산행 해보나마나 Good!

            곰배령을 향해서 가는길은 지천으로 피어있는 들꽃들로 지루한줄 모르게 오릅니다
            들국화로만 알앗던 연보라빛의 쑥부쟁이며
            중세기 투사들이 썼음직한 투구꽃 등등
            꽃박사 승목씨덕에 야생화 공부를 하면서 설렁설렁

            근데 뭐
            연신 이름을 가르쳐줘도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또 물어봅니다만
            몇번이고 친절하게 다시 알려주는 고마운 백선상님 되시것습니다

            이름 알려줘야지
            좋은 그림 얻으려고 이리저리 사진을 찍다보면 일행과 뒤쳐지기 일쑤
            헐레벌떡 쫓아 오느라 누구보다 바쁜 승목씹니다

            그렇게 공부? 하면서 쉬엄쉬엄 올라오니 어느새 곰배령입니다
            들판처럼 평평한 초원인 곰배령은 한없이 너른 야생화 정원인데
            이곳이 해발 1.000m 가 넘는 산이란게 신기할 정도

            수많은 꽃들 중에서도 이름이 쥐손이풀이라는 야생화가 얼마나 앙증맞고 예쁘던지
            높은곳에만 자생한다는데 오르는 내내 우리에게 즐거움을 안겨주엇더랫지요

            바라다 보이는 언덕배기가 小점봉산(1293m)
            올라가야지요
            키가 그리 크지않은 관목숲 사이를 헤치며
            가르마처럼 난 오솔길을 걸어서 소점봉산을 지나고나면
            거기 커다랗게 다가드는 점봉산(1424m)이 눈앞에 똬악~

            별 수 있나요 뭐
            산은 오르라고 있는건께 또 올라야지요
            한 걸음 떼어놓기가 힘이듭니다
            아침도 거르고 출발햇는데 거의 네시간이 넘어가고 있으니 지치는건 당연

            거기에
            더딘 발길을 붙드는게 또 있었으니
            그냥 가면 섭하지 않냐며 하늘하늘 나붓대는 들꽃들
            그 모습에 취해서 나도 모르게 주저앉게 되고
            엎어진김에 쉬어간다고 '나 잡아 잡수'

            기품있게 피어있는 용담
            청사초롱에 불 밝히는 금강초롱
            고려 엉겅퀴
            단아한 모습으로 무리지어 피어있는 하얀 산구절초

            꽃들과 눈맞춤하며 걷는건지 쉬는건지
            좀 늦은들 어떠리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허위허위 올라온 점봉산 꼭대기 정상입니다

            와아~!
            저 멀리로 동해바다와 설악의 대청봉이 손에 잡힐듯 가까운데
            귀둔리의 정겨운 마을하며 푸른 숲에 점점이 보이는 오색의 집들과
            구름 한 점 없는 파아란 가을 하늘아래 선명히 다가드는 山.山.山

            맑은 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빛나는 초록의 나뭇잎
            하나같이 곱고 고운 들꽃들
            이름모를 풀과 나무







            우리들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나 살이있어 여기 이 모든걸 품에 안았음에랴!
            - 1부 끝 -

            맹워리가


길웅씨가 보내준 귀한 사진
다들 젊습니다


순자는 워딜 보구 있는겨?

  • ?
    신상만 2019.11.30 09:38
    우리 13 보배들이 다 모였네

    건신이는 파키스탄, 라오스 수력 땜 건설에도 공헌한

    세계 터널협회의 보배, 외아들과 용인 자연농원 북한산

    놀러 다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 ?
    정성자 2019.11.30 09:38
    호오~
    건신씨와 각별하셨군요

    청량산에도 같이 갔지만
    요단강을 몇차례 건넛대나 모래나
    하여간 위험한 고비를 여러번 넘겻다는 영웅담도 들려주엇더랫는데
    지질학박사?

    우리 얘기로
    건신씨 귀가 간질간질 안 헐라나 몰러

    월요 일삼산악회 남산 산행에 나오셔유
    그날 얼굴 좀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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