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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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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
2019.11.18 21:37

청량산의 추억 /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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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들 일어나 준비하고 라면과 찹쌀떡으로 배를 채우고 청량산으로 출발
      잔뜩 찌푸린 하늘에 해가 없으니 오히려 산행하기엔 안성맞춤 좋은 날

      입석에 차를 주차시키고 작은 배낭에 필요한 물과 간식을 챙겨넣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청량산을 두고 퇴계선생께서 그랫다지요
      '몰래 혼자만 가슴속에 간직하고픈 산' 이라고

      그러나 첨부터 경사가 만만치가 않은 산행입니다
      제일 먼저 만나는 응진전(원효대가가 수도한 곳)은 깍아지른 절벽위에 오도마니 앉아있는데
      발 아래로는 아찔한 낭떠러지요
      건너편으로는 끝없이 이어진 산과 그너머 산 능선으로 운무가 짙게 걸쳐있어
      싱그런 초록과 뭉글뭉글 구름과의 절묘한 조화가 눈이 부시게 아름답더라구요

      응진전 처마끝에 매달린 풍경은 바람이 불때마다 '쨍그렁' 청아한 소리를 내고
      예까지 묻어온 삶의 찌꺼기와 올라오면서 흘린 땀밤울을 한번에 날려 보내는
      청량산의 맑은 바람은 또 얼마나 시원하던지..
      청량한 바람이 있어 청량산이라 했나?
      혼자 생각합니다

      건신씨가 풀어내는 돌이야기를 들으니
      이곳이 수십억년전엔 바다였다구..
      아는만큼 보인다 햇던가 돌박사님덕에 모든 돌들이 예사롭게 보이지가 않습니다

      풍혈대를 지나는데 이름값을 하는지 바람에 냉기가 서려있는 것처럼 차갑더라구요

      '산 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어풍대에서 바라본 청량사는 옅은 운무속에 감싸인채 고즈넉하게 엎드려있고
      고려 명필 김생이 10년씩이나 기거햇다는 김생굴.
      그 옛날 호랑이도 살았음직한 이 험한 첩첩산중에서 어떻게 그 긴 세월을 견뎌냇더란 말인가!?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간간히 불어주는 바람에 땀을 식혀가며 오르는데
      정상에 가까이 오니 운무가 점점 더 짙게 깔려있어 몇미터 앞도 흐미해
      눈을 부릅뜨고 걸어야 했습니다

      건신씨가 혈압이 오른다며 뒤쳐지기 시작
      알고보니 상용하는 혈압약을 깜빡 집에 놔두고 안 챙겨왓대나 모래나..
      에구~ 건신씨 정신 좀 봐
      전장에 나가면서 총 칼을 두고 온 꼴 아녀
      요단강을 몇번씩 건너 갔다 왔다 햇다더니 무서운게 하나두 없수?
      마침 형님이 가기고 온 약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큰 날뻔 안 햇냐고요

      쉬엄쉬엄 오르는 건신씨를 길웅씨랑 격려하며 얼마 안남은 오르막을 오릅니다
      드디어 철계단이 하늘로 솟아있는(운무가 깔려있어 구름속에 계단이 떠 있는것처럼 보임)
      자소봉 (840m) 도착입니다

      한발 한발 계단을 올라가니
      내 발밑만 빠~안하고 사방이 온통 하얀 구름바다
      이곳이 바로 천상이라는 생각이 들고
      구름속에 내가 있고 내가 신선이 된듯한..
      놀랍고도 신비스러운 이 체험은 어떤말로도 설명이 안됩니다

      소백산때도 이 비슷한 경험을 한적이 있긴 했습니다만
      그땐 너무 추워서 금새 서둘러 내려오느라 제대로 느끼지를 못했었지요

      바람은 몸이 날릴 정도로 불어대고
      운무에 머리며 옷이 젖어 물에빠진 새앙쥐꼴이래두 좋기만 해서
      각자 집에 보고인지 자랑인지를 하느라 한동안 떠들썩
      "자소봉에 올라왔어요"
      "서울엔 비가 온다구? 여긴 비도 안오구 아주 환상적이야"

      맑은날은 낙동강 물줄기가 보인다더만 오늘은 아쉽게도 접어야 하는군요
      미끄러질까 조심하며 하산길을 서두릅니다

      청량사가 저쯤 빗겨보이고
      옆길로 조금 걸어 내려와 허름한 초막을 만납니다
      산이 좋아 산에서 산다는 이대실씨가 주인인 '산꾼의 집'
      그곳에서 9가지 약초를 넣고 달인 구정차를 대접받습니다
      공짜로 얼마든지

      산행에 지친 몸과 마음이 향기로운 차 한잔에 녹아내리고
      모든걸 품어안는 산을 닮은 그분의 넉넉함은
      나눔이 바로 행복임을 일깨워 주더군요
      참 따뜻한 분

      한옆에 이퇴계선생이 기거햇다는 청량정사가 낡고 쇄락한 모습으로 쓸쓸하게 다가듭니다
      그 옛적 제자들과 도학을 강론하고 도산 12곡등 많은 사상을 더듬던 이곳 오산당

      물에 흘러가는 桃花가 魚子에게 이곳을 알려줄까 못 믿어워햇다는 퇴계선생은
      이 좋은곳 놔두고 억울해서 어찌 눈을 감았을꼬!
      세월의 무상함을 다시 한번 생각케 하는 곳이었습니다

      퇴계선생과 산꾼과도 이별하고 淸凉寺로 내려갑니다
      청량산 육육봉(12봉)이 연꽃잎처럼 둘러싸고
      그 가운데 꽃술자리에 위치한 청량사는
      그 옛날 공민왕이 노국공주와 피난와서 지내던 곳이며

      본전 현판인 琉璃寶殿은 공민왕의 친필이고
      유리보전안에 모셔진 불상은 종이로 만든 국내유일의 紙佛이라 유명하다고 하네요

      절을 뒤로하고 내려오면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이라는 선문답같은 글귀가 써있는,
      굴뚝이 아름다운 안심당을 만나지요
      포교를 위해 절에서 운영하는 전통찻집입니다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꽃이 필까 잎이 질끼
      아무도 모르는 세계의 저쪽
      아득한
      어느 먼 나라의 눈 소식이라도 들릴까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저녁연기 가늘게 피어 오르는
      청량의 산사에 밤이 올까
      창호문에 그림자
      고여히 어른거릴까 / 청량산인

      다음에 계속
      맹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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