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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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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나이 살다보면
    지나온 세월중에 쉽게 잊혀지지않는 사건들이 여럿 있게 마련이지요
    그중에는
    유독 힘들고 고생햇던일이 더 오래 기억에 남더라구요

    들어는 보셨나요?
    '계곡 트레킹'
    나역시
    그때까지 듣도보도 못한 생소한 단어라 마음이 끌렸엇는데
    용케 강섭님이 주선한 트레킹팀에 합류하게 되었으니
    참 복 많은 맹추댁 두고두고 감사할 일입지요

    계곡 트레킹을 하고 온 후
    몇몇 친구들이 우리의 성공담에 솔깃해져 '한번 해봐?' 요래되갓꼬
    그 후에 한번 더 그곳을 갔었더랫습니다
    장마 뒤끝이엇던가
    흙탕물이 무섭게 용트림을 치며 흘러가는데 보는것 만으로도 겁이나서
    멀찌감치 서서 구경만 하다 발길을 돌린적이 있습니다

    분명 같은곳 같은장소 엿건만
    명경지수 그 맑고 잔잔하던 물결은 어디로 갔단 말인고?
    어찌나 아쉽던지 발길이 안 떨어지더라구요

    무슨 일이고간에
    신이, 자연이,
    허락해야지
    인간이 제아무리 날고뛰어도 안되는게 있는거구나 절실하게 느낀 날이었습니다
    그곳도 이젠 오염이 많이 됬다 하더라구요

    엊그제 안산길에서
    강섭씨랑 형님과 그날을 떠올리며 많은 얘기를 했네요
    지명이 다친거며
    샌들바닥 떨어져나간 얘기하며 얼마나 웃었던지..
    유명브랜드 제품이엇다는데 우째 그런일이? ㅎ ㅎ

    사진기에 물이 들어가 건진게 없다고 해서 아쉬웠는데
    몇장 구햇노라 내 헨폰에 사진이 전송되 왔습니다
    감동 또 감동

    친구들을 위해 지금까지 그래왓듯
    앞으로도 주~욱 이어질 강섭씨의 뜨거운 열정에
    내 작은 마음 모두어 무한한 존경을 보냅니다
    *****

    '계곡트레킹을 아시나요?'

    친구 여덟명 (나길웅 백승목 윤건신 이강섭 이형 오숙정 정성자 조지명) 겁도없이 나선길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방동리 조경동(아침가리골)계곡.

    2002년 7월 27일 토요일오후.
    차 두대에 나누어 타고서
    휴가철인데도 길은 막히지않아 (양평-홍천-인제) 예정보다 이른시각이라
    내친김이니 쇠나드리를 구경하기로 합니다

    아직은 오염이 안된 몇안되는 오지중의 하나라는데
    이곳도 길 넓히느라 공사가 한창인걸보니 망가지는것은 시간문제
    쇠나드리의 억새밭도 파헤쳐져서 볼품이 없으니 실망만안고 다시 되돌아 나옵니다

    방태산휴양림 입구에 예약해둔 민박집 '꽃피는 산골'
    이름이 맘에 든다고 좋아햇더니만..
    서울서부터 저녁밥을 부탁햇다는데
    약속은 헌신짝처럼 팽개쳐지고 모르쇠로 나오니
    "아니 무슨 이런 황당한 경우가 다 있담~~!"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이 다 안나오는데

    모든일을 처음부터 기획하고 인터넷뒤져 예약하고 실행한 대장은 화가 나서 울근불근
    워~워~ 화 좀 갈아앉히셔유
    살다 봄 엉뚱하게 틀어지고 착오도 생기고 그러는거지요 머

    어쨋거나 저녁은 먹어야겠기에 다시 차를 타고 진동리로 나와
    산채비빔밥집에 자리를 잡습니다
    몇번 와본 이집 인심도 전만 못한것같아 입맛이 씁쓸하네요
    소문이 나고 사람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사람이나 자연이나 모두 몸살을 앓고 제모습을 잃어가는게 안타깝습니다

    계곡옆 원두막에서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벗들과 기울이는 한잔술에 세상사 시름따위는 온데간데 없으니 오죽이나 좋아~!

    자정도 훌쩍 넘기고 잠자리에 들었어도 눈은 말똥말똥
    세 여자 무슨 할얘기가 그리도 많은지 새벽 2시까지 접시 몇개 깨지고
    얼핏 잠이 들었든가....?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에 눈을뜨니 새벽 5시
    부시시한 얼굴로 빼꼼이 문을 열고 볼멘소리로
    '이그 누가 늙은이들 아니랄까봐 잠좀 자자 잠좀 자~"



    이미 잠은 십리밖으로 달아났으니 일어나야지요
    어제 약속 어긴게 미안햇던가
    신경써서 차려준 아침밥을 맛있게 먹고 민박집 1톤트럭 짐칸에 올라타고 조경동계곡으로 추울발.

    가는길에 유명한 방동약수에 들러 뜹뜨름한건지 시큼털털한건지
    이상야릇한 맛의 약수 몸에 좋다는데야 사양할 수 없지요

    방동리에서부터 임간도로를 따라 고개를 넘는데 트럭은 힘이드는지 헉헉거리지만
    눈부신 아침햇살과 청량한 맑은바람을 온몸으로 받으며
    산야에 널려있는 야생화도 보면서 머리칼 휘날리며 달리는 기분은 유쾌 상쾌 통쾌!!!

    그렇게 사십여분을 달려 도착한 조경동계곡상류
    트럭은 우리일행을 내려놓기가 바쁘게 오던길로 가버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울울하게 나무들만 우거진 산이 우릴 에워싸고
    그야말로 無援孤立
    첩첩산중에 덜렁 남겨진 우리는 하늘아래 천애고아가 된양 잠시 아득해집니다

    7km의 조경동계곡 트래킹이 이제부터 시작인데
    가보지 않은길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며
    오로지 친구들을 믿는 마음 하나로 의지를 다집니다.

    계곡을 따라 뿌옇게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은 신비로움 그자체이고
    처음부터 길이 없으니 물로 들어설수밖에 도리가 없습니다
    도리가 없는게 아니라
    제목 그대로 계곡 트레킹은 흐르는 물을 따라 내려가는 물길여정이고 보면 당연지사지요



    등산화가 아닌 수륙양용?으로 준비한 샌들을 신고
    '첨버덩"
    계곡에 발을 담그는순간 "앗 차거워~"
    한여름이라는게 무색하게 물이 차겁습니다

    철벅 철벅~
    옷이 젖거나 말거나 물길을 따라 첨벙거리며 걷다가
    산길이 있는듯 싶으면 산기슭으로 올라와 풀을 헤쳐가며 길을 찾고
    그 길이 끊어지면 다시 물속으로..

    처음 발목을 적시던 계곡물은 하류로 내려오면서 차츰 무릎까지 그리고 이내 허벅지를 적십니다
    물살도 점점 세지고 소용돌이도 만나고
    폭포아래 커다란 웅덩이는 가는길을 막아 멈칫거리기도 여러번

    그러나
    때론 물길도 숨이 차는가
    커다랗게 호를 그리며 잠시 쉬어가는듯 잔잔한 물결을 만나기도 하는데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때는 요때다 함서
    모두 양지바른 물가로 가 두발을 쭈욱 뻗고 앉아 세월아 네월아
    여유롭기가 풍류도인 저리가라인데

    물속에는 산과 나무 푸른하늘에 흰구름 몇 점까지 드리워져있고
    거기에 열목언지 쉬린지 낯선 침입자에 놀라 숨바꼭질을 하는 물고기떼
    아무리 갈길이 멀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놓치고 싶지않은 평화가 너무 달달해서
    쉽게 일어서질 못합니다.

    이렇게 미적거리다 해 다 빠지겠다고 채근하는 소릴 듣고서야
    무거운몸을 일으켜 다시 기운을 내 보지만
    계속 이어지는 비경에 넋을 빼앗긴데다 다리힘도 빠져
    한없이 느려터지는 우리들의 발걸음입니다



    산속으로 한발짝만 들어가도 칡넝쿨 다래넝쿨이 어지럽고
    하늘을 가리는 무성한 나무숲은 햇빛이 안들어와 대낮인데도 푸른 어둠이 섬뜩하지만

    계곡 양쪽으로 산길 찾아야지
    세찬 물살에 이리저리 쓸리며 헤쳐나가야지
    정신이 하나도 없구만
    바윗덩이는 어쩌자구 자꾸 갈길을 막아서는지
    거기에
    까딱햇다간 미끄러운 돌 잘못 밟아 벌러덩 나자빠지기 십상이라
    깡으로 버티고 악으로 견뎌 온..
    시작한지 어언 다섯시간
    구곡양장같은 계곡은 가도가도 끝이 안보입니다.

    조금이래도 물살이 덜세고 깊지않은곳 찾느라 오르락 내리락한적이 수십차례
    깊은곳은 기운센 승목씨가 가운데 떡 버티고서서 친구들을 잡아 건네주기를 여러번
    이제는 경치고 뭐고 눈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카메라 두대는 물이 들어가서 고장이났고
    산길에 미끄러지면서 바위에 엄지발톱이 생으로 빠져나간 친구에(지명)
    (양말을 신었으면 괜찮을껄 뒤늦은 후회를 햇다지요)
    한쪽 샌달밑창은 떨어져나가고 한쪽은 그나마 끈으로 묶고가는 친구까지(형님)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그래도 여름해는 길어서 아직 중천
    이제 여섯시간을 훌쩍 넘어갑니다

    물살과 씨름하느라 힘이 빠지고 모두가 지쳐갈즈음
    저 아랫쪽에 어렴풋이 뭔가가 움직거리는게 보이는 겁니다
    "저~어기 어른거리는게 사람들 맞지?"
    "어디 어디?"
    시작하고 지금까지 사람은 커녕 그 비슷한 그림자도 구경 못하다가
    사람들을 만난다는건
    우리의 힘든 여정도 끝이 난다는것과 같으므로
    '이제 살았구나!'

    아~~!
    마침내 우리는 해 냈습니다
    "대~한민국 짝짝 짝짝짝"
    친구들과 물놀이를 나온 일행들이었는데
    우리얘기를 듣더니 화들짝 놀라면서 한편 부럽다고 하더라구요

    옷을 입은채 모두들 두길도 넘는 물속으로 ~풍덩~~풍덩~
    옥빛계곡물에 몇시간의 고단함을 흘려보내고
    우리의 성공을 맘껏 축하했습니다

    젊은이들도 하기 어렵다는 조경동계곡 트래킹을
    환갑쟁이들이 해냈다는 사실이 얼마나 자랑스럽던지요
    위험한 고비마다 서로 잡아주고 이끌어주고 힘이되어준 친구들
    믿음과 사랑을 다시 확인하게된 이번 트래킹을 영원히 못 잊을겁니다.

    모험과 스릴만점의 "인디아나 존스"
    바로 우리가 그 주인공들이었으니..
    그러나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건 친구의 사고입니다
    많이 아펏을테지만 친구들 마음쓸까봐 '괜찮다' 애써 태역한 척 한거 다 압니다

    본인이 약사이니 어련 잘 알아서 할까마는
    한참동안 고생할걸 생각하면 안쓰럽고
    아무 도움도 못되는것이 여간 미안한게 아닙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일생일대의 소중한 경험을 했으니
    올여름 더위가 아무리 지독해도 명경지수 그 맑은 옥류빛 계곡을 떠올리면
    소나기 지나가듯 시원할 터
    우리생애 최고의 피서가 아니엇나 생각이 듭니다

    빈틈없이 일을 꾸민 대장 강섭씨와 든든한 남친들
    당신들 아니면 어디서 이런 돋도보도 못한 귀한 시간을 가져보겠는지요
    진심을 다해 고맙다는 인사를 보냅니다.

    "계곡 트래킹을 아시나요?"

    2002년 8월 맹워리가
  • ?
    신상만 2017.01.10 19:37
    15년 전 이야기가 실감나네.

    젊어 고생은 사서 한다는데...
  • ?
    정성자 2017.01.10 19:37
    아껴두고
    야금야금
    꺼내보고
    추억하는
    묵은 일기장속의 흔적들입니다

    실감나게 느끼셧다니 감사하고요
    환갑쟁이들을 젊게 봐주신것까지
    따따블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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