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2016 (목)
오랫만에 또 대모산 갔던 이야기를 적어 보려는데 우선 그날이 무슨 요일인지를 잊었다.
사실 무슨 요일까지야 기록 안해도 상관 없겠지만 가만 생각하니 어제가 문수회 (文水會) 모임이였으니 수요일이다.
그러니 오늘은 목요일, 그럼 목요일에 벗들과 함께하는 산행이라 해서 이름을 목우회 (木友會) 라고 했나?
아님 그냥 목요일에 만나는 모임이라고 목우회 (木遇會)라고 이름 지었는지? 아무튼 간에 오늘이 목요일인 것만은 틀림없다.
처음에 산행을 한다고 해서 우리들 몇이 이제 등산은 겁난다고 했다.
그랬더니 요즘은 서울 친구들도 옛날처럼 산을 올라가는게 아니라 한등급 내려 산허리에 만들어진,
아주 쉬운 둘레길을 걷는다고 했다.
산자락 둘레길을 걷는다???
뭐 그런 정도면 우리도 괜찮겠다 싶어 그냥 보통 동네 산보하는 차림으로 나왔는데
오늘도 또 어제처럼 기가 막히게 화창한 날씨다.
듣던대로 어려운 길은 하나도 없었다.
초입에 절이 하나 나오는데 "불국사" 어쩌구 하기에 여기 또 무슨 불국사가 있나?
아님 내가 혹시 이름을 잘못 들은 건가?
나중에 알고 보니 고려 공민왕때 지어진 절로 처음엔 약사절이라고 부르다가
고종때 불국사(佛國寺)라는 이름을 받았다고 한다.
한자까지 경주 불국사 (佛國寺)와 이름이 똑같다.
봄꽃들은 이미 많이 져버렸는지 별로 사진 찍을 것이 없었다.
나중에 보니 산마루에는 꽃 사진들이 많이 올라왔던데 이곳 지리에 익숙치 않은 내눈은 그런걸 잘 찾아내지 못했다.
대모산에 사는 새들 ---internet 에서.
산마루에서 가져온 사진.
서총무가 아니라 내가 산행의 주의 사항을 말하는것 같다. ㅎㅎ
잠간 정자에 앉아 쉬었다. 권금자가 감 말랭이라는 것을 가져와서 우리에게 권했다. 난 감 말랭이라는 것을 여기서 처음 보았다. 씨를 다 빼고 말렸는데 맛도 있고, 먹기도 편하다. 집에 갈때 한봉지 사가야지 생각하고 어디가면 이런걸 살수있나 물었더니 현대 백화점에서 샀다고 했다. 감 말랭이도 먹고, 물도 마시고, 옛 이야기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한참을 쉬었다. |
"글쎄, 그게 이따만했는데 말야 ..." 정춘에게 뭔지 열심히 설명하는 송순자. 이제 설명 다 끝났슴. "어서 와." 날 기다리는 정춘이. 아카시아는 아닌것 같고 ,이팝나무??? 긴 병풀꽃 (산마루에서 집어온 사진) 돌탑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는 서울 경치 소원 성취를 빌며 정성들여 쌓은 돌탑들 맨 뒷쪽에서 복자랑 이야기하면서 가다가 목이 하도 말라 껌 하나 찾느라고 잠간 섰다. 가방 속을 한참 뒤져서 껌을 하나 찾아 입에 넣고 둘러보니 그새 우리 일행이 감쪽같이 없어졌다. 벌써 저 앞으로 갔는 모양이라고 부지런히 쫒아가는데 한참을 가도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이 사람들이, 한두명도 아니고 어떻게 이렇게 약속이나 한듯 한순간에 모두 감쪽같이 사라질수가 있단 말인가? 일부러 날 골리려고 숨어버린 것 처럼 열두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싹 사라져 버렸다. 인적 하나 없는 산길, 나무 숲이 우거진 길을 혼자 걸어가자니 조금 긴장되었다. 하지만 이게 뭐 그리 대단하게 큰 산도 아니고, 저기 어디서 곧 만나지겠지 했지만 기가 찰 노릇이였다. 별수없이 한참을 앞만 보고 부지런히 걸어가는데 반대 방향에서 어린 꼬마를 데리고 오는 엄마, 아빠를 만났다. 속으로 저렇게 어린 아이를 걸려서 오는걸 보면 산을 내려가는 길이 그리 멀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다. 긴가민가 도시의 소음이 조금씩 들려오는 것도 같았다. 그래도 미심쩍어 물었다. "여기 내려가는 길이 가까운가요?" 조금 가면 수서역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고 젊은 엄마는 친절하게 말해 주었다. 과연 얼마 안가 산 아래로 내려가는 층계가 나왔다. 한층 한층 조심스럽게 내려가 보니 길 건너편에 수서역 지하철 입구가 보인다. 그제야 운영위원 정세에게 전화를 했더니 다들 놀랐다. 다들 Freeze!!! 서총무는 나를 찾는다고 내가 방금 내려온 층계를 쏜살같이 다시 올라갔단다. 나중에 들으니 두번이나 그 층계를 올라갔다는데 난 바로 그 층계 밑에 있었는데도 만나지 못했다. 정춘이는 내가 앞서서 먼저 내려간줄 알았고, 복자는 뒤에서 따라 오는줄 알고 계속 땅만 보고 다른 아이들과 이야기하며 갔다는 거다. 세상에~ 나를 일부러 떨어트리려고 애써도 그렇게 완전무결하지는 못했을꺼다. 알고보니 이들은 어떻게 일찌감치 옆길로 빠져서 산 언덕길로 내려왔고, 나는 조금 더 가서 수서역 맞은편의 층계로 내려온 것이였다. 나 때문에 다들 너무 놀랐다. 특히 서총무나 산지기는 깜짝 놀란 기색이 역역했다. 십여년전 점봉산 갈때는 산행전 산지기의 무시무시한 지령이 떨어져 내가 깜짝 놀랐는데 이번엔 동네 산보길 같아서인지 그런게 없었다. 지금서야 산마루에 들어가 보니 서총무가 무슨 지시 사항을 내렸다는데 난 전혀 기억에 없다. "혼자 뒤로 쳐지지 말고..." 같은 상식적인 산행 주의 사항이였을텐데 전혀 깜깜하다. 다들 안도의 한숨을 돌리고 나자 오금동 전철역 앞 복어 요리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간다고 했다. "어머나, 옛날에 식당에서 복어 먹고 죽었다는 이야기가 신문에 심심찮게 났었는데 그거 안심하고 먹을수 있나요?" 미우면 그냥 밉다고 하지 산에다 떨어뜨리고 오려고 하질 않나, 그게 안되니까 이번엔 복국까지 먹여보려고 한다. "겁나면 다른 집으로 갈까요? 아구찜 하는 집으로 갈까요?" 마음씨 착한 서총무가 얼른 대안을 내놓았다. "아닙니다. 복어도 먹어 봐야지요." 설마하니 우리 동창이 그렇게 겁나는 음식을 대접할까? 같이 먹을껀데 독 있다면 자기들은 무사할까? "아구찜도 좋치만 그건 벌써 두번이나 먹었으니 어디 복어 한번 먹어 봅시다." 그러자 어느분 하는 소리가 요즘 복어는 양식을 하기 때문에 독이 없다고. 아, 그렇구나. 우리 같은 해외 동포들만 그런 소식에 어두워 시골뜨기같이 언제쩍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오금동의 복어 요리 식당에 들어가 앉았다. 남비에 부글부글 먹음직하게 끓고 있는 복어 찌개가 나오고, 그옆의 반찬들도 정갈하고 고급스럽다. 특히 찌개에는 내가 좋아하는 싱싱한 미나리를 잔뜩 얹었다. '하나로'나 동네 마트에 가봐도 이렇게 좋은 미나리는 커녕 시들비들한것도 구경 못했는데 여긴 어쩐일로 이런 고급 미나리가 그야말로 무한 리필, 아주 풍성했다. 무조건 달려들어 국물이랑, 미나리, 생선 살등, 먹어보는데 와아~ 너무 맛있다. 먹느라 정신없다보니 또 사진 찍는 것이 늦어져 버렸다. 우리 상에 나온 복어 찌개는 미나리 색갈이 이미 다 변했고, 튀김은 벌써 바닥이 났다. 별수없이 산마루에서 미나리가 아직 싱싱한 초록색이고, 손도 안댄 튀김 사진을 빌려 왔다. 우리상의 복어 국 산지기네 복어 국 우리상의 일찌감치 텅빈 튀김 그릇 저쪽 상에서 빌려온 튀김 사진 또 하나, 산마루에서 집어온 사진 잘 모르긴해도 이런 복어 요리 점심은 꽤 비싼, 고급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점심, 그냥 적당히 먹어도 되는데 애써 정성껏 우리를 대접해 주려는 서울 동창들의 마음이 전해져서 무척 고마웠다. 맛있게 잘 먹고, 밖에 나오니 아직도 화창한 대낮이다. 그담엔 또 뭐가 있지하고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데 이젠 헤어져 집에 갈 시간이라고. 아니, 벌써 집엘 가다니? It's way too early to go home. 하지만 연일 행사있어 피곤한 사람들, 오늘도 아침 일찍부터 나와서 우리들 특별히 대접하느라 분주했던것을 알아차렸다. 미안도 하고, 섭섭도 했지만 헤어지는수 밖에. "잘 먹고, 잘 놀았습니다." 인사하고 우리 해외동포 여섯에 운영위원은 금성 빌리지로 향했다. 그리고 우린 아무도 죽지 않았다. 이때까진 잘 따라 다녔는데... 김경자가 발을 다쳐 빠졌고, 우준기씨는 가족 만난다고 영 가버려서 해외동포들 여섯에 서울 친구들 둘. 대모산 오르기 전 전철역에서 (산마루에서 집어온 사진들) |
글씨가 흐리고 size 도 안 맞고... 제 재주로는 도저히 안 고쳐지고.
사진과 글이 자꾸 잘려 나가 겁났는데 이건 다행히 다 붙어 있습니다.
정말 개떡 같은 보고서, 찰떡같이 보아주시길.
보시다 싶이 저희집은 이제 internet까지 들어와 괜찮습니다.
오늘도 낮에 뜰에 나가 한바탕 나무 자른 것들 치우느라 허리가 빠질 지경이지만
여기저기 더 혹독한 변을 당하는 사람들 보면 정말 할말이 없네요.
집집마다 쓰러진 나무들, 누렇게 색갈 변한 나뭇 가지들, 쓰러진 담장들...
잔뜩 쌓아 놓아 가뜩이나 황량한 가을을 재촉합니다.
언제 제가 겪은 '어마' 이야기를 해야지요. For the record.
걱정해주신 여러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