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rchids 2009
새로 시작한 우리 싸이트 사랑방은 처음엔 제목만 보인다.
Click 하고 들어 가야만 누가 쓴것인지 알수있다.
Click 하고 들어 가야만 누가 쓴것인지 알수있다.
그런데 요즘은 그냥 제목만 보고도 벌써 누가 쓴건지 짐작이 간다.
복효근의 "석쇠" 는 열어 보기도 전에 남 사부님인지 알았다.
복효근의 "석쇠" 는 열어 보기도 전에 남 사부님인지 알았다.
그런데 "침묵의 살인자" 라니? 제목 한번 끔찍하다.
나는 듣도 보도 못한 새 스릴러 영화가 나온건가 했다.
나는 듣도 보도 못한 새 스릴러 영화가 나온건가 했다.
요즘 여기서 무슨 영화가 새로 나오는지 전혀 모르고 사는지 한참 되었으니까.
알고 보니 여기서는 silent killer 라는 고혈압이구나.
알고 보니 여기서는 silent killer 라는 고혈압이구나.
맹월댁이 전혀 꿈도 못 꾸었던 고혈압을 알아내는 과정이 10 여년전의 남편때와 꼭 같다.
빼짝 말른 사람이 혈압이 높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사실이였다.
빼짝 말른 사람이 혈압이 높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사실이였다.
당장 cardiologist 에게 다니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그사람이 주치의 같이 되어 버렸다.
언젠가 내가 남편의 Cholesterol 낮추는 약의 용량을 올려 달라고 했더니
"He's a healthy man." 걱정을 말랜다.
언젠가 내가 남편의 Cholesterol 낮추는 약의 용량을 올려 달라고 했더니
"He's a healthy man." 걱정을 말랜다.
혈압은 높아도 경증인지 Cozaar, Baby Aspirin 밖에 안먹는지 한 10년 되었다.
그러나 Choesterol, Triglyceride가 높아 Zocor, Tricor, fish oil, vitamin 등
잔뜩 먹는다.
남편은 술과 고기를 좋아해서 매일 steak 먹으려하고 반주 한잔을 걸르지 않는다.
나는 병 주고 약 준다고 늘 잔소리하지만 그런것을 너무 즐기니까 막기 어렵다.
나는 병 주고 약 준다고 늘 잔소리하지만 그런것을 너무 즐기니까 막기 어렵다.
남편은 또 몸에 좋은 약이라면 동, 서양것 가리지 않고 무조건 믿고 좋아한다.
쓴 진흙 같은 경옥고, 홍삼액 등 별별것을 다 마지 않는다.
의사들도 놀라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건강하다면 말릴 이유가 없단다.
쓴 진흙 같은 경옥고, 홍삼액 등 별별것을 다 마지 않는다.
의사들도 놀라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건강하다면 말릴 이유가 없단다.
반면에 나는 깍쟁이 약 장수다.
약이 필요한 사람에겐 약을 권하지만 나 자신에겐 옛날부터 The less the better.
보약도 먹기 힘든건 다 싫고, 어떻게든 약 안 먹으려고 기를 쓰며 살아 왔다.
하나 지금은 Plaquenil (키니네), Trileptal, Fosamax, Calcium, ASA, vitamin 등,
6 가지 약을 피할수 없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미적거리며 큰 숙제로 남아있던 Colonoscopy 를 지난 주에 해치웠다.
Colon을 들여다보는 이 검사는 짧은 마취를 하니까 그 자체는 쉽다.
6 가지 약을 피할수 없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미적거리며 큰 숙제로 남아있던 Colonoscopy 를 지난 주에 해치웠다.
Colon을 들여다보는 이 검사는 짧은 마취를 하니까 그 자체는 쉽다.
문제는 하루 종일 굶어야 하는 그 준비 과정이였다.
어차피 요즘 낮에는 잘 안 먹으니 좀 굶다가 일찍 자면 되겠다 했는데 그게 아니였다.
어차피 요즘 낮에는 잘 안 먹으니 좀 굶다가 일찍 자면 되겠다 했는데 그게 아니였다.
아침 일찍 남편이 부엌으로 가기에 오늘은 coffee 만들지 말라는 말을 할까했다.
내가 오늘 종일 굶어야 한다는 것을 설마 기억하겠지 했으나 오산이였다.
남편은 뜨겁고 향기로운 커피 한잔을 아침이면 늘 그렇듯 부지런히 만들어 놓았다.
내가 오늘 종일 굶어야 한다는 것을 설마 기억하겠지 했으나 오산이였다.
남편은 뜨겁고 향기로운 커피 한잔을 아침이면 늘 그렇듯 부지런히 만들어 놓았다.
나는 Computer 앞에 앉으면서 부터 coffee 생각이 간절했다.
슬쩍 말 안하고 한잔 마셔 본들 어떠랴 싶었다.
나중에 다 clean 하고 나면 의사도 모를꺼다.
슬쩍 말 안하고 한잔 마셔 본들 어떠랴 싶었다.
나중에 다 clean 하고 나면 의사도 모를꺼다.
또 아무렴 coffee 한잔 마신다고 갑자기 위궤양이 생기고 출혈이 날까?
옛날에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몰래 영화관에 숨어 들어가던 끼가 다시 발동했다.
옛날에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몰래 영화관에 숨어 들어가던 끼가 다시 발동했다.
오늘따라 더 땅기는 커피를 한입 마셔 보다가 아서라. 곧 다시 마음을 고쳐 먹었다.
몇달을 벼르다가 어렵사리 마음잡고 귀찮은 숙제하듯 해치워 버리려는 것이다.
몇달을 벼르다가 어렵사리 마음잡고 귀찮은 숙제하듯 해치워 버리려는 것이다.
성가시기 짝이 없으니 하라는대로 잘해서 얼른 잘 끝내는것이 현명하다.
눈 딱 감고, 아까운 커피 한잔을 그냥 sink 대에 다 쏟아 버렸다.
눈 딱 감고, 아까운 커피 한잔을 그냥 sink 대에 다 쏟아 버렸다.
Cranberry juice, chicken broth, 물, 쑥차 같은 것만 마시다가 오후 3시가 되었다.
하라는 대로 MoviPrep 이라는 사하제 (瀉下劑)를 마시기 시작했다.
하라는 대로 MoviPrep 이라는 사하제 (瀉下劑)를 마시기 시작했다.
오후 3시나 5시부터 마시라는데 나는 일찍 3시부터 시작했다.
밤 10시전에 화장실 출입을 끝내고 잠을 자는 편이 덜 괴로울꺼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밤 10시전에 화장실 출입을 끝내고 잠을 자는 편이 덜 괴로울꺼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에 나온 MoviPrep 이라는 약은 "Movie Prep," 꼭 " 영화 보려고 준비하는 약" 같은 이름이다.
그러나 사실은 대장 안에 남아 있는 모든것을 move down 시키는 preparation 이다.
물에 타서 one liter 씩 두번 마시는 건데 기분 나쁘게 들큰한 것이 영 고약했다.
그러나 사실은 대장 안에 남아 있는 모든것을 move down 시키는 preparation 이다.
물에 타서 one liter 씩 두번 마시는 건데 기분 나쁘게 들큰한 것이 영 고약했다.
마신다기 보다 그냥 목구멍에 들어 붓고 얼른 cranberry juice를 한 입씩 마셔서 비위를 진정시켰다.
시간이 갈수록 배가 고프다기 보다는 머리도 아프고, 힘이 없고, 정신이 혼미해져갔다.
좋아하는 드라마에도 콤에도 집중할수가 없고, 도데체 왜 종일 굶고 있는지를 잊어 버렸다.
그리고는 부억에 왕만한 병에 담겨있는 pretzel을 하나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부억에 왕만한 병에 담겨있는 pretzel을 하나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곧 "아차" 하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때 나는 겁이 났다.
I was losing my mind.
노인네는 이런것도 자주 못하겠구나.
노인네는 이런것도 자주 못하겠구나.
MoviPrep 을 간신히 다 마시고 화장실로 몇차례 달려갔다.
여차하면 또 달려갈 태세로 앉아 있다가 "all clear" 를 확인하고 잠이 들었다.
이런때는 모든 고통을 잊게하는 잠이 더 없는 축복이다.
여차하면 또 달려갈 태세로 앉아 있다가 "all clear" 를 확인하고 잠이 들었다.
이런때는 모든 고통을 잊게하는 잠이 더 없는 축복이다.
다음날 아침, 마침내 Colonoscopy 가 끝이 났다. 아무 이상없다고.
이제 " I am free for another 10 years." 했더니 의사는 3년 후에 또 해야 한단다.
말도 안 된다고 펄쩍 뛰니까 그럼 5년 후에 하랜다.
이제 " I am free for another 10 years." 했더니 의사는 3년 후에 또 해야 한단다.
말도 안 된다고 펄쩍 뛰니까 그럼 5년 후에 하랜다.
나는 이제 늙어서 기력이 떨어져 굶는 것은 못 하겠다고 했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야만스럽게 사람을 종일 굶겨야만 속을 들여다 볼수있단 말인가?
장(腸) 속을 사진찍는 알약 같은 카메라가 나왔다고 하던데...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야만스럽게 사람을 종일 굶겨야만 속을 들여다 볼수있단 말인가?
장(腸) 속을 사진찍는 알약 같은 카메라가 나왔다고 하던데...
가끔 단식하는것이 건강에 좋다고, 머리가 맑아진다는 이야기는 가끔 들었다.
그러나 다 젊은 사람 이야기다. 이번 일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이상스런 체험이였다.
그러나 다 젊은 사람 이야기다. 이번 일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이상스런 체험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