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xas 에서 며칠전 앤디가 보낸 카드.
이건 오늘 딱 맞춰서 다니엘이 건넨 카드. 자기 카드에는 '아버지 날' 주제가 담겨있고 더 멋있다고 고집한다.
여긴 6월의 세번째 일요일인 오늘, 6/16 이 Father's day 다.
사실 교당에 다녀오면서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방금 다니엘이 가져온 카드를 보고 생각이 났다.
늘 카드가 제때 안들어가서 속상하던 앤디는 5/20, 자기 아버지 생일 카드에 이어 Father's Day 카드를 일찌감치 챙겨 보냈다.
카드가 너무 일찍 오는 바람에 나는 '아버지 날'을 더 잊고 있었다.
아무려나 오늘 우리집은 온통 남자들 세상이다.
바베큐라도 해야겠지만 아침부터 종일 비가 내리는 바람에 가게도 안 들리고, 그냥 부지런히 집에 와 버렸다.
마침 교무님이 고추장 양념에 무를 커다랗게 썰어 넣은, 붉으레한 생선 고등어 조림을 잔뜩 주셔서 그걸로 잔치하면 되겠다.
사실 양이 너무 많아 잔치하고도 남겠어서 반쯤 덜어 얼리기까지 했다.
요즘은 음식이 뭐든 너무 많다.
교당에선 사흘이 멀다하고 음식을 자꾸 만들어 주시는데 다니엘이 한국 음식을 안 먹어 빨리 없어지지 않으니 냉장고 안이 정신이 없다.
게다가 옆에 독일 음식 가게 Aldi는 매주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크게 쎄일하니까 자꾸 사게 된다.
이번 주에는 우리가 좋아하는 옥수수와 수박이 쎄일이였다.
남편은 커다란 수박이 겨우 $ 2.66 이라니까 얼른 두개 사자고 했다.
아이고, 맙소사. 그냥 한개만 집어 와요. 그걸 두개나 갖다가 뭘하려구. 내가 말렸다.
지난 5월에는 나도 두녀석들에게서 Mother's Day 카드를 받았다.
Translation; For mom with all our(?) love.
서당개 40년에 풍월 읽는다고 나도 Spanish 를 요만큼은 안다.
Ya, right.
나는 매일같이 이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허리가 휘어진다. 진짜로 허리가 굽었다.
그걸 잘 몰랐는데 이번에 Philadelphia 갔을때 내가 꾸부리고 앉아 꽃 사진 찍는 것을 그곳 교무님이 사진 찍어서 처음 알았다.
내 등에서 칼슘이 다 빠져나간 것처럼 완전 물렁뼈가 되어 둥그렇게 Curve를 만든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하긴 이유는 많다. 처음엔 too much computer, 그 담엔 지난 몇달동안 뒷뜰의 좋은 풀을 다 죽이는 나쁜 풀을 제거하다보니 더욱 굽은 것 같다.
한 삼년전 부턴가? 가느다란 Golf Grass 라는 것이 우리집 마당으로 살금살금 들어 오기 시작했다.
첨엔 멋 모르고 그냥 두었더니 깜짝 놀라게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 자기보다 몇배나 등치 큰 St. Augustine이라는 풀을 죽이기 시작했다.
얼마나 빨리 잘 자라는지 뜰을 혼자서 다 푹신푹신하게 뒤덮었다.
사람들은 푹신한 감촉도 좋은데 그냥 두지 뭘 걱정하느냐고 했다.
하지만 이건 가늘고 꼬불탕해서 잘 깍아지지도 않고, 관리하기 힘들었다. 또 우리집 때문에 옆집으로까지 펴져갈까 걱정이였다.
St. Augustine grass
골치 덩어리인 우리 집 Golf Grass. 이건 옆으로 크는 것 같다.
Bermuda Golf Grass from internet
Miami처럼 뜨뜻한 곳에 적합하다는 St. Augustine이라는 풀은 두툼하니 잘 생겼고, 깍는 것도 쉽다.
그런데 가느다란 이 golf grass가 St. Augustine 풀줄기 밑으로 들어가 땅에 뿌리를 내리니 St. Aug.은 맥없이 위로 들려져서 흙에 뿌리를 못 내린다.
땅위에 붕 떠올라 뜨거운 햇빛만 쪼이게 되니까 결국은 길고 덩치 큰 풀줄기가 시들고 말라서 죽어 버린다.
우린 작년, 재작년 두세번에 걸쳐 가게에 가서 St. Augstine 풀판(sod)을 사다가 깔았다.
처음엔 혼자 억세게 잘 자라는 풀인줄 알고 물도 잘 안주고 내버려뒀더니 다 말라 죽어서 돈만 없앴다.
이번 봄에 심을땐 내가 꽃 모종해다 기르듯 신경쓰고 물을 줬더니 그런대로 자리를 잘 잡았다.
그래서 뜰이 훨씬 나아지긴 했으나 아직도 풀이 없는 맨땅이 군데 군데 있고, Golf Grass 같은 나쁜 풀들이 신나게 자라는 곳도 있다.
장갑도 안 끼고 호미도 없이 뜰에 나갔다가도 이렇게 구석 구석 커가는 나쁜 풀들을 보면 잡담제하고 그자리에 주저앉아 뜯게 된다.
그러고 나면 허리 아픈건 고사하고 무릎이 뻐걱거리고, 손마디까지 너무 아파 아무리 뒷뜰이 억망이라도 며칠 쉰다.
한 십년 젊었다면 이까짓 풀뜯는 것은 일도 아닐꺼다. 마음을 Healing 해주는 효과도 있어 잡념이 사라지고 정신 건강에도 좋다.
하지만 지금은 잠간만 쪼그리고 앉아 풀을 뽑아도 금방 여기저기 쑤셔온다.
진짜 손바닥만한 마당 하나 관리하기가 왜 이렇게 힘이 드는지 모르겠다.
지난번 크리스마스때 만났던, landscaping 하는 것이 직업이라는 중년 남자가 내 이야길 듣더니 ㅎㅎ 웃으며 말했다.
"You'll never win that battle. Just leave them alone and enjoy both.
Golf grass doesn't look so bad. It's pretty, too."
"Oh, ya? Want a bet? Of course, I'm gonna win the battle. Just wait and see."
나는 마음속으로만 대답했다.
그리고는 몇달째 이 싸움에 이기려고 결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어쩌다 풀줄기 한끝을 찾아 살살 잡아 당기면 줄줄이 길게 밧줄처럼 끌려나오는 풀, 어부가 바다에서 그물로 고기 잡는 것 처럼 스릴 만점이다.
아뭏튼 간에 남이야 어찌됐던 자기만 살아 남으려는 이런 나쁜 풀은 나라도 나서서 쫒아내야 한다.
Yellow Frangipani (3/2019)
신옥씨의 편집솜씨가 놀랍습니다.
거기다 풀이름, 잡초와의 전쟁이야기,이웃과의 대화가 우리 살아가는 이야기를
재밋게 그려 내시네요.
전 감히 흉내도 못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