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21일 일요일
충남 논산시 연산면 천호리에는
고려태조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고 태평성대를 기원하며 창건한 호국사찰
개태사가 있습니다
왕건의 영정이 모셔져있고
해마다 기일이면 제사를 지낸다고 하는 유서깊은 절을 찾아나선
용감무쌍 늙다리 자매의 신(물)나는 여행기입니다
[개태사] 들어보셨어요?
그런절이 있는줄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용산에서 9시 10분에 떠나는 기차를 타고 11시 39분 계룡역에 도착
밖으로 나옵니다
인터넷에서 자세하게 개태사까지 가는 버스번호도 알아놓았으니
뭐 어려울거 있을라구
자신만만한 두 할매 이때까지는 몰랐습지요
위험천만한 찻길을 죽을뚱 살뚱 빡세게 걷게 될줄을..
허긴
앞일을 모르니 맘 편하게 살고있는건 아닐런지
뭐 요런 기특한 생각도 들긴 하더구머뉴
전후사정이 어찌됫거나
버스정류장에 와서 번호를 확인하는데
인터넷에서 알려준 개태사 가는 번호의 버스가 없는겁니다
한가로운 시골 버스 정류장에는 우리 둘뿐.
지나가는 행인도 눈에 안 띄어 물어볼 사람도 없으니
할 수 없이 다시 역사안으로 들어가
"개태사 가려는데 어떻게 가면 되나요?"
"양정행 버스를 타고 양정에서 내려 갈아타야 합니다"
알려준대로 버스를 탔습니다
일곱정거장쯤 갔나요
양정 다 왔다고 내리라고해서 내리긴햇는데
이건 뭐 허허벌판에 덩그머니 내동댕이쳐진 꼴
한적하기 이를데없는 시골마을에
자동차길만은 넓직넓직 세군데로 뻗어있어서 (차들은 많이 다닙니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되는지 가늠이 안되는겁니다
여기서 갈아타는거 맞어?
사람이 보여야 묻던지 어쩌던지..
두리번 거리다보니 저~쯤에 주유소가 보이더군요
'옳다 저기가서 물어봐야지'
마침 사무실 문앞에 앉아 계시는 나이 50쯤의 사장님?께
"개태사 가려는데 어디서 버스를 타나요?"
주유소 사장
"개태사 가는 버스가 들쭉날쭉 대중이 없어요 오늘은 아직 구경도 못했네요
언제 올지 모르니 걸어가는게 낫지싶네.."
"얼마나 걸리는데요?"
"한 삼십분쯤 걸어가면 주유소가 보이고 조금 더 가면 절입니다"
까짓~ 삼십분은 껌이지 뭐
걷는거에 자신있는 두 할매는 언제 올지도 모르는 버스 기다리느니
'그냥 걸읍시다'
주유소 사장님 말만 철석같이 믿고 알려준 길을 따라 앞으로 갓!
시작은 좋았습니다
집들도 드문드문 있고 창고건물도 보이고
이쁘게 꾸며놓은 인도가 따로 있어 ♬ 루루라라
그렇게 십오분쯤 걸어왔을라나요
인도가 뚝 끊기고.....
더이상 사람이 다닐길이 온데간데 없어진겁니다
어~라???
이런 젠장 어디로 가야하는고얏!
어찌해야 하는건지 잠시 머릿속이 뒤죽박죽
도루 돌아가? 말어?
그러나
생각하구 말것두 없이 방법은 하나더라구요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찻길로 들어서서 가는 거
오른쪽으로 바짝 가드레일에 붙어서 무조건 직진 또 직진
가도가도 주유소는 커녕 집도 절도 없습니다
왕복 6차선 찻길 저편은 나무가 우거진 야산이요
이쪽은 가드레일 옆으로 풀숲이 우거진 개굴창
그 개굴창 너머로는 기찻길이 우리 가는길과 나란히 남쪽을 향해 나있는데
어디로 빠져나갈 구멍이 없으니
오로지 샛길이나 건널목 만나기만을 바라고 또 바라면서
삼십분은 무신...개뿔
거의 한시간 가량을 두 여자 말 한마디 나눌 여유도 없이 죽어라 걷기만 합니다
갓길을 걷는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걸어보니 알겠더라구요
'죽음의 공포'
있는대로 속력은 낸 자동차가 휘~이익 내 옆을 지나칠 때마다
등골이 오싹하구 가슴이 조마조마한게 '사고는 순간' 이요
예고없이 닥치는 교통사고 그 끔찍한 현장이 눈앞에 왓다리 갓다리
얼마나 무섭고 떨리든지..
참 가지가지로 놀고있는 맹워립니다
아~ 참
버스 한대 지나가는게 보여서 AC (욕 나옵디다)
무엇에 쫓기듯 걷는길에 끝은 있어서
마침내 저 멀리로 주유소건물이 보이네요
얼나마 반갑던지요
아~ 이젠 살았구나!
주유소앞 건널목에 다다랏는데 긴장도 풀리고 팔다리도 풀리고..
그자리에 그냥 주저앉겠더라구요
길을 건너와 그때서야 마주 보게 된 두할매
그새 10년은 더 늙어버린것같은 초췌해진 모습에 그저 웃지요 머
"언냐~ 나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 엄청 쫄았다"
"나두 말두 못하게 겁나고 떨리더라 간이 콩알만..그리고 너 여기 데려온거 무지 후회했어"
전에 언니랑 약속을 했었걸랑요
더 늦기전 다리힘 있을때 한달에 한번 기차여행을 하자구
그랫는데
년초부터 맹추댁 병원을 드나드는 바람에 실행을 못하다가
3월에 언니가 션찮은 나 대신 친구랑 백양사를 갔더랍니다
돌아오는 기차에서 정차는 안하고 지나치는데 역이름이 [개태사역]
생소한 이름 개태사라?
궁금해서 인터넷을 찾아봤더니 왕건이 세운 천년고찰 어쩌구...
'그래 성자하구 여길 와야지'
요래 된거거든요
.
.
사설이 길어졌군요
어쨋든
우여곡절을 겪으며 사선?을 넘어 도착한 [개태사]
그냥 평지인 찻길옆에 절이 있더라구요
산속에 있었으면 어쩔뻔.
차타고 지나가다가 슬쩍 구경하고 가기 딱 좋은 그런 위치입니다
천천히 쉬어가며 절 구경을 마치고
종무소에 들어가
이곳 찾아오느라 고생한 얘기를 구구절절 읊으며
돌아갈 차편을 알아보려 한다고 하니
1시간에 한대꼴로 버스가 다니긴 하는데..또 AC (우라질#$!&@§#★..에구 죄송^^)
서울서 먼길 오느라 고생 많았다면서 차로 데려다 주겠다네요
'마음 착한 처사님 복 많이 받으실겁니다'
세상에 이런 고마울데가!!!
감동의 물결이 몰려오는데
세상에나 마상에나 그 쌩고생하며 한시간넘게 걸린 거리를 차로 오니 15분만에 쑝~
어이가 없어설라무네
계룡역에서 17시 18분에 떠나는 용산행 기차를 타고 용산역 도착 19시 47분
저녁을 해결하고 집으로 오는데
긴~ 긴~ 봄날 하루가 꿈결인가 싶더구머뉴
"언니야 6월엔 어디갈까?"
맹워리가
용산에서 9시 10분발 무궁화호를 타고
계룡역에 내린 시간이 11시 39분
요렇게 이쁜길이 계속되는줄 알고
노란 목련꽃도 보면서 ♬ 루루라라 좋아라 했는데
조금 걷다보니 인도가 없어지고
얼결에 들어선것이 가드레일을 끼고 걷게 된 갓길입니다
와~ 드이어 만난 개태사주유소 (요건 뻥이 아니엇음)
한시간의 고행이 끝나는... 휴~~ 살았다!!!
절이름이 새겨진 입석을 보니 감개가 무량하고
양쪽으로 나무들이 줄지어있는 절 입구
신종루를 통해서
경내로 들어갑니다
절구경 해야지요
고려때 세운 5층석탑
박태기꽃이 활~짝
極樂大寶殿
대웅전안에 모셔져있는 석조삼존불 입상 (보물 219호)
고려 태조 왕건의 [어진전]
왕건이 세운 [개태사]
역사적으로 큰 가치와 의미를 지닌 사찰인데
세인들의 관심밖에 있다는것과 (나도 이번에 알았으니까)
개태사역이 기차도 안서는 간이역인것도 안타까웠습니다
개태사 철확
지름 3m, 높이 1m, 둘레 9.3m나 되는 큰 무쇠가마솥(철확)이다.
고려 태조 왕건이 이 절을 세우고 승려 500명의 밥을 지을 솥으로 하사한 것
장마에 떠내려가기도 하고 일본인이 가져가려고도 햇다는데
온갖 세상풍파 겪느라 많이 훼손되었습니다
차로 데려다 준대서 시간이 널널해졌습니다
댓돌에 앉아서 바라보느라니
시끄럽고 어수선햇던 마음이 고요해지더이다
하얀민들레 보신적 있으세요? 전 처음 봅니다
민들레 홀씨 되어 훨~훨~
마음만 날아다니는 맹워리
도.배.쟁.이
혼자서 이 무신 짓거린가 싶다가도
글 올리는 친구들이 없으니...
신도 안나구 맥도 빠지구
나 역시 다 때려치우고 싶을때 많지만
이 사이트가 천하부고 13회의 얼굴아님껴?
누군가는 지키고 있어야 되지않나
모 요런 시답잖은 사명감에다
단 한사람이라도 들어와 내글 읽어준다면
더 없는 영광 아닌가 하는 생각에
주저리주저리
그냥
다
민망시럽구머뉴
편한밤
고운꿈 꾸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