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닷새째.
제주에서의 마지막 날.
즐거운날은 빨리 가는법
오늘 일정을 마치면
저녁 비행기를 타고 우리는 서울로 갑니다
하늘길로 50분이면 닿는 제.주.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또 올 수 있는 곳이지만
2009년 5월 9일은 오직 오늘 하루뿐이므로 좀 더 뜻있게?
모 이런 기특한 생각으루다 어젯밤 영감과 약속을 했습지요
성산일출봉은 못 오르더라도 코앞이 바다인데
이곳까지 와서 일출을 안 보고 그냥 간대서야 말이 되겠느냐
가까운 등대도 있으니 그곳에 올라가 장엄한 일출을 보는걸로
근사하게 제주에서의 마지막 날을 장식하자구요
애들은 우리가 가자 할까봐 미리 손사레를 칩니다
지들은 해 뜨는거 하고는 암 상관도 없으니까
두분이서 정답게 보구 오랍니다
알긋다 아그들아~
내도 젊을때는 니들하고 똑같이 해 뜨는거 하고는 암 상관도 없었느니라 어 험~(헛기침)
일어난 시각이 새벽 4시 30분.
겉옷을 챙겨입고 살금살금 방을 빠져나옵니다
해가 뜨거나 말거나 상관없는 애들은 세상 모르고 잘테지요
밖을 나서자 찬바람이 쌩~~ 하니 뺨을 스치고
드문드문 서있는 가로등만이 푸르등등한 빛으로 어둠을 가르는데
인적이라고는 없는 언덕에 우리 둘 뿐
조금 으스스 하더라구요
등대 있는곳은 바람이 세게 불어서 성당쪽으로 내려왔습니다
바닷바람에 가만히 서 있으면 추워져서 이리저리로 왔다리 갔다리
한시간 가까이 기다렸을 겁니다
불그스름한 빛이 넓게 퍼지기 시작한 수평선 위로 무언가가 떠 오른것도 같고
눈이 빠지게 쳐다보기는 했는데 워낙 희미해서 보일듯 말듯
그러더니 불쑥~ 불쑥~
빨간 불덩이가 솟구치는데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지요
그냥...
내가 여기 이렇게 살아 있음이 축복인 거지요
♪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누구의 머리 위에 이글거리나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누구의 앞길에서 환히 비치나
그
리
고
.
.
올레 제 1코스 걷기.
작은 배낭에 물과 보리빵, 귤 등을 넣고
프린트해서 가져 온 올레코스 지도를 잘 챙기고서
딸과 함께 올레 시작점인 시흥초등학교까지 왔습니다
8시 20분.
오늘이 놀토(노는 토요일)라서 학교는 쥐 죽은듯 조용한데
너무 이른 시간이라 그런가?
오가는 사람이 하나 없는 적막강산입니다
혹시나?
올레꾼 한 둘쯤은 만나겠지 했던 내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가고
그야말로 나홀로 올레가 되고 말았습니다
"엄마 조심해서 잘 다녀오세요~ 끝나면 전화 하구요"
에미 혼자 댕그머니 남겨놓고 가기가 조금은 불안한 듯 바라보던 딸은
주먹을 쥐고 화이팅! 신호를 보내고는 차를 돌려 휭~ 하니 가버립니다
우두망찰 서서
사라지는 차 뒷공무니를 한참이나 쫓다가
이세상에 나 혼자 버려진 듯 한 막연함에
잠시 잠깐.. 주츰해 지더라구요
몇번 심호흡을 한 후 마음을 가다듬고서 씩씩하게 걷기 시작합니다
수많은 올레꾼들이 다녀간 길 위에 내 발자욱도 남긴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뜨거워지고 내딛는 발걸음에 힘이 실립니다
말동무가 없어 조금 심심할 뿐 올레 표식이 잘 되 있어서
길 찾기는 아주 쉬웠습니다
시흥초등학교(시점)-> 말미오름->알오름->중산간도로->종달리회관->
목화휴게소->성산갑문->광치기해변 (종점 15Km 5~6시간 예정)
중간 중간에 올레꾼 몇을 만났지만
모두들 일행과 함께인데다 젊은이들 뿐이라서 가볍게 인사만 나누었습니다
나처럼 혼자이면서 늙은 올레꾼은 눈 씻고 봐도 없으니
길동무 만나는건 일찌감치 체념하고서 부지런히 걷기만 합니다
오름이라는 곳이 애초부터 풀만 자라는 곳이라 말을 방목하게 된 것인지
아님 말을 기르기위해 나무를 전부 베어 버린건지
하여간 말미오름이나 알오름이나 나무 하나 없는 민둥산에
그야말로 말들의 천국이고
그 길고 기~인 해변길 어디에도 쉬어 갈 만한 나무그늘이 한곳도 없는지라
심심한거는 그런대로 참을 만 한데
따갑게 내리쬐는 5월의 햇살은 피할 수 도 없고 참으로 고역입디다
노닥거릴 친구도 없지 땡볕은 따갑지 이래저래 걸음만 빨라져서
1코스 종점인 광치기해변에 도착하고보니 채 12시도 안되었더라지요
히야~~!!!
마라톤 풀코스라도 완주한 양 대견하더이다
딸한테 전화를 걸으니 벌써 도착했냐고 깜짝~ 놀래는 딸.
한참을 기다려서 만난 가족들은
무슨 사지에서 구사일생 살아 나 온 사람 반기듯이 야단법석을 떨며
[鐵女엄마] 랍니다
히히^^ 거 기분 괘안트머뉴
바다풍경이라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제주 공항을 향해서
우리는 또 북쪽 해안 일주도로를 달려갑니다
좋은곳이 있으면 잠시 내려서 둘러보고
해녀들이 물질하는것도 구경하고
그렇게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에서의 마지막 날을 마감했습니다
참~
제주는
차가 없어서 좋고 (운전할 만 하다고)
공해가 없어서 좋고
친절해서 좋고
거기에
날씨까지 기가 막히게 좋아서
오래도록
우리 가족에게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것 같습니다
맹워리가
#
불그스럼하게 퍼진 동녘바다를 두 눈을 부릅뜨고서 바라보는데..
#
어어~~ 하다가 자세히 보니까 해가 올라왔더라구요
"아니 은제 올라온거야?"
#
불쑥 불쑥
#
올라옵니다.
#
바다에 비친 햇살이 아주 환상적이지요?
마침 지나가는 배들까지 풍경이 되어 아름다운 그림이 되었습니다
#
올레 1코스가 시작되는 시흥초등학교 정문
#
혼자서 외롭게 시작하는 올레 1코스
#
제주 올레길 표식
#
아무도 없는 조용한 시골길을 혼자서 타박타박~
#
말미오름이 시작되고
#
못가게 막아 놓은건가? 엉성하기는 한데 이리저리 딜다보구 밀쳐보아도 요지부동.
달리 방법은 없구 에라 모르것다 훌쩍~ 월장을 했습지요
요런거 넘기는 문제 업슴돠 ㅎ ㅎ
#
호젓한 오름길에 말똥이 군데군데..오름전체가 말 방목장인듯..
#
산 아래로 그림처럼 펼쳐진 마을
#
목책 길.. 말이 달아날까봐 막아 놓은건지
#
올레꾼들 사정이야 내 알바 아니라는듯 길을 막고 누워있는 소들.
소가 멀뚱멀뚱 쳐다보는데 괜히 무서워서
산쪽으로 빙~ 멀찌감치 돌아서 내려왔네요. 이곳은 소똥 천지
#
잠긴 문을 열고 다시 잘 잠그고 (그렇게 써 놓았기에)
알오름을 향해서
#
저 멀리 알오름 정상에 올레꾼들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발 아래를 잘 보고 걸어야 합니다..여기는 또 말똥 천지
#
뒤돌아보니 조금 전에 넘어 온 말미오름이 아득히 보입니다
#
임신을 했는지 배가 불룩한 말
날은 더운데 을매나 힘이 들꼬~
#
말들이 여기저기 한가롭게 풀을 뜯는데 이번에는 말이 무서워
잽싼 걸음으로 알오름을 내려옵니다
아무래도 난 [牛馬 무섬증환자]?
#
오름을 다 내려 와 중산간길과 만납니다.
이 길을 따라 한참을 걸으면 일주도로와 마주치는데
이곳은 차들이 많이 다닙니다
#
종달초등학교앞을 지나
#
종달리민회관 앞을 통과
#
해변길을 따라 한없이 걷는데 그늘 하나없는 5월의 땡볕이 무지 따갑습니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늙은 나이에 이 무신 쌩고생인지...
넝감하고 같이 안 오기를 백번 잘 했지 싶더마뇨
#
해안도로옆에 오징어 말리는곳도 있고
#
긴~긴~ 해안길 그 끝에서 만나는 성산갑문이 어찌나 반갑던지요
말동무 하나없이 지루하게 걸어 온 혼잣길에 목적지가 얼마 안 남았으므로.
#
성산갑문이 있는 다리를 건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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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봉 바로 밑 동암사(절) 주차장을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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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포 해변으로 나갑니다
#
아~~~!!! 거의 다 왔습니다
저기 저 끝이 15km의 올레 제 1코스 종점인 광치기 해변
#
"여기가 올레 1코스 종점인 광치기 해변 맞지요?"
"올레가 뭡니까?"
띠용~@#$%
친구인듯한 네명의 남자분들을 만났기에 물었더니 돌아 온 대답입니다
그들이 찍어 준 징맹사진
#
한참을 기다려 식구들을 만난 곳입니다
#
점심으로 성산리에 있는 식당 [바다풍경]에서 칼치회랑 칼치조림을 먹었습니다.
칼치회가 입에 살살 녹는다고..11살짜리 손주까지 회를 치는데
맹월댁은 그림의 떡.
#
북쪽 해안선을 따라 제주공항으로 가는길에.. 물질하는 해녀들
경치좋은 곳이 많아 차에서 내려 한참을 쉬다가 가다가
공항주차장에 5시까지 도착해서 빌린 차 되 돌려주면 되니까 여유만만.
참 LPG가스 충전소 찾느라고 조금 헤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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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31 22:09
제주에서 놀멍 쉬멍 걸으멍 / 마지막 날
조회 수 452 추천 수 0 댓글 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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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 없어 미안하구만
재밋다 하시니 캄솨합니다
딸이 찍은 사진이 어딘가에 있긴할텐데
찾아서 올리자니 머리골치가 지끈지끈
에라 모르것다 '내 배 째슈' -
?
올레가 무슨 말?
농담으로 풀이 하면, 예수님이호숫가에서 고기 잡는 어부 베드로(시몬)와 그의 동생 안드레아 보고 " 나를 따라와" (Follow me!)하셨을 때
그들이 주핏주핏하기에 "너~ 올레, 안 올레? 아니면 갈레?" 에서 온 말이다.
실은 그들은 곧그물을 버리고 Yes, I'll folloe you!하고 따라 나셨다.
11회 신정재선배 저서 "산티아고 길에서 나를 다시 만나다."를 읽고서 弄談 한마디 했음. -
?
자넨 11회하고 무슨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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