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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
2009.12.23 21:57

Daytona Beach 行 #4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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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5/09 (토요일)


마지막 날, 여전히 잿빛 하늘, 바다.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온다.
고집스럽게 고약스런 날씨에 해가 어떻게 생겼는지 잊어 버렸다.
그러나 Palm tree 몇개 서있는 폭풍전야 같은 이런날의
바닷가도 그 나름대로 정취가 있고, 멋있다. 언제 또 이런곳에 와서 잠을 자며 이렇게 별스런 바다를 보겠는가?


"에그, 쯧쯧, 증말루 지대로 하능게 항개두 읍써."
투덜대면서도 또 사진을 몇장 찍었다.




범수씨네가 가져온 Chocolate tulip.  한집에 두송이씩 나누어 가졌다.  


오늘 아침은 주인장, 동훈씨가 주방을 맡고 상혁씨가 waiter.
그동안 외로워서 아침 저녁 bar만 찾던 두 single이였다.
"손님 왔다. 무엇을 드릴까요?" 부엌 팀이 놀려 먹었다.
오늘 둘이서 마지막날 아침상을 마련하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동훈씨 달걀을 잔뜩 꺼내 놓고 Cook to order 한다고 주문만 하랜다.
우와~ 이게 무슨 호강이냐? 
어디 솜씨 좀 보자고, 나는 Easy Over (앞뒷면 다 약간 익힌것)를 주문했다.
남편은 주는대로 two eggs, sunny side up.
한쪽만 익혀서 나온 달걀의 둥그런 노른자가 오늘 바닷가에 안보이는 햇님같다.
그것도 덤으로 밝고 둥근 햇님을 두개나 받았다.
Fried Egg에 sausage까지 나오니 남편은 너무 흐믓한 눈치다.
그는 이런것이 아주 실속있고 든든한 breakfast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Sausage breakfast, sausage sandwich.  What a heavenly life!
종씨라서 그런건지, 남자들이라 그런건지 동훈씨랑 생각이 척척 맞는다.


그런데 신이 나서 음식을 나르고, 주문 받아가는 waiter, 상혁씨는 좀 문제가 있었다.
한참 식사중인 손님의 folk 도 집어가는 등, 아직 많이 서툴렀다.
충일씨에게서 Tip은 커녕 오히려 동전이라도 내놓아야 수습생으로 눈감아 주겠다는 경고를 받았다.


나는 남은 야채, 김밥싸고 남은 아보카도 까지 넣고 또 맛있는 쌜러드를 만들었다.
Egg and sausage 같은것 먹을때는 꼭 쌜러드를 겸해서 神에게
"Ask for forgiveness." 해야 여러가지 심장 질환을 막을수 있다는것이 내 지론(持論)이다.
먹다 남은 떡볶기, 망고빵까지 다 늘어 놓고, 아침상이 푸짐했다.




범수씨네서 받은  또 하나의 선물.  He's a romantist.


아침상을 치우면서 우리는 떠나는 보따리를 쌌다.
알고 보니 범수씨네가 곰보빵, 팥빵, 밤빵등 옛날식 한국 빵을 잔뜩 사왔다.
빵뿐 아니라, 오징어채, 김밥재료, 하다못해 그 멀리서 동치미까지 담아 들고 왔다.
우리는 빵을 5개나 얻고, 집이 가깝다고 떡볶기 남은것, 오징어채 볶음등등..
그냥 두었다가는 obsessive, compulsive 하게 치워 버리는 동훈씨에 의해 버림받을
소질이 충분한 음식들을 다 물려 받았다.
그냥 버리기는 너무 아깝지 않느냐고 경자랑 종인씨랑 쑥덕대면서. 


그러고 보니 나는 김치, 멸치 볶음등 아주 조금 되로 가지고 와서 말로 받아간다.
이렇게 멋진곳에 남편까지 같이 와서 거저 먹고 자고, 동창들 만나서 즐겁게 놀고,
또 잔뜩 얻어가지고 가니 이건 분명 남는 장사다.  꿈속처럼 흐믓했다. 
부슬비 내리는 아침 11시쯤 경자와 충일씨, 동훈씨만 남겨 놓고 우리는
Daytona Beach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