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18일 서울 영하 12도
올 겨울들어 제일 추운날이라고 메스컴에선 호들갑을 떨고..
아닌게 아니라 밖에 나가니 코끝이 맵싸~아 한것이
하늘을 쳐다보니 얼어붙은 유리알 맨키로 쨍~ 하긴 합디다.
"예전 추위에 비하면 암것두 아닌디 멀~"
것도 자랑이라구 한심하게 나이먹은 티를 내고 있습니다요.
낮모임에 있어 지하철을 탔더니 맨 노인들천지.
날도 춥구먼 뭐하러 쓰잘대기읍시 나댕기는지 원~ (사둔 남 말하는 맹추댁 ㅎ ㅎ)
쪼매하다는 울나라
서울은 요래 쨍~ 한디
서해안지방은 폭설이 내려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는다는 TV뉴스에
울나라두 넓긴 널구나~! 함서
철딱서니없이 내리는 눈(雪)을 부러운 눈(目)으로 바라보았다는..쯧~
그래서
떠오른 시 하나.
오탁번의 [暴雪]
거기에 뽀나스로 [잠지] 까지.
근디
젊잖은 울친구들이 무신 요딴 야한거 올렸냐구
몽땅 돌맹이들고 달려 안 올라나 몰것네.
에라 모르것다
이불속에 머리박구 숨어야징~
오.탁.번
잘 모르긴혀두
이 양반이
원캉 그쪽방면?으로 도가 튼 양반 아닌가벼?
끝으로
안도현 시인이 한 말을 인용하믄서...
그의 시를 읽을때는 심각한 표정을 지을 필요가 없습니다.
시인이 자분자분 들려주는
천진하고 유쾌한 말을 따라 다니다보면
저절로 얼굴에 꽃이 핍니다.
영양크림이 따로 없습니다.
암요..맞다고라
그나저나 고뿔 안 걸리게 몸조심들 하셔유^^
맹워리가
폭설 / 오탁번
삼동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남도 땅끝 외진 동네에
어느 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둥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주민 여러분! 삽 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잉!
눈이 좆나게 내려부렸당께!.
이튼날 아침 눈이 뜨니
간밤에 또 자가웃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내렸다
놀란 이장이 허겁지겁 마이크를 잡았다.
-웨메, 지랄나부렀소잉!
어제 온 눈은 좆도 아닝께 싸게싸게 나오쇼잉!
왼종일 눈을 치우느라고
깡그리 녹초가 된 주민들은
회관에 모여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그날 밤 집집마다 모과빛 장지문에는
뒷물하는 아낙네의 실루엣이 비쳤다
다음날 새벽 잠에서 깬 이장이
밖을 내다보다가, 앗!, 소리쳤다
우편함과 문패만 빼꼼하게 보일 뿐
온 천지가 흰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하느님이 행성만한 떡시루를 뒤엎은 듯
축사 지붕도 폭삭 무너져내렸다
좆심 뚝심 다 좋은 이장은
윗목에 놓인 뒷물대야를 내동댕이치며
우주의 미아가 된 듯 울부짖었다
-주민 여러분! 워따, 귀신 곡하겠당께!
인자 우리 동네 몽땅 좆돼버렸소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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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지 / 오탁번
할머니 산소 가는 길에
밤나무 아래서 아빠와 쉬를 했다.
아빠가 누는 오줌은 멀리 나가는데
내 오줌은 멀리 안 나간다.
내 잠지가 아빠 잠지보다 더 커져서
내 오줌이 멀리멀리 나갔으면 좋겠다.
옆집에 불 나면 삐용삐용 불도 꺼주고
황사 뒤덮인 아빠 차 세차도 해주고
내 이야기를 들은 엄마가 호호호 웃는다
- 네 색시한테 매일 따스운 밥 얻어 먹겠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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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9 01:32
[暴雪] / 오 탁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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