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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 및 기타
Kakao
2009.12.12 21:37

Daytona Beach 行 #2

조회 수 1540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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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09 (목요일)


어젯밤 뒤척이다가 늦게 잠든 탓인지 좀 피곤하다.
간신히 일어나 시계를 보니 7시 반, 그런데 오늘 아침도 구름끼고 해는 간곳이 없다.


비는 안 오지만 여전히 잿빛의 뿌연 하늘, 바다, 파도는 여전히 밀려 오고.
"아침 바다 갈매기는 희망을 싣고 ...'  그런 아침은 전혀 아니였다.
"I slept right next to the water." 라는 사실만 감개 무량했다.


부지런히 차리고 나가보니 벌써 다들 일어나 coffee 뽑는 향기가 집안에 가득하고,
서경자와 범수씨 부인은 떡국 끓인다고 분주하다.
Canada에서 가져 왔다는  drip coffee는 향(香)도, 맛도 그만이고,
떡국이란 말만 들어도 언제나 향수에 젖어 홀딱 빠져 버리는 나는 너무 행복하다. 
어디, 이 사람들이 끓여 주는 떡국 맛 좀 보아야지.


갑자기 국물 낼것이 없어 독일제 다시도 좀 넣고, 라면 스프도 좀 넣고 苦心했다는
떡국은 내 입엔 합격선.  감지덕지 맛있게 먹었다.
떡국 먹으면 속이 끌끌하다고 싫어하는 남편도 여기선 예의 차리는건지 아뭇소리않고 잘 먹는다.  나는 얼른 "정 초시"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조반이 끝나자 우리는 바닷가로 달려 나갔다.
다행하게도 아침에 꾸물대던 해가 중천에 떠서 맑은 날씨의 바닷가를 걸을수 있었다.
모래사장은 넓지는 않은데 작은 새들만 가끔 옹기종기 모여 있을뿐 한적하고 깨끗하다.
여기 모래는 또 드믈게 단단해서 차도 들어와 다닌다.
우리는 단단하고 매끈한 감촉이 아주 기분좋은 모래 사장을 맨발로 걸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하며 저쪽 끝까지 한참 갔다가 다시 돌아 온다.
그리고는 콘도의 자꾸지에 모두 둘러 앉아 발을 담갔다.
따뜻한 물에 足浴하는 느낌이 그만이다.  오늘은 너나 없이 발(足)들이 많이 호강한다.


동훈씨 부엌에서 노랑 피망, 빨간 피망, cellery 썰고 부산하더니 점심은 근처 공원에 가서 바베큐 한다고.
우리는 차 두대에 나누어 타고 공원으로 갔다.
동훈씨랑 남자들이 불을 피우는 동안 우리 몇은 fishing pier 구경을 하러 갔다.  




 


    


등대도 있고, 작은 덤불 숲 사이로 wooden board walk 를 만들어 놓은것이 Everglades 비슷했다.


거북이도 보고, 선인장도 보고, 빨간 게들이 바위위에 나와 있는것도 보고,
낚시질 하는 사람들도 구경했다.
손바닥 보다 조금 큰 fish 를 여러마리 잡아 놓은것도 보고,  Pelican, 하얀 두루미도 보고.
 이곳의 깨끗한 모래사장은 학교 운동장처럼 넓고, 한적했다.
하얀 거품내며 부서지는 파도, 푸른 하늘과 거기 맞닿은 푸른 바다는 가슴속까지 후련해지는 기분이였다.



 






   


 




Picnic Table 로 돌아 와보니 동훈씨 그동안 고생 고생해서 불을 지펴가지고 은박지에
고구마, 야채, 쏘세지등 굽는 중이였다.
맛있게 구워진 고구마를 우선 잘라서 appetizer로 한입씩 먹었다.


곧 이어 빵 사이에 Italian Sausage 와 구운 야채를 넣은 커다란 sandwich가 나왔다.
마이아미에서 State Fair 할때 마다 파는 이 sandwich는 나만 빼고 우리 식구들이 너무 좋아하는 음식이다.
남편은 신나게 먹고, 나도 sausage 만 두어개 빼놓고, 야채를 많이 넣어 맛있게 먹었다.


아까 석탄에 불이 전혀 안 붙어서 "후후" 불고 애 쓸때는 속으로 좀  걱정스러웠다.
결국은 동훈씨가 옆 Table 사람들에게 부탁해서 불씨를 얻었단다.
참으로 능력있어서 이 많은 식구들을 절대로 굶기지 않을 사람이다. 


 


 



점심을 먹고 난후 Fishing Pier도 다시 가보고, board walk도 걷다가 이번엔
아예 다들 나무 Bench에 주저 앉아서 잠시 동안  이야기 꽃을 피웠다.
상혁씨는 어느틈에 이걸 동영상으로 찍었는지 모른다.  




 








 


  



집에 돌아 온후 충일씨에게 부탁해서 노래판이 벌어졌다.
충일씨가 기타로 시작하고 우리는 아뭏게나 따라 하는데도 재미가 깨소금 맛이다.
그런데 노래가 하나같이 너무 어렵다. 도데체가 옛날에 고무줄하며 늘 부르던
"보일듯이 보일듯이..." 하는 따오기까지 이젠  하나도 쉬운 노래가 없다.
노래를 조금하다가 경자가 저녁으로 짜장면 만든다고 부엌으로 가버렸다.
"짜장면" 또한 떡국처럼 내게는 그리운 음식이다.
경자는 충일씨가 국수를 좋아해서 자주 만드는 모양으로 자신만만했다.


나는 집에서 농사지어 조금 가져온 부추로 만두를 만들기 시작했다.
만두는 대강해도 맛이 나니까 느긋하게 "마이아미 만두집"의 본때를 보여줄 생각이였다.
군만두는 기름 냄새 나고, 느끼하다고 싫어 하는 사람도 있고, 우선 바쁘니까 그냥 다 삶아 버렸다.


요리하며 듣자니 남자들은 자기들끼리 한국노래, 서양노래 할것없이 별별 노래가 다 나오고 있었다.
우리도 같이 장단 맞춰 노래 불러 가면서 만두 만들고, 짜장면 만들고.
갑자기 중국 요리집이 되어 버렸다.
범수씨 부인은 어떻게 만두를 그리 쉽게 만드느냐고 몇번이고 감탄.
그런데 사실은 부추만두가 제일 쉽다. 부추와 돼지고기만 썰어 넣으면 끝나니까.


그러나 오늘 저녁엔 짜장면이 먼저 나와서 그걸 먹고 나니 부추만두는 뒷전이였다.
내일 먹자고 삶은 만두를 다 냉장고에 넣어 버렸다.  







 


 



저녁 식사후 범수씨네가 가져온 윷으로 윷놀이가 시작되었다.
남자, 여자 4명씩 갈라 편을 짜는데 여자가 한명 부족하다.
부엌일을 여자 뺨치게 잘하는 동훈씨를 만장일치로 우리 여자 team에 끼어 넣었다.
이름하여 여자들은 "부엌 team," 남자들은 "sofa team."


그런데 사람들은 자기 소속 team 잊어 버리기, 자기 차례 잊어 버리기,
윷은 낙판되기 일쑤였고. 그걸 교통 정리하느라 번번히 와글와글 시끌벅적했다.
 윷은 또 너무 날씬하게 생겨서 눈을 부릅뜨고 자세히 들여다 보거나 장님처럼 손으로 만져 보아야 걸인지 윷인지 분간이갔다.



상혁씨는 자기 신분을 잊고 여자 team에 지나치게 友好的으로 나오는 바람에
스파이라고 "수박 빨갱이"라는 낙인이 찍혀져 버렸다.
우리가 보기엔 이 각박한 세상에 드믈게 紳士道를 발휘하니
"The last gentleman left on earth" 로 너무 멋있게 보이더구만.


아뭏든 "개"도 잡고, "back도"도 잡고, 인정 사정 볼것없이 마구 잡아 먹고, 잡아 먹히는
치열한 경쟁끝에 여자부 4승, 남자부 2승으로 윷판은 끝이 났다.  후유~~~
 




  • ?
    정성자 2009.12.12 21:37
    아무튼지간에..
    M.T 간것처럼 잼난다요.
    사진도 잘 찍었고..

    [윷놀이] 하니까 몇년전 생각이 나서 혼자 쓴웃음 짓고있다.
    설 명절에 모인 식구들이 부부팀으로 나누어서 (모두 5팀)
    돈까지 걸고는 치열하게 먹고 먹히는 전쟁?을 치루었는데
    난...
    왜?
    윷도 잘 못하나 몰러..던졋다하면 "도" 아니면 "개"
    남들은 "윷" 이나 "모" 도 잘 나오더만..
    지대루 하는게 항개두 읍써
    잉잉 ㅠㅠ

    여하간에 우리부부가 꼴찌하는데 지대한 공로를 세운 맹월댁.
    왕서방한테 엄청 지청구 먹구
    또 잉잉 ㅠㅠ
    이 꼴은 본 시동생들이 그 담부터 절때루 부부팀은 NO~!
    서로 바꿔서 팀을 짯다는 전설이...ㅎ ㅎ
  • ?
    이신옥 2009.12.12 21:37
    그래서 옛날에 우리 엄마하고 윷놀때 하시는 말씀,
    "윷도 좋고, 모도 좋고, 그저 많이만 해라."

    도, 개 같은것 말고 가능하면 많이 가는 윷이나 걸, 모 같은것 하라는건데 너는 왜 그럴까? 재미있다.
    어떻게 던지는지 내가 옆에서 잘 보고, 연구할 필요가 있으니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라.

    사진을, 특히 사람들 사진은 전혀 안 찍으려 하다가 도저히 그럴수 없어 시작했는데 지금 보니 더없는 보물이다.
    어느때는 햇볕 때문에 뭘 찍는지도 모르고 그냥 샷타를 눌렀는데 나중에 보면 그만 그만해서 감사하지.

    사진있고, 음악도 있고, 거기에 친구들 만나 재미있었던 일을 적어 놓는것이 피곤도 하지만 재미도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