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오는 봄 / 도 종 환
햇빛이 너무 맑아 눈물납니다
살아 있구나 느끼니 눈물납니다
기러기떼 열지어 북으로 가고
길섶에 풀들도 돌아오는데
당신은 가고
그리움만 남아서가 아닙니다
이렇게 살아 있구나
생각하니 눈물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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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렇군요
살아 있다는거..
생각하니 눈물납니다
우리들 남은날에
꽃이 피고 지는걸
얼마나 더 볼수있으려나?
지난해도
또
지지난해도
늘 같은 생각을 했었는데
어김없이 봄은 왔고 꽃이 피는군요
햇살이 어미품인듯 포근하고
살랑거리며 부는 바람이
살갗을 간지럽히고
개나리에 목련과 진달래 그리고 벚꽃까지
한꺼번에 화르르르
예년보다 열흘이나 빠르게 피엇다지요
마음이 바람 든 풍선처럼 빵빵해지는
바로 요맘때면
내 살아있음이
고맙고 또 고마워서 눈물납니다
심술궂은 꽃샘바람이 불고
몇번의 봄비가 오락가락 했어도
여전히 꽃은 피고지고
또
연두빛 새잎이 피어납니다
매해 보는 꽃이건만
호되게 앓고나서 그런가
올해 처음 보는듯 더 반갑고 곱습니다
아침저녁은 아직 쌀쌀하더라구요
모두들 감기 조심하시고
기쁜 봄날 보내세요
맹워리가
벗 하나 있었으면 / 도종환
머음이 울적할 때 저녁 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그리메처럼 어두워 올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어 들에 가득 번지는 벗 하나 있었으면
오늘도 어제처럼 고개를 다 못 넘고 지쳐 있는데
달빛으로 다가와 등을 쓰다듬어 주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라면 칠흑 속에서도 다시 먼 길 갈 수 있는 벗 하나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