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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아의 <생명>과<마티스의<푸른 누드 IV>






          생명 / 피천득

          억압의 울분을 풀길이 없거든
          드높은 창공을 바라보라던 그대여
          나는 보았다
          사흘동안 품겼던 달걀속에서
          티끌같은 심장이 뛰고 있는것을

          실연을 하였거든
          통계학을 공부하라던 그대여
          나는 보았다
          시계의 초침같이 움직거리는
          또렷한 또렷한 생명을

          살기에 싫증이 나거든
          남대문 시장을 가보라던 그대여
          나는 보았다
          사흘동안 품겼던 달결속에서
          지구의 윤회와 같이 확실한
          생(生)의 생의 약동을!







본시에서 시인의 언사는 참으로 교묘하다. 근본적으로 시인은 주로 청각 이미지를 영상화 하는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시인이 청각을 핵으로 각 감각기관들이 섬세하고도 예민하게 상호반응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 이미지를 구성해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본시에서 는 시인이 세미하지만 티끌 같은 심장의 박동소리를 "나는 들었다"고 하지 않고, 한 번 비틀 어서 "나는 보았다"고 삼세번 강조한다.

 

이러한 언술의 저의는 어디에 있을까? "생명" 은 시인으로 하여금 시를 짓게 하는 모티브이다. 생명은 그의 주된 주제일 뿐 아니라, 한권이면 족하다고 100여 편의 시중에서 가려 뽑은 유일한 시집 <생명> 의 표제시이기도 하다. 시인은 비틀림의 장치로 멈칫 한 박자 숨을 고르게 하고, 독자가 자신의 목숨이 숨쉬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기를 기다린다. 아무리 미약할지라도 "생의 약동!"에 집중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품은 지 사흘 된 달걀 속의 병아리는 꼴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을 것 이다.



그러나 생명인지라 티끌 같은 심장이 규칙적으로 "초침같이 움직거리"고 있을 것이 며, "또렷한 생명"의 박동소리도 들림직 하다. "사흘 동안 품겼던 달걀 속에서 지구의 윤희 와 같이 확실한 생(生)의 약동!"이, 그 따뜻한 생명력이 독자에게 감정이입 되기를 기다리는 이 로코코 풍의 비틀림은 생명에 방점을 주기 위한 장치일 것이다. 길가에서 발에 밟히는 잡초이건, 치렬한 삶의 현장에서 만나는 인생이건, 달걀 속의 "티끌 같은 심장"이건 그 생명의 귀중함은 시인에게 모두 하나이다. 모든 생명은 내목숨처럼 불완전하고 도자기같이 깨지기 쉽고 연약한, 그래서 더욱 연민의 정과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생명의 소중함을 한 번이라도 깨닫고 나면, 아파트집에서 병아리를 떨어트리고 그 낙하를 구경거리로 삼거나, 자신의 생명인 시간을 게임중독으로 죽이는 일 같은 짓은 하지 못할 것이다. 연약한 생명일수록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절실하다 는 것을 깨닫는다면, "억압의 울분"도 "실연"의 아픔도 "드높은 창공"의 자유도 "남대문 시장" 에서나 떨쳐버릴 삶의 권태로움도 더 이상 우리를 속박하는 주체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달걀 속에서 뛰고 있는 티끌 같은 심장에 생명의 모든 신비가 응축되어 있는 것이다.



<생명>을 읊조릴 때마다 내 눈앞에는 쪽빛 파란 바탕에 금아의 무채색 달걀 이미지와 백색 바탕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마티스의 <푸른 누드>가 오버랩 되곤한다. 금아 시의 모티브는 한 마디로 생명이라고 할 수 있다. 화가 앙리 마티스(1869-1954)의 모티브도 생명 인가, 아니면 지중해 자체인가. 지중해라면 함축있는 의미는 무었일까. <생명>과<푸른 누드> 에서 언어가 사라지고 두 의미지만 중첩되고 나면, 거기에서는 생명력과 우주자연의 장엄한 정적만이 느껴질 따름이다.



마티스는 지중해와 건조한 지중해성 기후와 풍광, 그리고 그 바다가 연출하는 빛과 색갈을 너무나 사랑했다. 마티스는 어디에서 작품 활동을 하건, 파리에서 대단한 성공을 거두건, 어디를 여행하건 오직 지중해를 향한 사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끊임없이 니스를 중심으로 하는 지중해로 회기하곤 했다.



니스의 지중해는 마티스에게 일종의 종교였다. 음악과 예술 을 주관하는 미의 여신, 비너스가 모든 생명의 원천인 바다에서 치솟아 오르는 당당한 그 형상에 무슨 장식이나 배경이 필요했겠는가? 오직 기호처럼 대담하게 응축된 푸른 누드가 이 모든 의미를 함축하고 있을 따름이다. 깊이와 한계를 알 수 없고 하늘의 달과 조응하며 우주를 통 큰 하나의 유기체로 만드는 이 바다, 지중해의 영원한 생명력은 어디에서 오는 무엇일까?



생명을 잉태하는 구원(久遠 ) 의 모성일까? 끊임없이 솟구치며 이미지를 생산하고 재생산해내는 예술혼의 원천(源泉)으로 서 비너스일까? 마티스의 평생은 그가 사랑하는 지중해를, 지중해의 아름다움과 지중해가 그에게 함축하는 의미를 형상화하려는 여정이라 할 수 있다. 마침내 세상을 하직하기 2년전인 1952년, 마티스는 <푸른 누드> 연작 9폭에 평생 꿈꾸어오던 지중해를 아름다운 여체의 형상 으로 오려내기 시작했다.        글: 이희숙






photo: internet, webpage by Chom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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