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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 및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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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
2017.01.25 14:33

하얀 겨울, 하얀 달력

조회 수 114689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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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공원에 쌓인 눈 (1/ 2017) ---  이강섭

 


"꽃서리" (1/2017)  ---  백승목  

 

    

 

올해는 한국 식료품점에서 주는 커다란 달력을 얻지 못했다.

우선 Size 가 크고, 음식 사진들이 있는 이 달력이 제일 무난하고 만만한데 그걸 얻지 못했으니 큰일이였다.

우리 동네 가게는 비용 때문인지 책상위에 놓고 보는 작은 달력만 만들었다. 

북쪽으로 한시간 가야하는 한국 가게가 커다란 달력을 지난 12월부터 나누어주었다는데 우린 그때 가질 못했고, 이젠 동이 났다.

 

별수없이 근처 책방엘 갔다.  일월도 중순이 넘어 미국산 달력들은 전부 쎄일로 절반값이였다.

쎄일도 다 좋은데 언제나 그렇듯 미국 가게에서는 마음에 드는 달력을 찾을수가 없다.

이 사람들은 달력에 넣는 그림도 그렇고, 한국처럼 아기자기하게 만드는 쎈스가 없다.

 

그림을 못 그리면 한국같이 야생화 사진이라도 넣던가. idea는 많을것 같은데...

내가 가보고 싶은 유럽의 명소들 사진 달력도 만정이 다 떨어지게 만들어 놓았다.

유명한곳 사진들을 싸구려로 마구 집어 넣었는데 그걸 보면 거기 가보고 싶은 생각이 천리 만리 달아난다.

 

하다못해 반고흐, 르노알, 쎄잔느 같은 서양의 대가들이 그린 그림을 넣은 달력도 어찌 된건지 싸구려같고 품위가 없다.

그런 그림들도 가끔 귀하게 보아야지 그렇게 천덕스럽게 편집해놓으면 정나미 떨어진다.  

 

 


   

The White Calendar.   남아있는 달력들 중에서 그래도 조금 크고 White Theme 이 괜찮아 보여 샀다. 

그런데 집에 와서 뜯어보니 지나치게 흐려서 글씨가 보이지 않는다. 

명색이 달력인데 최소한 요일과 날짜는 보여야할것 아닌가?  

가게에선 포장되어 있는 것을 뜯어 볼수도 없고, 설마 이렇게 우습게 만들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1월 달력, "January" 라는 단어도 읽을수가 없다. 


급한대로 주일이나 구별할수 있도록 일요일 숫자만 검은 펜으로 개칠했다.

 

 

그리고 1/18, 조금 시간이 났을때 Marker로 덧칠했다.   이미 지나간 날들은 Never mind.  그냥 지나친다.

 

 


2월 달력.  짙은 안개에 둘러 쌓인것처럼 희미하다. 

 


이른 봄,  3월 달력도 그냥 뿌옇다. 

 

 예술 작품 아냐 뭐라도 어떻게 이런 달력을 만들어 팔 생각을 했는지 어처구니가 없다.

또 아무리 속을 뜯어볼수 없었다해도 그런 달력을 사가지고 온 내꼴은 더 기가 막히다.


별수없이 남은 달력 11장에 숫자를 일일히 다시 써넣으려고 커다란 Marker pen 을 사왔다.

 

가뜩이나 모든것이 애매 몽롱한 지금, 이 달력 때문에 신년 새해에 세월이 오는지 가는지 더 흐리멍텅하다. 

어제도 약속을 까맣게 잊고 잊다가 전화가 와서 깜짝 놀랐다.

1/23, 오후 1시에 만날 약속한건 기억하는데 어제가 1/23 인건 알지 못했다.

달력이 이 모양이라 쳐다보기 싫어 더 기억을 못한것 같다. 

 다시 또 새 달력을 찾아 봐야할것 같다.

 

 

 

 


옛날 서울의 눈 경치.  그땐 가끔 이렇게 푸짐한 눈이 왔던것 같다.

 

 

1967년 12월 아니면 1968년 1월이나 2월쯤 서울 대학 병원에서 일하던 시절, 어느 날 눈이 많이 왔다. 

일이고 뭐고 팽개치고 다들 뛰쳐나가 이 사진을 찍었다.  거기 늘 대기하는 직업 사진사가 있어 쉽게 한장 찍었다. 

 

 내 오른쪽에 선 아가씨는 사대부고 12회 선배, 박정자씨.

1968년, 미국 오면서 부터 소식이 끊겼는데 혹시 선농 축전 같은때 만날수 있을까했지만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30 Lonely Little Houses

 

 


또 산마루에서 집어 온 눈 사진들.

 

눈속에 이런 작은 집에 내가 산다면 온종일 난로에 불을 잔뜩 피워 놓을꺼다.

Pray that I have enough fire wood.

옷은 있는대로 껴입고, 이불도 뒤집어 쓰고 앉아 저녁때가 되면 샤워를 할까말까 궁리할꺼다.

 

흰눈 쌓인 문밖에는 먹이를 찾는 곰이랑 멧돼지가 돌아 다닐지도 모르니 겁나서 꿈쩍도 못할테고.

이불 쓰고 불앞에 앉아 덜덜 떨면서 제발 하루 속히 봄이 돌아와주기를 학수고대(鶴首苦待)할것이다.

 

 

 

 


올림픽 공원에서 (이강섭).   이름 모를 빨간 열매와 녹색 잎새가 하얀 눈 속에 너무 예쁘다.

 


 


Winter landscape with a bird trap   ---   BRUEGEL, Pieter the Elder, Netherlandish Renaissance painter (1525-1569)
"새 덫이 있는 겨울 풍경"   

 

 

 

 


Tombe La Neige -  Salvatore Adamo 

 

 

 

 

 
  • ?
    신상만 2017.01.25 14:33
    제가 달력 보내 드릴까요?

    어떤 달력을 원하시는지?
  • ?
    이신옥 2017.01.25 14:33
    별 말씀을 다하시네요.
    제가 이래봬도 꽤 까다로워서 비위 맞추기 어렵습니다.
    비록 반찬 가게 달력을 걸어 놓고 살긴 하지만 그건 먹는거잖아요?
    꿈도 꾸지 마세요. 오늘 아침, 3월 달까지 덧칠해 놓았으니 당분간 넉넉합니다.

    방금 신문에서 BRUEGEL, Pieter 라는 네델란드 화가 이름을 난생*** 처음 듣고 그림 하나 집어 왔습니다.
    또 개칠. 하지만 집어온 그림도, 우리 동기 사진들도 겨울 맛나고 좋치요?

    참, 이길룡씨가 달력을 만들때 어떤 기분이였을지 십분 이해합니다.
    전 달력 만들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비록 반값이긴 해도 돈주고 사다가 이게 뭣하는 짓인지???
    살다 살다 별 일을 다 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