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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단산 시산제 / 2003년 1월 6일

by 정성자 posted Jun 1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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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위야 물렀거랏!
          小寒 하루전날
          영하 15도
          근래 이처럼 기온이 내려간적이 있었던가?
          산은 더 추울껀 뻔하고 이왕 피할수 없을바엔 즐기는수밖에.

          전날 집에 온 애들도 걱정이 되는지
          "엄마~ 내일 산에 가셔유? 날씨가 많이 춥다던데 눈내린것두 그냥 얼었을텐데.."
          "말하면 잔소리지 걱정하지마 조심할께`

          산행 당일 아침
          옷을 있는데로 껴입고 털모자에 두꺼운 마후라로 완전무장
          "날도 날이지만 산길 미끄러운데 제발 조심해"
          말려봤자 소용없는걸 아는지라 왕서방이 한마디 합니다

          걱정하는 눈빛을 등뒤로 느끼면서 문밖을 나서는데
          워낙 든든하게 차려입어서 그런가 별 추위를 못 느끼겠더라구요

          서둘러 나온덕에 잠실에 오니 10분전 9시.
          9시 30분 모임시간보다 40분이나 일찍 도착했네요
          8번 출구로 나가니 강섭씨가 반갑게 맞이합니다

          산악회장을 맡고 첫 산행인데 걱정은 얼마나 했을지..
          어느 모임이든 長을 맡으면 여러가지로 신경이 쓰이기 마련인데
          그저 참석하는것이 돕는일 아닌가싶고
          회장님 얼굴을 보니 잘 나왔구나 싶더군요

          곧이어 최영자총무와 이희자부회장이 모습을 보이니
          혹시나가 역시나
          봉사정신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않는 장한 새 임원진들입니다

          계속해서 모여드는 친구들
          밤새 살들이 쪘나? 싶게 하나같이 뚱땡이들
          눈밭에 딩굴어도 끄떡없을 차림의 친구들이 구름(?)같이 모여
          새해 덕담을 나누느라 시끌벅적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니 이 추운데 뭐 생긴다고 나오셨남?`
          `사둔 남 말하시네 ㅋ ㅋ ㅋ`

          산입구에서 병옥이랑 인자가 가지고 온
          김이 모락모락나는 시루떡을 각자 나누고서
          아이젠을 차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모두 갈길 바쁘다고 가버리고..
          그 자리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고사떡은 누가 진다요?
          그리고 그 옆에 분홍보따리는 또 뭐다냐?
          오잉~
          내가 좋아하는 김치네.

          그때
          김치보따리를 집어들던 오형근씨
          김치는 도루 내려놓고 시루떡상자를 짊어지고 성큼 나섭니다
          역시
          한번 장군은 영원한 장군이십니다
          당신 아주 멋쟁이!

          둘러보니 남자들은 하나도 안 보이고 워쪄것서유
          김치보따리를 들고 나서는데 별안간 어디서 나타난겨?
          흑기사 `손문익씨`
          헤매는 양 한마리(김옥랑) 데리고 오느라 뒷차로 온거라네요

          반가운 인사를 나눌새도 없이
          내손에서 보따리를 뺏어 배낭에 쑤셔 넣고는 휭~하니 앞서나가는 그 모습이
          어찌나 든든하고 좋던지요
          아~~당신도 멋쟁이!

          쨍하니 깨질듯 맑은 날씨에 바람은 자는듯 고요하고 햇빛은 따사롭기 그지없어
          '날씨가 우릴 도와주네'
          고마운 마음으로 발걸음도 가볍게 산을 오릅니다

          헬기장에 막 올라서는데
          저~~쯤에서 문익씨가 빨리 오라며 손을 흔드네요
          조금 어리둥절해서
          "나~?"
          "응 빨리와"

          부지런히 달려가니
          시산제 프랑카드를 높은 나뭇가지에 걸어야 한다면서 다짜고짜 무등을 타라는거였습니다
          '쪼매한 몸도 다 쓸데가 있네'
          이치운이랑 손문익이가 만든 손바닥 가마에 올라
          높은 가지에 끈을 걸었다는..(강섭씨 이 장면을 찍어야 하는데 아까비)

          돼지머리며 떡에 전과 나물 과일 등등
          제상이 차려지고 박붕배선생님의 초헌을 시작으로
          회장부터 회원들까지 차례로 술을 올리고 넙죽넙죽 절을 합니다
          `올 한해 무사무탈한 산행이 되도록 빌고 또 비나이다`

          제를 지내고
          막걸리에 돼지머리고기에 김치를 곁들여 꾸역꾸역 먹는데
          추위가 뭐 대수냐?
          먹는게 남는거여
          그래두 추운건 추운거지 `덜 덜 덜`

          다들 조심조심 산을 내려와
          둔촌에 있는 음식점 [산봉]에 모인 친구들 얼굴에 웃음꽃이 화~알짝
          해 바뀌고 시산제로 시작한 첫 산행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니
          '장하도다 일삼 산악인이여~!'

          얼엇던 얼굴이 풀리고 술까지 한잔 들어가니 모두 불콰해져서 뿅@@@
          그 기분이 노래방까지 이어져설랑..
          노래방에서 맹월댁의 오도방정은 말 안해도 알것쥬?

          손발이 척척 잘 맞는 새 임원들에게 한없는 애정을 보냅니다
          참 수고 많았습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맹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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