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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났지만 영원히 남아 있는 친구 (2)

by 홍경삼 posted Nov 2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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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물든 단풍잎은 친구를 기다리는 춘갑이 마음처럼 곱게 보인다.

어서 들어오라는 창수 엄마를 따라 거실의 소파에 일단 앉으니

그동안 한기를 느꼈는지 춘갑이가 재채기를 몇 번을 하는 데 불안하고 미안스럽다.

 

평상시와 다르게 몸이 불편해 보는 춘갑이가 한스럽게 느껴진다.

할 말이 있어 창수, 은미를 오라고 해서 내일(금) 올 거라며 자식들 볼 생각에

들 떠 있는 것 같았다.

 

할 말 보다는 우리들이 그냥 보고 싶었던 것 보다 자식들이라 더 보고 싶었겠지.

아들 창수는 UC Berkeley 후 LA에 있는 USC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딸은 Seattle에서 근무 중이라 아빠, 엄마를 뵌 지 몇 달은 되었으리라.

 

3, 40분 정도 있었나? 춘갑이가 너무나 피곤해 보여

"너~ 아무래도 방에 가서 쉬어라."

괜찮다면 잡을 생각 않고 " 그래 내 좀 쉬어야겠다. 와 줘~ 고맙다."

정작 친구들 만난 시간보다 추운데 밖에서 기다린 시간이 배가 될 것이다.

 

이런 친구를 남겨 두고 돌아선 우린 오는 동안 별말이 없었다.

한숨만이 서로 대화를 한 모양일 것이다.

 

금, 토, 일요일 춘갑이가 그렇게 보고 싶던 자식을 만나서 무슨 말을 하며

지냈을까? 궁금하여 월요일 오후에 전화 하니 창수가 받는다.
"아니 너~ 안 내려갔냐? 아빠는 좀 어떠하시냐?"
"아저씨!!! 아빠 어제 돌아가셨어요!"

 

믿을 수 없다. 이글 을 쓰는 지금도 믿을 수가 없으니 그땐 오죽했으리오

사람이 유명을 달리 할 때 정신이 빤짝할 때가 있다고 하더니

춘갑이가 목, 금, 토 3일간 그랬던 모양이다.

 

보고 싶었던 사람 만나고 기쁜 마음으로 생을 마감한 모양이다.

마침 LA에 사업차 왔던 배기풍과 통화되여 바쁜 중에도 장례식에 참석해주었다.

산호세 인근 기독교인 묘지에 안장되어 있는데 나도 10연 년 전에 그곳의

묘지를 구입하여 같은 곳에 묻힐 것이다. 밤마다 모여 마작할 참이다.

 

장례식이 끝나고 창수 엄마가 피곤하여 소파에 누웠다가 잠이 들었는데

잠결에 손을 흔들며 Bye Bye 하드란다.

창수가 "엄마 왜 그래" 깨우니 벌떡 일어나면서

"야, 너의 아빠 천국에 갔다.

구름 타고 하늘로 올라가면서 나 보고 잘 있으라고 손을 흔들어 나도 손 흔들어 주었다."

 

신앙심이 깊은 여인이다. 여자지만 교회 장로다.

남편 천국 간것 굳게 믿어 슬픔에서 금방 벗어나 다행이다.

 

얼마 전 이건희가 타계한 후 건희에 대한 글들이 인터넷에 올라 오면서 레슬링부 사진등

올라 온 것을 보고 김도현이 쓴 글과 사진을 창수 엄마에게 카톡으로 11월 10일 보내며

"춘갑이가 우리 곁을 떠난 시기가 이 맘 때 아닌가요? 보고 싶네~ 그 친구가..."

"고맙습니다. 네 저도 보고싶어요, 18일입니다." 답장이 왔다.

 

20년 전에 나의 곁을 떠났지만 가끔가다가 그 친구 묘지를 찾아 나름대로

인사하며 옛추억을 생각하며 마음에 담고 있다.

 

이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은 명이 다 했을 때가 아니고

그 사람을 기억하는 사람이 다 사라졌을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