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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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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2016 (토)

 

어제 종일 부슬비 내린탓인지 오늘은 말끔하게 씻긴 청명한 봄 날씨다.

이팝나무라고 하던가?  난 매번 들어도 그 이름을 잊어먹는데 아무튼 꽃송이들이 푸짐한 흰 쌀밥처럼 생겼으니 이게 이팝나무인 것이 틀림없다.  

흐드러지게 핀 꽃들이 올해는 풍년이다.  

그 사이, 사이로 보이는 파란 봄 하늘이 너무나 황홀한 5월의 아침, 숲사모 모임에 참석했다.

 

 


 

    

 꽃이 하얀 밥알같이 생겼다고 해서 이팝나무  

  




산행을 위해 모여든 여러 친구들, 그리고 송순자, 장순주   


 

 

나는 5년만에 다시 이 모임에 와보는 건데 확실히 지난번 보다 힘이 들었다.

여기선 그래도 늘 다니니까 아직도 그저 동네 뒷산 오르는 정도로 생각하는 모양인데 내겐 그리 만만치가 않았다.

 정춘이도 비슷하게 힘이 들었는지 길에 떨어진 길다란 나뭇가지 하나 줏어서 지팡이까지 만들었다. 

 

"그거 괜찮네." 했더니 내게도 얼른 하나 만들어 주었다.

둘이서 진짜 꼬부랑 할머니들 처럼 지팡이 짚고 꾸역꾸역 따라 올라가는데 앞에서 그만 간다고, 돌쳐서 다시 내려가라는 지시가 왔다.

다행이다.  오늘은 진짜 산행이 아니니 이만큼 걸었으면 되었다. 

 


 

 내려 오다가 '제1 쉼터'라는 앉을 의자들도 있고, 조금 평평한 공터에 모였다.

기다리던 노래 교실 시간이다.

노래책들이 나눠지고, 정규현 단장님의 반주로 노래가 시작되었다.

 

부르고 싶은 곡들을 말하라고 해서 내가 제일 많이 신청했다.

난 이젠 목소리가 전혀 안나와서 노래는 못하지만 듣는것도 무척 좋아하니까 one after another, 계속 노래 제목을 불러댔다.

 

그런데 우리같은 노친네들이 이렇게 탁 트인 야외에서 노래를 부르니 사실 소리도 작고, 좀 답답했다.  

조금 하다가 단장님이랑 다들 맥 빠지고, 재미가 없으니까 곧 지령이 떨어졌다.  

 그만하고 내려가서 우선 점심이나 먹고 난후 어디 가서 또 계속한다는 이야기였다.

우린 노래방 말고, 어디 또 이렇게 모여서 노래 할만한 방이라도 있는줄 알고 좋다고 털고 일어났다.

 

그러나 점심이 끝나고 나니 서울 사람들은 배불러서(?) 노래 못한다고, 그만 끝낸다고, 일방적으로 통고해 왔다.

"아~이, 뭐야~.  이런 법이 어딨어?"

한국말로 '배신 때린다더니' 세상에 이보다 더한 배신이 없다.   진짜 섭섭했다.

 

  

   

조지명, 현정춘, 원춘자, 김경자   



열심히 노래하는 김복자, 최경자, 송순자.  이들은 교회에서 늘 노래하는 사람들이다.   


우리 해외 친구들의 운영위원, 유정세가 나타났다. 


   


노래가 아무 재미없어 그저 빨리 끝나기만 기다리는 것 같은 산지기.  

 


두세명 빠졌지만 그래도 그날 우리들 모습이 제일 잘 담겨진 사진이다. (산마루에서)  

 55주년째 되고 보니 너나 없이 다들 힘이 하나도 없어 보인다.   

 


 


점심 시간, '산아래 곰탕집'이라는 식당으로 갔다.

뒷모습만 보이는 원춘자,  그 옆에 김인자, 이순자 그리고 숲사모 사무보는 손근씨.

 


 


 


이 테이블에는 김경자, 홍경자, 이순자, 그리고 내가 앉았다.

 

곰탕이 싫은 나는 황태가 들어간 국을 시켰다.  그런데 멀겋게 별 맛도 없는 국물뿐이였다.  

 요즘 황태가 비싸져서 그런 모양이다.  이런줄 알았으면 다른 것을 시킬것을 그랬다.

 

황태국은 너무 실망인데 상에 놓인 뚜껑 덮힌 조그만 항아리 속의 김치가 깜짝 놀라게 맛이 있다. 

사실 요즘은 서울 사람들이 김치를 잘 안 먹어서 서울 가면 맛있는 김치 만나기가 어렵다.   그런데 이 김치는 뜻밖이였다.

 

"얘, 이집 김치 맛있다."  하면서 거의 한 항아리를 혼자서 다 비웠다. 

 


  


 


옆 테이블 친구들, 염준영, 정광자, 이태길씨, 뒷모습만 보이는 전원자, 김복자, 최경자, 그리고 옆에 김성태씨.    

 


찐빵 1 개 2000 원(?) 

 

 

산마루에서 집어온 찐빵 사진.  먹음직 스럽다.

 

 


후식으로 오랫만에 보는 찐빵까지 잘 얻어먹고 나오다가 한우택 선생님과 딱 마주쳤다.

"아, 지금은 무얼 하나, 그래?  쯧쯧. "

은퇴를 했으니 이제 무엇으로 소일하느냐고, 내가 너무 안됐고 걱정스럽다는 빛으로 물으신다.

 

 갑작스런 질문을 받고 어떻게 답을 드려야할지 생각하는 참인데 때마침 옆에 있던 손근씨가 재빨리 받아 넘긴다.

"아, 글 쓰잖아요." 

 

"어머나~ "  나는 말을 못하고 한참을 ㅎㅎ 웃었다.

내가 멀리 외롭게 떨어져 살면서 이 고교 동기 싸이트에 목을 매다보니 갑자기 유명짜한 글쟁이가 되어 버렸다.  

 

 

 

 

 

 


 


점심후 '산아래 곰탕집' 앞에서 찍은 단체 사진.  산마루에서 집어온 이 사진이 정감있고 5월 봄날처럼 따스하다. 

 

 

 

 
  • ?
    신상만 2018.05.19 04:21
    꽃이 있어 더 즐거웠던 옛 이야기...

    유일한 꽃회장 유정세, 나눔의 찐빵.
  • ?
    이신옥 2018.05.19 04:21
    이날 숲사모 모임은
    사진에서 처럼 예쁜 봄날, 예쁜 꽃들과 함께
    일상의 소소한 행복,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마치 우리가 그 모임, 자주 나가기나 하는것 처럼.

    맨 아래 사진의 Dr. Shin, 귀엽네요.
  • ?
    정성자 2018.05.19 04:21
    2년전 일인데도 엊그제인듯..

    유명짜한 글쟁이 맞자너
    이곳 너 없으면 안 되는거 알쟈?


    서울 사람들은 배불러서(?) 노래 못한다고, 그만 끝낸다고, 일방적으로 통고해 왔다.
    한국말로 '배신 때린다더니' 세상에 이보다 더한 배신이 없다. 진짜 섭섭했다. #

    ㅎ ㅎ
    웃을일이 아닌데 웃음이 나온다
    내가 있었으면 우겨서라도 갔을텐데 아쉽네

    다음편도 기대합니다
  • ?
    정성자 2018.05.19 04:21
    열흘이래야 오고가는 뱅기시간 빼면 여드래인데
    두나라(이태리와 스위스) 를 다니자면 주마간산 아니것냐고요
    입맛만 다시다 오는격 ㅎ

    햅반이며 라면에 김치랑 밑반찬 챙기면서
    혼자 속으로 (딸이 들음 서운해 할까봐)
    '앓느니 죽지 몬 영화를 보것다구 이짓을 하는고?'
    쯧쯧

    열심히 눈에 담고 마음에 새기고 올거니까
    다녀와서 보자
  • ?
    이신옥 2018.05.19 04:21
    세상에 한입으로 두말하는 사람, 가끔 있단 소린 들었어도
    그게 바로 믿거라하는 우리 천하부고 동기였을줄이야 ~
    지금도 切齒腐心中.

    그래, 네가 책임져라. 여행 잘 다녀와서 더 열심히 보고도 하고.
    네가 유럽을 다녀오면 '내가 본 유럽'하고 특별히 재미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것 같다.

    좀더 기운있을때 갔으면 걷기야 더 잘 하겠지만 언제나 '지금이 기회'라고 하잖아?
    백두대간 경력에 믿음직한 딸내미에 든든한 밑반찬까지 준비햇으니 걱정없네.

    나는 혼자 잠간 Maryland 다녀와야 하는데 별로 신이 안 난다.
    놀러 가는게 아니라 의무다. 좀 귀찮다.
  • ?
    정동훈 2018.05.19 04:21
    여행 잘 다녀 오세요.
    라면... 김치... 어데서 드시려고?

    한국 관광객들 호텔방에서 라면 끓이다 냄새맡고
    달려온 직원에게 쫒겨나는 경우가 있으니 각별히 조심.

    한번은 Cruise 를 갔는데 직원이 하는 소리가 청소하다 보면
    한국인들 묵은곳엔 어데서나 비린내나는 마른 지렁이 같은것이
    나온다는데.... 듣고 보니 오징어포. ㅎㅎ